"여름 방학에 뭐할 건가요?"
INSEAD는 July class와 December class로 나뉘어서 입학이 가능하다 (여기서 Class는 졸업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두 클래스의 차이는 여름방학이라고 할 수 있다. 2년짜리 코스의 경우 여름방학을 길게 준 다음에 인턴십을 하도록 권장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 기간 동안 평소에 관심 있던 산업군에 뛰어들어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허나 INSEAD의 경우는 1년, 정확하게 따지면 10개월 코스이다. 인턴십이 추후 취업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December class에게는 2달 정도의 여름방학을 준다. 학생들은 이 시기 동안 인턴십을 하거나, 여행 혹은 휴식을 갖기도 한다. 필자가 December class에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INSEAD 학생들은 주로 어디서 인턴십을 하나요?
전 세계에 있는 컨설팅 회사들, 유럽 혹은 홍콩 싱가포르에 위치한 투자은행들, 그리고 대기업 등이 있다. 특히 컨설팅과 투자은행 쪽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려고 한다. 회사 측에서도 인턴십을 통해 한번 거를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인 것 같다. 그러나 꼭 인턴십을 한다고 하여 풀타임 오퍼를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와의 fit도 고려하고, 개개인의 능력도 잘 파악한 후 최종 오퍼를 준다.
INSEAD 인턴십에 대한 단점도 있다. 우선 인턴 기간은 두 달뿐이다. 타 MBA의 경우 여름방학이 4달 정도 된다. 덕분에 많은 회사들이 인턴십 기간을 2달 이상으로 설정해놓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원조차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간절함을 가지고 회사에 연락하여 인턴십 기간을 조정한 후 입사하는 친구들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여름 인턴 기간이 2달 이상이어서 학생들이 지원을 못 했지만, 싱가포르에 있던 친구의 경우 되려 구글에서 먼저 연락을 한 후 기간을 조정해줬다.
인턴도 돈을 받나요?
돈 받는다. MBA 풀타임이 받는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그중 가장 높은 월급을 받았던 친구는 런던의 Private Equity에서 2달 동안 근무한 친구였는데, 국내 대기업 초봉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이는 수많은 MBA 학생들 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케이스이다. 많은 학생들이 인턴십을 통해서 용돈을 벌어서 온다. 허나 돈을 받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한 로 X 인터넷의 경우 (중국 오피스) 집과 식비를 주지만 월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물론 소문이다), 인턴에게 월급을 안 주기로 유명한 유엔 역시 월급을 주지 않았다. 필자의 친구는 결국 제네바에 가서 더 많은 돈을 쓰고 왔다.
인턴십 준비는 어떻게 시작하나요?
인터십의 시작은 이력서를 다듬으면서 시작된다. P1이 끝나기 전, 회사들은 CV Book을 받는다. CV Book이란 모든 학생의 레쥬메 (이력서)를 한 곳으로 묶은 책이다. 그 후 회사는 관심 가는 학생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회사에 대한 세일즈를 시작한다. 먼저 연락을 받을 경우 무조건 서류심사는 프리패스라고 보면 된다. 회사들의 적극적인 구애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처음 고려했던 커리어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하기도 했다. 학교 입학 후 Career service는 상당 수의 CV workshop을 하는데,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프로페셔널 해진 이력서를 갖게 된다. 필자 역시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이력서 적는 법을 많이 배웠다.
P2의 시작과 함께 (증권 쪽은 P1부터 벌써 시작한다) 인턴 취업기가 시작된다. December class가 많이 힘든 이유는 P2는 가장 어려운 과목들과 함께 인턴 취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 덕분에 그 기간의 학생들은 많이 예민해져 있고 피곤해져 있다. CV와 Cover letter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 컨설팅 가는 친구들은 시간 날 때마다 케이스 인터뷰 준비, 그리고 취업 준비 외에도 다양한 과제를 해야 하는 이 시기는 INSEAD 기간 중 가장 힘든 기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인턴십을 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 확실한 경우, 졸업 후 돌아갈 회사가 정해진 경우 되려 그 기간 동안 여행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P2가 시작하면 다양한 회사들이 학교를 방문한다. 허나 본인이 원하는 회사가 안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럴 경우 링크드인 네트워킹이나 학교 동문분들에게 연락을 해서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필자의 경우 테크 쪽에 관심이 있었기에 구글/페이스북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연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학교 방문 및 MBA 전용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었다). 구글의 경우 학교에 방문은 했으나 인턴을 딱히 뽑을 생각이 없었고, 상당 수의 많은 회사들은 학교에 방문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학교를 방문할 때, 회사 설명 및 인턴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와인을 마시면서 네트워킹 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이 취업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애들은 공격적으로 네트워킹을 한다. 필자는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다는 파여서 인터뷰만 열심히 준비하고, 정말 궁금한 게 있을 때만 물어봤다.
회사에 지원을 하고 나면 인터뷰 준비에 들어간다. 회사마다 원하는 다른 인터뷰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지원한 회사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는 약간의 Fit 인터뷰 (뭐하는 사람이고 지원 동기는 무엇인가?)와 대부분의 시간을 Case 인터뷰 (저희 고객은 ABC 산업군의 XYZ입니다. 현재 매출 문제로 저희를 찾아왔는데…)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ex-consultant를 찾아가 "케이스 그룹"을 형성한다. 컨설팅의 관심 없던 필자도 어떤 식의 인터뷰가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한 그룹에 같이 참여해서 방청을 많이 해봤는데, 이 경험은 추후 인터뷰를 볼 때 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취업시즌이 끝나면 인턴십을 갖은 친구들과 갖지 않은 친구들도 나뉜다. Fear of missing out (FOMO)에 부들부들 떠는 MBA 학생들은 인턴 자리를 얻지 못하고 한없이 자신감을 잃는다. P3까지 타 회사에 꾸준히 연락해서 인턴십을 구하는 친구들이 있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번 여름은 신나게 즐겨보자 라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 December class의 가장 큰 장점은 이 기간에 있는 것 같다. 모의 인터뷰와 같은 실전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추후 취업 시즌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확실한 wake up call을 해준다.
필자의 경우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는 테크 회사 외에는 딱히 눈이 가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맥킨지 런던 오피스에서 연락이 왔다. 인사팀의 연락부터 하여 총 5명의 컨설턴트를 연결해줄 만큼 적극적으로 피칭을 해줬다. P1 방학 때 방문해서 만났던 사람들 모두 너무 좋은 기운을 갖고 있었고,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호기심도 갖게 만들어줬다. 허나 결론만 말하자면 필자는 케이스 인터뷰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당당).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컨설팅 취업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게 되었고, 또한 필자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다음 편은 필자가 겪었던 인턴취업기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