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기 까지는 아니고 실패에 따른 경험이라고 해두자"
드디어 봄이 왔다. 더 이상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 P2가 진행되면 점점 유럽의 봄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봄은 항상 아름답다.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차가워진 공기에 따듯함이 묻어있는 계절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정신줄을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턴 취업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리즈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December class는 인턴을 할 수 있다. 특히 컨설팅과 투자 은행을 가고자 하는 친구들에게는 꼭 겪어야 할 중요한 난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인턴에서 떨어지고 풀타임 취업에서 컨설팅에 취직했으니 혹여나 떨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취업 시장, 특히 외국 취업 시장 + 테크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또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조금 자만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오늘은 필자가 어떠한 실수를 했고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짧게 설명을 하고 한다.
지원 (Application)
무슨 깡다구였을까? 필자는 원하는 회사들만 지원하고 안되면 쿨하게 놀러 다니겠다 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이 전에도 설명했다듯이 인턴십의 기회는 많지 않다. 특히 테크 쪽을 바라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생각해놓은 회사는 몇 군데밖에 없었다: 아마존/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 맥킨지. 막상 알아보니 페이스북과 마이크로 소프트의 경우 필자가 지원할만한 프로그램이 없었고, 구글의 경우 구글 코리아에서의 MBA internship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외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 이번 기회에 외국 업무 경험을 해보고자 구글 코리아 지원을 늦게까지 고민했다. 마침 이 시기가 해당 회사의 전무님과 연락하던 중이었는데, 오래 고민하지 말고 우선 지원하라고 했다 (맞는 말씀이시다. 지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Deadline이 다 되어서 결국 지원을 했고 인터뷰 오퍼를 받지도 못 했다. 왜 그랬지 모르겠지만 마음 한편에 조그마한 자만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많이 반성했다.
결국 아마존과 맥킨지를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인터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회사는 굉장히 다른 인터뷰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타 MBA 학생들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적도록 하겠다.
Amazon Interview
아마존의 인터뷰 스타일은 흔히 많은 테크 회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Behavior interview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에서 이 인터뷰 방식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회사에서 생각하기에 충분히 똑똑한 사람들은 이력서에서 결정이 된다. 허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fit이다. 얼마나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이다. 아마존은 "14 Leadership principles"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Amazonian이 믿고 따라야 하는 원칙, 지금의 아마존을 있게 해 준 원칙들이다. 놀라운 것은 국내 회사에서의 비전과 다르게, 진심으로 직원들이 믿고 따르는 원칙들이다. 추후 MBA 시리즈가 끝나고 아마존 관련 글을 적을 예정인데, 회사의 비전과 원칙이 어떻게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그 것이 어떻게 회사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MBA 학생들의 인터뷰 프로세스는 기존 취업 프로세스와 약간 차이가 있다. INSEAD 학생의 경우 처음으로 2번의 인터뷰를 본다. 50분짜리 인터뷰를 두 번 보고, 합격한 사람들은 그 날 저녁 연락을 받았다.
축하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어. 내일 아침 8시까지 어디로 와줘!
뭐... 뭐지...
다들 어리둥절 했고 필자도 운 좋게 최종 라운드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3명과 back-to-back 인터뷰를 보게 되는데, 아침 일찍부터 한 인터뷰에 조금 engagement가 부족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 오피스 최종 라운드에 12명인가 인터뷰를 본 것 같은데 자리가 없어서 결국 1명만 오퍼를 받았다. 원래 회사에서 연락 오기로 한 날에 연락이 오지 않아, 같이 기다리던 친구들과 와인을 마셨다. 와인잔이 부딪힐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마치 ding (탈락)과 비슷하다며 서로를 dinger들이라며 놀렸던 기억이...
아마존 인터뷰의 대부분은 "Tell me a time..." 혹은 "Do you have any experience..."로 시작한다. 하지만 흔히 구글에서 brain-teaser라고 불리는 "탁구공으로 비행기 채우려면 몇 개 필요하게?"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 구글 역시 더 이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필자 친구가 풀타임 인터뷰 볼 때 이런 식의 질문을 받았다고 하니, 조심하기 바란다. 아마존의 경우 Leadership principles 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본인의 과거 경험을 잘 숙지하면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McKinsey interview
전형적인 컨설팅 인터뷰이다. 짧은 자기소개 및 fit 인터뷰를 한 다음 바로 케이스로 들어간다. 사실 케이스 인터뷰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fit에서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실패한 전략이었다 (절대 하지 말아라. 컨설팅은 무조건 케이스를 완벽히 준비해야한다). 컨설팅 생각이 있다면 자다가 일어나도 자신만의 framework를 꺼낼 수 있도록 준비하자. 필자는 1차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충분히 납득할만한 실력이었다. 특히 풀타임 준비를 하면서 프레임워크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 제대로 이해를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 당시 인턴십 인터뷰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컨설팅 인터뷰는 한 명이 꼭 무서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인사팀 분들은 항상 아니라고 하는데, 매번 그랬던 것 같다. 필자가 처음 만났던 인터뷰어의 경우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갑자기 일어나서 창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케이스 설명을 했다. 조금 연기가 부족한 분이어서 "아 이분이 bad cop (나쁜 사람 역할) 하는 분이구나"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케이스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추후 풀타임 인터뷰를 볼 때도 느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케이스는 내지 않는 것 같다. 충분히 많이 연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프레임워크를 연구하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반성한다).
의외로 케미는 굉장히 좋았다. 특히 두 번째 engagement manager 분과의 인터뷰는 회사에 대한 굉장히 호감을 가져왔다. Fit 인터뷰를 하는데 본인의 경험 경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이 표현해주셨다. 덕분에 케이스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다음 라운드 준비해야 하나 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특히 그 분의 특징은 Deep dive interview 였다. 말 그대로 본인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인터뷰어가 한 레이어 더 깊숙이 질문을 해서, 이 사람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이다. 조금 극단적인 질문으로 필자가 "ABC라는 일이 있었다"라고 이야기 하자 인터뷰어는 "그게 몇 시였고, 누가 있었고, 그다음에는 누가 무슨 말을 했고"라는 식으로 정말 세부적인 내용들을 물어봤다. 참고 바란다.
분명히 좋은 경험이었다. 필자의 wake-up call 이었고, 풀타임 인터뷰를 보는데 굉장히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필자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3가지라고 보인다.
1. 지원 시 너무 본인이 원하는 곳만 지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기회가 된다면 모든 곳에 지원해서 인터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 상황에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치 않다면 오퍼를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단점으로는 조금 피곤해질 수 있겠지만 분명히 좋은 연습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또한 본인이 만약 career changer를 목표로 왔다면 industry/function을 먼저 변경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필자가 테크로 가고 싶다고 한다면 구글 코리아를 정말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굉장히 합격률이 낮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해당 산업군이나 포지션이 어떠한 일들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인턴의 장점이 아닐까?
2. 컨설팅을 갈 거면 입학 후 바로 케이스 그룹을 만들자
만약 필자가 졸업 후 컨설팅을 가고자 했다면 가장 먼저 케이스 그룹을 형성 했을 것 같다. 특히 INSEAD는 컨설팅 관련 트레이닝에 대한 굉장히 많은 기회를 준다. 주말에 컨설팅 튜터들이 와서 강의도 하고, INSEAD Consulting Club에서는 실제 컨설팅 회사 출신 친구들이 Mock interview를 공짜로 해준다. 이러한 환경들을 최대한 사용하고 꾸준하게 연습을 한다면 - 충분히 컨설팅 회사 입사 가능하다. 파이팅!
3. 인터뷰 테크닉을 고민해보자
인터뷰 보는 테크닉들은 정말 다양하다. 학교에서는 정해져 있는 꿀팁들을 주는데 너무 그것만 받아들이지 말고 본인들만의 공식을 세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필자의 가장 큰 장점은 "첫인사 + 자기소개"다. 무조건 자기소개 중에 피 식이라도 웃게 만드는 요소를 집어넣었고, 첫인사를 할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사람 +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다음 초반 engagement를 잡고 끝까지 끌고 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공식은 추후 풀타임 때 사용했다 - 생각보다 굉장히 효과적이다). 사람의 인상은 처음 몇 초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쇼미 더 머니에서 더 콰이엍도 3초 안에 탈락시킨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 자신 있게 악수하고 본인이 누구인지 당당하게 표현하자.
또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STAR approach도 잘 사용했으면 한다.
에세이를 쓰거나 짧은 글을 쓸 때 많이들 사용하지만 인터뷰에서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1) 최대한 짧게 Situation 설명을 하고 (Less than 30 second - shorter the better), (2) 그때 본인이 해야 하는 Task가 무엇이었으며 (Second shortest), (3) 본인이 한 Action들에 대한 설명과 (자세히 가장 많이 시간을 사용하는 부분), (4) 그를 통한 결과와 깨달음 Result (+Lesson)를 말하면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듣는 입장에서도 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자세한 건 풀타임 취업 관련하여 설명할 때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