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가는 날이 장날이다.
햇살이 따사로웠던 그린데발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보라가 곳이 되었다. 고대했던 융프라우에 올라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는데, 필자도 살짝 현기증이 났었다. 그런데 위에서 주는 컵라면을 먹고 나서 바로 괜찮아지는 것을 보니 배고파서 현기증이 났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융프라우 가시는 분들은 동신항운에서 표였나... 쿠폰이었나... 받아서 올라가기 바란다. 그러면 컵라면 공짜로 준다.
융프라우를 보면서 그린데발트 방향이 아닌 라우터브루넨 쪽으로 내려왔다. 그린데발트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 라우터브루넨의 비주얼이 인상 깊었다. 다음에 여행을 오게 된다면 여기서 하루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었다. 그렇게 라우터브루넨을 구경하고 간 곳은 뮤렌! 인스타의 두 번째 핫 플레이스다. 산 정상에 위치한 이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가야 한다 - 추후 필자가 여름방학 때 산을 차로 가지고 올라가려다가 크게 혼난 적 있다. 뮤렌은 Car free village이다. 차는 주차해놓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자. 이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 모녀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이 다니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들을 봤을때 참 필자의 부모님도 꼭 한번 모시고 와야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필자는 바젤로 이동하여 다음 날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갔다. 부다페스트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도시였지만 싱가포르 캠퍼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출발했다. (참고로 그 이후 부다페스트는 필자의 최애 장소 TOP3 안에 들게 된다). 동유럽은 처음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살짝 긴장하는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안전한 곳이었고 특히 야경은 황홀했다. 물가도 서유럽에 비해서 굉장히 저렴한 편에 속했고 (미슐랭을 가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멋진 카페들도 많았다. 우선 사진들을 먼저 보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것이다. 약 9명 정도의 싱가포르 캠퍼스 친구들이 부다페스트에 왔다. 그중 새로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한 친구의 경우 다시 싱가포르 캠퍼스로 돌아갈 예정인 헝가리 학생이었다. 만나서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물었다.
너 부다페스트에서 하고 싶은 거 있어?
때마침 필자가 학교를 오기 전, 친구가 헝가리 와인을 사준 적이 있다. 토케이 와인이라고 하는 단 맛이 강한 와인인데, 그때 마셔본 기억이 너무 뚜렷해서 친구에게 어디를 가면 토케이 와인을 마실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어떻게 토케이 와인을 아냐면서, 본인의 친형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를 곧바로 전화를 하더니, 다음 날 우리를 본인의 집으로 초대하여 와인 테이스팅 세션을 갖자고 했다. 처음 만난 친구에게 그냥 흘러가듯이 한 말이었는데, 덕분에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MBA 학생들을 모여놔서 그런지 창업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눴다. 필자의 경우 단맛이 강한 줄만 알았던 와인이 어떻게 숙성하고 만드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들도 배웠고, 프랑스로 돌아온 이후 이 분에게 추가적으로 와인을 시켜서 친구들과 즐겨마시기도 했다. 인시아드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것 같다. 유럽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의 친구들이 있고, 단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여행을 통해서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자연을 실컷 만끽하기도 했으며, 부다페스트로 이동하여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시점부터 학교 생활이 조금 더 "재미" 쪽으로 이동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늘어난다), 친구들과 살아왔던 이야기들도 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P3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봄이 오면서 매주 바비큐를 하였고, 같이 살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노래를 틀어놓고 새벽까지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MBA를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필자 역시 가보지 않는 길을 추후 후회하고 싶지 않았고, 졸업 후 새로운 산업군에 뛰어들고 싶었다는 이유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늦은 나이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경험 또한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찬물).
다음 번에는 필자가 MBA를 다니며 별로라고 생각했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