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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Sep 23. 2018

MBA 28. INSEAD - Cons

"모든 게 좋을 순 없잖아?"

세상에 모든 게 다 좋을 수만은 없다. 개인적인 만족감이 교내 학생들 중 상위권에 있던 필자이지만, 분명히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다. 이때까지 글을 적은 내용들을 보니 너무 좋은 점만 부각하는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부족한 점 혹은 아쉬운 점들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오늘의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 90%와 친구들에게 들었던 내용 10%를 다룬다.


1. 테크 커리어에 대한 부재

운 좋게 필자는 본인이 원하는 테크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점으로는 인시아드와 테크는 아직 어색한 사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테크 회사들의 특별한 채용 방식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i.e., Headcount가 필요할 때만 채용을 하고 또한 referral system을 선호하는 방식), 인시아드 커리어 센터와 테크 기업들과의 거리는 더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필자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Career Representative였는데, 그 당시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서 느낀 점이다.


테크 부분이 조금 빈약한건 사실이다. 특히 커리어 센터와 같이 일하면서 많이 느꼈다


물론 이는 학교의 잘못만은 아니다. 구글의 경우, 본인들이 채용을 해야 할 경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학교를 방문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방문을 하지 않는다. 필자 때는 방문해놓고 뽑지 않는다고 했다 (커리어 이벤트 갑분싸). 다만 졸업 후에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라는 말을 해주고 떠나갔다. 아무래도 MBA 채용이 비교적 적은 테크 회사들이다 보니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학교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커리어 센터 쪽에 많은 투자를 통해서 개선을 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한 점은 사실이다 (10%의 피드백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 또 다른 예로는 인턴십이 있다. 타 학교들은 4달 정도의 인턴 기간이 있기에, 많은 테크 기업 역시 장기간 인턴들을 채용한다. 그러다 보니 인시아드 학생들이 지원도 못 하는 경우도 더러 생기는데, 학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과 절충안을 찾아서 조금 짧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아니면 학교를 조금 더 늦게 조인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완벽한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컨설팅과 투자 은행들과는 다르게, 테크 기업들은 조금 더 개개인의 pro-active 한 지원과 채용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2. 학교의 인지도

인정한다. 필자도 MBA를 알아보기 전까지 인시아드라는 학교를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 들어 높아진 랭킹과, 한국인 교수님이 공동 편찬하신 블루오션 덕분에 점점 사람들이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미국 MBA들에 비해서는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기에 국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MBA라고 많이 소개한다. 최근 티비 프로그램 랜선라이프에 나오신 대도서관님의 본부장 님도 인시아드 출신이신데 "명문 프랑스 MBA"로 소개되었고, 또 다른 필자의 친구네 집이 "한끼줍쇼"에 나왔을 때도 인시아드를 아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점은 상당히 아쉬운데, 블루오션의 김위찬 교수님 역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시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하버드의 경우 보스턴 공항에 내려서 가달라고 하면 바로 가는데, 아직까지도 파리 공항에서 가자고 하면 모르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활동해서 널리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하셨다.


김위찬 교수님을 찾아뵙고 한국 동기분들과 함께


그렇다고 채용 담당자 사이에 인지도가 낮은 건 아니다. 기업 인사팀들 중 MBA 채용을 하는 경우에 인시아드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다. 채용 시 인지도에 따른 불이익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Fortune 500 기업 CEO 중 하버드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력을 배출하고, 유럽 최초 유니콘 회사인 Bla bla car 창업자 등 많은 동문들이 좋은 업적들을 내고 있어, 대중적 인지도는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3. 짧은 기간

인시아드는 1년짜리 코스이다. 실제로 따져보면 10개월인데, 이는 학교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2년 대비 저렴한 가격의 학비와 Return on Investment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막상 학교 생활을 하고 나면 굉장히 짧고 아쉽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필자는 아직도 마지막 날이 기억난다. 졸업식을 마치고 필자의 부모님께서 싱가포르를 찾아주셔서, 졸업식장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밤에 학교에서 마련한 클럽 파티가 있었지만 부모님께서 같이 왔기 때문에 따로 나오기도 그렇고 그래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자주 보지 못 할 거라는 걸 아는 건지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가슴이 찢어질 듯하여 (의외로 정에 약한 스타일이다) 결국 부모님을 재우고 클럽을 다녀왔다. 2주 후 20명의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였음에도 그 날의 아쉬움은 잊혀지지 않는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아쉬움을 주는 시간이다.


아쉬웠던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날


물론 이것 말고도 아쉬운 점들은 많다. 친구들 중에서는 투자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서 인시아드를 왔다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중간에 자퇴한 친구도 있다. 본인의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인시아드를 왔다가 MBA에서 다루는, 어떻게 보면 얇고 넓은 방식에 욕을 한 친구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MBA 과정이 무엇을 가르치는 과정인지에 대한 사전 리서치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학교는 없다. 필자가 공부를 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점에 대해서 학교가 얼마나 제공하는지에 대한 리서치를 한다면 이런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굉장히 호의적인 편이다. 그러니 이러한 글을 연재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시 생각해도 인시아드는 모든 게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완벽하지 않음을 충분히 커버해주는 존재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 교수님들, 다양한 이벤트와 졸업 후에 학교 이름 아래 연결되는 동문들의 끈끈함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문 관련은 추후 아마존 시리즈에서 더 다루겠다). 지금은 멀리 유럽에 있어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 하지만, 그들의 부재가 많이 그리운 나날이다.


필자는 이번 한가위를 가족과 보내게 되었다. 부모님이 파리에 오셔서, 밤 늦게 다음 날 투어 준비를 하다가 짧게 글을 적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들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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