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필자는 아마존 인턴십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Ding.
왜 떨어졌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기업은 인터뷰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굳이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너 떨어졌어"라는 통보도 안 해주는데, 이는 굉장한 희망고문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인턴의 기회는 날아갔고, 이번에는 풀타임 인터뷰였다. 그 당시 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 해법을 찾지 못하면 또다시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 휩싸이던 시기가 있었다. 이 당시 친구들과 케이스 스터디까지 진행하던 참이어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지만, 대부분 케이스를 푸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이어서 아마존 인터뷰를 위해서 개선점을 찾지는 못 했다.
다양한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에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연습뿐이었다.
뭐 이렇게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 연습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인시아드 친구들을 앉혀놓고 피드백을 받아 볼까 라는 고민도 했지만, 주관적인 피드백이 많아지게 되면 오히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되려 타인과의 인터뷰는 아마존에 취직했거나 인턴십을 했던 친구들 몇 명만 추려서 진행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 현 매니저도 비슷한 말을 해준 적 있는데:
"피드백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인 것이라서 무조건 받아들이려고 하지마. 오히려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장점이 다른 사람의 Goal과 어긋나서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어. 그러니 항상 피드백은 감사하되 진정으로 너를 위한 피드백인지 고민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필자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감동받았다. 어떻게 보면 꼰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남의 이야기 듣기 싫어하고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피드백을 받고, 감사하되, 본인에게 적용할만한 피드백인지 깊게 고민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필자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피드백 중에서도 이게 실제로 회사 인터뷰에서 중요한 포인트인지 아니면, 인터뷰를 도와준 친구의 개인의 취향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예를 들어서 컨설팅 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보기에는 storytelling을 통한 behaviour interview 스타일이 별로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그들의 피드백이 아마존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Face-to-face 인터뷰 연습 후 시작하게 된 것은 비디오 연습이다.
이 당시만 해도 찍은 비디오가 몇 백개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필자의 말투에 이상한 게 없는지 라는 고민을 가지고 비디오 촬영을 시작해서 봤는데, 재밌는 부분은 오히려 추후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바디 랭귀지를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중요한 단어를 말할 때마다 눈썹을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 은근히 많이 하는 습관이었다. 근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중요한 문장을 말할 때 한 삼십 번은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정말 거슬려 보였다. 그 외에도 필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고개를 많이 움직이거나 마치 클럽에 온 것처럼 몸을 두둠칫 하는 경우도 보였다. 이렇게 비디오로 본인이 모르던 습관들을 확인하고, 조금씩 개선하기 위해서 연습들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람이 참 신기한 게 평생을 했던 습관 들이었을 텐데, 이렇게 꾸준한 연습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필자가 이야기할 때 얼마나 내용의 flow가 자연스러운지, 못 알아들을만한 발음은 없는지, 그리고 지루하지는 않은지 등등 다양한 측면에서 필자의 인터뷰 모습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이력서와 마찬가지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한번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는 인터뷰를 떠나서 평소에 본인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고칠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모르는 습관들을 보면서 많이 놀랄 것이다!
그런 다음 인터뷰 내용들을 다시 확인했다. 이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마존의 경우 behaviour interview를 보는 회사다. 즉 경험을 통해서 미래에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 건지, 회사의 인재상과 얼마나 맞는 사람인지 판단을 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보통 5개의 인터뷰를 보고, 5명의 인터뷰어가 debrief 세션을 통해서 결론을 내린다. 만약 3명이 마음에 들어하고 2명이 마음에 들지 못 한다면, 두 그룹은 서로 본인들의 의견이 맞다는 것을 설득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모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채용이 된다.
인터뷰에 대한 답을 이야기할 때도 STAR를 사용하는 게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이거는 오피셜이다. 필자가 입사 후 채용 면접 교육을 받았는데 회사에서도 이 방식을 굉장히 선호한다). 즉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제일 먼저 간단하게 context를 설명하고 (situation), 그런 다음에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해야 했던 역할 설명 (task)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은 가능하면 쉽게 그리고 흥미로워 보이게 설명해야 한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이 재미가 없거나 복잡하게 되면 면접관도 열심히 듣지 않게 된다. 그런 다음에 질문의 80%는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한 행동들과 그 결과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된다. 이는 이력서와 비슷한 포맷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력서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본인의 경력을 나열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 인터뷰 연습할 때 초반 부분을 쉽게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Result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수치화하여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내가 개발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은 업무가 상당히 반복적이었어. 아니 이 21세기인데, 아직도 이런 일을 직접 한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나는 자동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 먼저 부장/임원들을 찾아가 펀딩을 받기 위해서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설명했어. 특히 자동화를 통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개발직군들의 시간과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설명했지. 펀딩을 받고 나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아웃 소싱하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어. 특히 내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 feedback loop도 적용했지. 근데 여기서 ABC가 조금 힘들었는데, 이 부분은 DEF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했어. 결론적으로 우리는 6달에 걸려서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했어. 초기 시스템 적용에 낯설어하시는 분들로부터 안 좋은 feedback을 많이 받았지만, 업데이트를 통해서 결국 XX명의 개발자들이 사용하게 되었어. 특히 가장 큰 장점으로 개발자의 업무 중 XX% 에 해당하는 이 업무를 자동화 함으로써 그 들이 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어. 추후 계산해봤는데 주당 약 ABC 시간을 자동화로써 save할 수 있었다니까! 심지어 덕분에 잔업이 줄었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이는 필자가 방금 생각해낸 대로 바로 적어낸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넘어서 STAR method를 사용하되 storytelling에 집중하면 좋다. 단순히 내가 열심히 외웠고 연습했고, 막힘없이 이야기할 거야가 아니라, 면접관이 듣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경험을 STAR method를 사용해서 story화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잊지 말자, 면접관도 사람이고, 사람은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가장 중요한 팁으로는 engagement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인터뷰에서 다룰 때 이야기한 부분이겠지만 필자의 경우 자기소개/첫인상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처음부터 이 녀석 재밌는데? 이야기 좀 들어봐야겠는데?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시작하자마자 웃을 것 같은 장치를 한 두어 개 심어놓는다. 실제로 그 때 웃어버리면 그 후 인터뷰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다만 한 가지 caveat으로는... 실패하면... 노잼 캐릭터로 낙인을 받게 되어 상당히 불편하고 민망한 분위기가 될 수 있으니 실제고 처음 만난 사람이 웃어줄 만한 스토리를 넣어두자.
누구든 처음에 완벽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필자의 현 매니저의 경우 임원보고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남자인데, 살면서 이렇게 높은 사람들에게 깔끔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구두 보고를 잘한다.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된 것은 그는 모든 시나리오와 모든 질문들을 고민해서 적어 놓은 다음,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글을 적고 연습을 한다. 그리고 정말 지겹게 리허설을 해서 실제로 임원이 질문했을 때 아무리 떨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아마존 내에서도 유명한 사람인데, 이런 그 역시 이만큼의 연습을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서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 연습하고 또 연습하자 (MBA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그럼 취업, MBA 인터뷰를 앞두고 있는 분들은 모두 힘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