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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Nov 18. 2018

MBA 35. INSEAD - 컨설팅 준비

"참고로 저는 떨어졌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깔끔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맥킨지 코리아와 베인 싱가포르 파트너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편의 글을 가려서 읽어주세요. 분명히 떨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입니다. 대신 어떻게 준비했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서 좀 설명을 적어 볼게요.


이번 편도 사진과 글은 상관이 없습니다. 맛의 도시 프랑스 리옹


인시아드는 컨설팅 전문 학교라는 별명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컨설팅 커리어를 시작한다. 통계적으로 봐도 (베인 왈)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 스쿨 중 인시아드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고 했다. 이 통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우선 컨설턴트들이 1년 내 MBA 학위를 받기 위해서 인시아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끝나고 나서 컨설팅으로 돌아가는 경우), 주변 친구들 중 컨설턴트들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케이스 스터디에 노출이 되고 또한 그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친구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실제로 졸업 후 필자의 친한 친구들 중에서 적어도 25%는 컨설팅을 간 것 같다. 


물론 컨설팅을 가려고 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적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받게 되는 페이 대비 워라밸이 좋지 않다 보니 (그렇다고 해서 컨설팅이 적게 받지 않는다. 다만 일하는 시간이 워낙 많아서 그렇지), 우리 같은 밀레니엄 세대들은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필자의 학년 중에서 컨설팅을 가지 않겠다 라고 처음부터 선언을 하고 케이스 스터디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필자의 경우는 테크를 가겠다는 마음은 워낙 강했지만, 우연히 친구들이 케이스 스터디 인터뷰를 내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스터디 그룹에 조인하게 되었다. 덕분에 케이스 인터뷰의 형식과 어떤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은 MBA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들을 접목시켜서 문제의 해결안을 찾는다는 게 은근히 흥미로웠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학교가 시작하자마자 다양한 케이스 인터뷰 선생들이 학교를 방문한다.

아무래도 가장 처음 케이스 인터뷰를 접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방문해서 왜 컨설팅이 좋은지, 왜 컨설팅은 케이스 인터뷰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Framework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Framework란 어떠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조금 더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tool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수익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Revenue x Cost Profitability Framework를 사용해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으로 외국 컨설팅 업체의 경우 점점 Framework와 거리를 두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Framework를 외워서 제대로 적용만 하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Out of the box의 생각을 제시하기 바란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느꼈다. 본인들이 내는 문제에 알맞은 Framework를 제시하고 해답을 잘 설명할 수 있는지 이런 점들을 본다고 느꼈다.


필자의 경우 맥킨지/베인 코리아 오피스로 지원했다. 맥킨지의 경우 한국 오피스와 화상으로 1차와 2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전혀 아쉽지 않게 2차에서 떨어졌다 (그렇데 필자가 못했다). 남성 파트너와 여성 파트너 두 분에게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여성 파트너와의 인터뷰를 아주 국밥처럼 맛있게 말아먹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마인드 컨트롤의 실패였다. 시작하자마자 한 번도 화면을 쳐다보지 않고 본인 하실 일들을 하는데, 분명히 이 분이 지금 bad cop (일부러 조금 어려운 사람인 척 연기해서 부담을 주는 스타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만 조금 말려드는 느낌이었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믿지 못하겠다, 말이 되냐, 등등 공격적으로 들어오셨는데 그때 조금 차분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두 번째로는 케이스 준비의 부족이었다. 남성 파트너 분과하는 케이스의 경우 필자가 이 전에 경험해본 비슷한 유형이어서 자신감 있게 해결했는데, 여성 파트너 분과의 인터뷰는 정말 처음 보는 스타일의 문제였다. 덕분에 버벅 거리면서 결국에 답을 했지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여기는 끝났구나 싶었다.


맛있게 말아먹었던 케이스 인터뷰


베인의 케이스는 조금 다르다. 한국 오피스로 지원했지만 1차는 무조건 global interview를 진행해야 했고, 그 덕분에 베인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Face to face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거기 있던 사람들과 느껴지는 vibe가 너-어-무 좋아서 1차 합격을 하고 2차를 싱가포르로 변경한 케이스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떨어졌지만 지금도 베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있다 (인사팀 아주 칭찬해). 맥킨지가 엘리트 집단의 도도함이 느껴진다면 베인은 정말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좋은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똑똑하지만 겸손하고 다들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모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학교에서 성격 좋은 친구들이 다 베인을 갔다. 기존 케이스 인터뷰와 다르게 베인 싱가포르 오피스의 경우 Written case를 했다. 그게 뭐냐면 방 안에 40분 정도를 주고 Written case를 준다. 그러면 개개인은 약 40-50장 정도가 되는 서류를 훑어보고 어떤 식으로 설명하고 문제 해결안을 제시할 것인지 준비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파트너들 (2명)과 만나서 본인이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접근했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자신 있게 설명하면 된다. 기존 케이스보다 훨씬 더 어려운 방식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컨설턴트로서 하는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이라고도 생각한다.


베인 1차가 붙고 얘네들이 우리를 오피스로 불러서 저녁을 사줬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던 중 아마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때밖에 뛰어나가서 부모님께 연락을 돌리고 굉장히 좋아했는데, 흥미롭게도 베인 인사팀 사람들도 마치 학교 친구처럼 굉장히 축하해줬다. 그러고 나서 한국과 싱가포르 오피스 중에 결정해야 했는데, 싱가포르의 합격률이 1/13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기왕 지원하는 거 더 가고 싶은 곳으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베인 2차에서 Written case를 준비할 때 필자의 패인은 딱 한 가지였다. Calculation. 나름 공대 나와서 수학은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50장짜리 서류에서 필요한 수치들을 찾는데 실패했다. 약 30분간 고민하다가 이러면 아무것도 준비를 못 하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수학 부분을 전부 무시하고 필자의 해결책만 적어서 갔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던 필자의 경우 처음 파트너 사무실에 들어가서 굉장히 자신 있게 인사하고, 아마존 덕분에 지겹게 연습했던 자기소개를 하면서 (파트너 두 분 웃게 해 드리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 설명을 마치자, 무섭기로 소문난 여성 파트너 분께서 갑자기 수치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필자는:


죄송합니다. 저 계산 못 했습니다.

그때 느껴지던 갑분싸 -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러자 한숨을 쉬시고는 페이지 24쪽을 봐보라고 말씀해주셨고, 이 수치가 여기 있었구나 라는 표현과 함께 - 이럴 경우 저런 식으로 계산을 하면 됩니다라는 이야기까지 해드리고 방을 나왔다. 정말 아쉽지만 나와는 인연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친구와 맥주 4잔을 마시고 (self-ding) 집에 가서 푹 잤었다. 며칠 후에 파트너 분이 연락 오셔서, 탈락한 이유로 수치를 찾지 못한 게 너무 아깝다며 1년 후에 다시 지원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좋게 말씀해주셨고, 그 순간부터 깔끔하게 손을 털고 아마존에 포커스만 하기로 했다. 


뭔가 이런 달달한걸 먹고 있는데 전화와서 안된다고 했었다. 뭐 나도 ㅇㅈ.


필자의 경우 케이스 인터뷰를 한 횟수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적고 또 실제로 인터뷰를 할 때 본인이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는 경우 대응을 잘 못 했던 것 같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하지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 컨설팅이 목표라면 인시아드에 입학하셔서 P1부터 케이스 인터뷰 연습하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을 붙잡아서 더 많은 mock 인터뷰를 하고 연습을 하면 분명히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던 필자의 친구들 모두 각자가 원하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 추가적으로 한국 국적이 지원할 수 있는 오피스는 어디 있을까?

컨설팅의 경우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비자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제외). 연봉이 어느정도 이상 된다면 그 국가에는 고임금 전용 비자가 따로 있어서, 정말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마다 그 해 상황을 보고 채용하는 수를 정하는데, 그 때 language requirement가 있는 오피스들도 있다. 예를들어 한국의 경우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중국의 경우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한다. 아무래도 local client를 상대하다 보니까 당연한 것 같다. 그렇지만 London, Singapore, Dubai, Amstedam 의 경우 language barrier가 없다. 실제로 인터뷰를 잘 하게 된다면 비자/국적의 문제 없이 채용을 한다. 허나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니 학교와 확인하기 바란다. 예를들어 필자의 학년때 맥킨지와 BCG 싱가포르 오피스의 경우 싱가포르 국적만 채용했다. 물론 컨설팅을 가는 만큼 영어로 쓰는 국가에 갈 경우 native speaker정도의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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