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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Nov 25. 2018

MBA 36. INSEAD - 의사 결정

"Managing decision making"

아마존 오퍼를 받자마자 방학이 시작되었고, 바로 찾아온 @푸켓


운 좋게도 필자는 P4가 끝나기 전에 아마존 오퍼를 받았다. 물론 그 후 지원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베인 인터뷰들이 남아 있었지만 가고 싶었던 회사의 오퍼를 하나 들고 있다는 게 엄청난 안도감을 주었다.


필자는 어렸을 때 푸켓에서 유학을 했었다. 조기유학 유행이 시작되기 약 3년 전, 학교에 대하여 많이 알아보지 않은 상태로, 영국 국제학교 (Dulwich International School Phuket)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교 가기 전까지 6년 있었으니 푸켓은 필자의 삶에서 빼놓을 수 곳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웠으며 하루하루 행복했던 10대의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 20대가 되어 다시 찾아갔다. 그 당시만 생각해봐도 그저 하루하루 운동하고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필자를 보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푸켓에는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본인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여행을 통해서 두 가지를 얻고자 했는데, 첫 번째로는 휴식이었고 두 번째로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함이다 (사실 쉬고 싶은 게 더 강했다).


오늘은 인시아드 코스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는 P4에 "Mananging decision making"이라는 코스를 들었다. 호기심에 청강했던 과목인데 다시 돌이켜보면 참 좋은 과목이 아니었나 싶다. 교수는 Cognitive science를 전공하신 분으로 본인이 예전에 남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며 피해의식을 느끼며 살아왔었던 분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본인이 어떻게 그런 것들을 극복해나갔고, 그런 과정 중 배웠던 "의사 결정을 managing 하는 법"을 알려주는 코스이다. 사실 교수님은 "Finding happiness"이라고 코스 명칭을 주고 싶었지만, MBA 강의이니 조금 있어 보이는 이름을 써야 한다고 해서 의사 결정에 관련된 코스라고 이름을 정하셨다. 이 과목에서는 이론적으로 어려운 것이 없이, 순수하고 본인 내면을 들여다보고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게 해주는 강의이다. 그 당시만 해도 취업 시즌이다 보니 스트레스받는 학생들을 위해서 스트레스 해소법과 명상 등 정말 다양한, 어떻게 보면 MBA에서 기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믿지 않는 친구들의 경우 무슨 사이비 종교에 끌려온 것 같다며 싫어하긴 했지만, 적어도 필자의 주변에서는 모두 만족한 강의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노을 앞에서 명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뭐하는거야 라고 생각 했는데 막상 필자가 해보니 그보다 좋은 경험이 없었다 @푸켓


좋았던 것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what truly makes you happy?라는 주제로 본인 혹은 팀원에게 끊임없이 why라는 질문을 던지는 세션이었다. 개개인의 source of happiness를 찾는 액티비티였는데, 재밌는 점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인사를 하지 않은 친구와 함께 진행했다. 중국 베인에서 근무를 하다가 MBA를 하러 온 친구였는데,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실제로 본인의 경우, 가정보다는 본인 혹은 자신의 파트너의 업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말을 했다. 출산을 하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였지만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이다), 오히려 사람마다 가치관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고, 세션들을 통해서 친구들과 정말 많이 친해졌다. 실제로 이 친구도 필자가 베인에 지원하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다고 누구보다 응원해줬다.


필자의 가장 큰 source of happiness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특히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얻는 행복감이 그 외에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을 훨씬 더 많았다.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간이 언제였을까 라는 질문이었는데, 대화를 통해서 7살 때의 순간을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퇴근시간이 되면 놀이터에서 놀던 필자를 부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집으로 뛰어가서  식사를 하는 그 순간이 필자가 처음으로 느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현재의 필자는 그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일에서 배우는 점은 많지만 그 외에서 얻는 행복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친구가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친구인데, 그 당시 사귀고 있던 친구와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다. 둘이 결혼식을 할 생각은 없지만 결혼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약 4년간의 장거리 연애를 하고, 같이 파리로 유학을 가서 남자는 요리를 여자는 베이킹을 배웠다. 그리고는 다시 푸켓으로 돌아와서 남자는 피자를 만들고 여자는 디저트를 만든다. 같이 시작한 사업은 푸켓 내에서도 상당히 인정을 받았고, 둘은 아침에 같이 서핑을 한 후 출근해서 일을 한다. 일주일 중 쉬는 날은 rock climbing 혹은 cable ski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겨울이 되면 가게를 3주 정도 쉬고 일본이나 한국에 가서 스키와 보드를 탄다고 한다. 그들은 분명히 어디서 본인들이 행복함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었고, 이를 빠르게 실천해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맨 왼쪽에 있는 친구이다. 푸켓에서 정말 맛있는 피자집을 한다
필자가 너무 좋아하는 햄이 올라와 있는 이태리식 피자


두 번째로는 명상을 배운 것이다. 갑.분.명상이야 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MBA 학생들이 취업 시즌 중 얻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명상을 했다. 처음 교수님이 가르쳐 줬을 때 모두가 콧방귀를 뀌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 효과를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명상을 찾게 되었다. 지금 와서 매일 같이 명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잠깐의 명상으로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수치적으로도 명상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행복함을 느낀다고 하니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MBA 지원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강의에서 명상에 매료된 친구 한 명은 본인의 파트너와 함께 태국에 있는 명상 디톡스 투어를 갔다. 고급 리조트에서 1주일 동안 있으면서 명상을 배우고 그 외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통해서 몸을 디톡스 하는 투어인데, 실제로 너무 만족했다고 한다.


명상은 어려운 게 없다. 교수님도 요즘은 워낙 앱이 많으니까 그냥 다운로드하여서 5분만 투자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중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앱은 Simple habit. 예전 MBA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여자분이 있다. 지인의 지인이어서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exit 하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시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본인이 명상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를 앱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필자와 동갑이었던 이 여성분은 그날 저녁 필자에게 해줬던 모든 말을 실현했고 최근 shark tank에서 Virgin의 Sir 리처드 브랜슨의 지지를 받으며 어머어마한 스타트업으로 성장시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k2_x6c-_Iz4). 필자에게도 엄청난 motivation을 줬던 분이신데, 명상을 시작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가장 좋은 앱이 아닐까.


친구들이 있었던 덕분에 한 번도 툭툭을 탈 필요 없이 푸켓을 돌아다녔고, 식당들을 다니며 그리운 음식들도 실컷 먹고 돌아왔다. 조용히 혼자 바닷가에 앉아서 많은 생각도 해보고 친구들과 빠똥에서 술도 진탕 먹었다. 스트레스들을 많이 풀었고, 의사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했다. 너무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제 마지막 period만 남았구나 라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었다.


카론 비치에서 묵었던 호텔의 수영장. 사실 너무 더워서 오래 못 있는다
필자의 졸업 디너를 했었던 깐엥에 다시 찾아가서
푸켓 타운에는 정말 멋진 바들이 많다. 실제로 너무 맛있었던 칵테일을 먹었던 바
푸켓에 가면 해지는 시간에 바닷가에 앉아서 노을 보는 것만으로 엄청난 힐링이 된다
싱가포르 돌아가기 전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먹었던 연어 요리
필자가 가장 먹고 싶어했던 라면집은 휴무였었지만 여기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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