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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l 19. 2019

일은 언제 그만둬야 할까?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자가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지던 시절, 부서에서 꽤나 높은 직급을 가진 분이 돌연 퇴사하셨다. 담당하는 부서도 잘 돌아갔고 팀 내 입지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의 퇴사 소식은 꽤나 놀랍게 다가왔다. 임원 자리도 노려볼만한 위치에 있던 그는 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걸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일에 상당히 지쳐있던 상태였고 예전부터 양조장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에게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또 따른 한편에는 진정으로 그리던 꿈이 있었나 보다.


얼마 전 친한 친구의 생일 파티가 있었다. 그는 필자가 아마존에 입사하기까지 "부추김"을 담당했던 친구로서 (이 친구는 아마존에서 인턴십을 해봤기 때문에 룩셈부르크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룩셈부르크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하였고 결국 필자가 오퍼에 사인하는데 일조한 친구다) 바쁜 하루 중 시간이 맞으면 커피를 마시는 사이다. 그날 우리는 그의 와이프가 준비한 컵케이크와 샴페인을 마시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최근 그가 매니저와 나눴던 대화였다. 입사한 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그는 승진에 대한 관심이 많다. 평소 매니저와 승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는 그는 부서를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지금의 조직에서 승진을 할 수 있을까?"라며 매니저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아마존의 경우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갖춘다고 하여 승진을 시켜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해당 직급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췄고 그만한 성과를 보여준 사람에게는 시기와 상관없이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허나 친구의 매니저는 확실하게 답해줄 수 없다는 솔직한 답변을 전했고, 이런 불확실한 그의 입장에 친구는 다시 한번 돌직구를 날렸다.


그렇다면 팀을 옮기는 게 승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오늘은 선택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위에서 언급한 상사와 같이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고 친구와 같이 승진의 기회를 찾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룩셈부르크 오피스에는 안식 기간 (sabbatica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입사 2년 후 개인적인 사유가 있고 매니저가 동의한다는 가정하에 3개월 동안 쉴 수 있다. 얼마 전 동료가 학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안식 기간을 사용했고, 최근 한 임원은 조금 쉬면서 유럽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필자는 슬그머니 매니저에게 "안식 기간은 언제부터 갖는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그는 웃으면서 "너는 안돼. 어디갈 생각하지 마"라며 필자를 실망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은 퇴사다.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표 한 장 안 품고 사는 직장인이 어디 있냐고 할 만큼 회사생활이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퇴사를 경험해본바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학업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뒀지만 사표 한 장을 건네는데 수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고 매달 칼같이 꽂히던 월급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됐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회사라는 소속감을 버려야 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필자도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80%의 설렘과 20%의 두려움을 안고 일을 그만뒀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러한 과정 중 분명히 어렵고 힘든 순간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길을 지나면서 배운 것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었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주변에도 퇴사를 한 지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게 되어 이직을 결정한 분들도 계셨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아쉽게도 회사가 문을 닫아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 된 분들도 계셨다. 바깥세상은 지옥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본인들만의 길을 떠났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을 즐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어디서나 퇴사와 관련된 글을 접할 수 있다. 브런치나 유튜브와 같은 곳에서도 퇴사 관련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본인만의 스토리를 공유하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원인부터 (상사와의 갈등, 더 이상 발전이 없는 환경 등) 퇴사 과정 그리고 그 후에 대하여 다루는데 (필자의 MBA 시리즈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인생의 큰 변화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응원을 받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자주 다뤄지는 것을 보면 우리 밀레니얼들은 새로운 도전에 덜 망설이고 회사라는 조직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세대인 것은 확실하다. 필자 역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큰 영감을 받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트렌드가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다. 많은 이들은 목적을 가지고 퇴사한다. 힘든 회사생활로 어쩔 수 없이 퇴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분들은 "본인만의 목적"을 갖고 사표를 던진다. 그런데 실상 우리가 접하는 이야기들은 퇴사 후 그들이 즐기는 내용들이 다분하다. 예를 들어 필자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발리에서 한동안 지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막상 그 모습만 바라본 사람들에게 퇴사란 발리로 가는 길로 비춰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있던 힘들었던 부분이나 그 앞으로 잡아놓은 계획은 본인이 아닌 이상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필자는 퇴사라는 주제에 있어서 조금 더 조심스럽다. 퇴사의 목적이 퇴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충분한 고민이 없는 퇴사는 잠시 더 망설여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삼성과 아마존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동료들과 퇴사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또한 많은 선후배들의 행보를 봤다. 그리하여 오늘은 필자의 기준으로 일을 "잘" 그만둔 케이스들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일보다 본인이 먼저다.

오프닝에서 다뤘던 상사가 회사를 떠날 때 필자의 매니저는 "언제 떠날지를 아는 것 역시 커리어에 중요하다"라고 했다.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기나긴 터널과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보다 중요한 건 본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삶과 가족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앞에 두는 경우를 봤다. 승진하기 위해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퇴근을 미루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몰두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는 사람마다 신념이 다르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만약 일이 본인을 잡아먹는다면 다른 일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윗글에서 퇴사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일에 본인이 잡아먹히기 직전이라면 퇴사의 목적은 생존이 되겠다. 예를 들어 필자의 지인 중 국내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이 계신다. 그런데 그의 상사는 꽤나 유명한 "사이코"라고 한다. 그는 평소에 말도 안 되는 부분에서 트집을 잡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게 한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는 신고를 받을까). 그 결과 같은 팀에 계시는 한 분은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공황장애를 얻었다고 한다. 물론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과연 그에게 퇴사의 목적이 필요할까? 본인의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과연 회사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세상이 아무리 지옥이라지만 전쟁이라는 회사 속 총알받이로 사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두 번째가 어떻게 보면 필자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일은 전략적으로 그만둬라.

오프닝에서 다뤘던 필자 친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그의 매니저에게 강수를 뒀다. 매니저가 승진시켜줄 자신이 없다면 말한다면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매니저는 승진을 시켜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승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니저가 충분한 "동기"를 갖고 있느냐다. 보통 본인보다 높은 직급 사람들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매니저는 "A라는 친구가 이제 다음 레벨로 올라갈 준비가 된 것 같은데 혹시 그/그녀를 추천해줄 글을 써줄 수 있겠니?"라고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그 추천서들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고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니저에게 강한 동기가 없다면 승진 결과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친구는 매니저에게 "동기"를 갖도록 자극을 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로테이션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퇴사를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전에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리고 그 전략의 시작은 "지금의 경험을 다른 환경에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승진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부서를 옮기는 것이다. 특히 이제 막 성장하는 사업부에 들어가 본인의 영역을 키운다면 다른 조직 대비 더 빨리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탈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승진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데, 객관적으로 필자의 능력을 바라보고 과연 다음 레벨로 올라갈 준비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확신이 없다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모습에 다른 동료들은 지금 당장 매니저와 승진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은 배움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올바른 때가 된다면 필자 역시 나만의 전략을 준비할 것이다. 부서이동이 어려운 경우라면 퇴사 역시 또 하나의 옵션이다.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지인은 업계에 들어간 후 끊임없이 이직과 경험을 동시에 쌓으며 결국 본인의 드림 컴퍼니에 입사했다. 이는 테크 업계에서도 쉽게 목격되는데 코딩을 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구글, 페이스북으로 이직을 하며 본인의 몸값을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회사에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입사 후 회사에서 정해준 멘토와 함께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아마존은 재입사를 꽤나 반갑게 맞이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직 내 승진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기업으로 뛰어들어 그곳에서 경험을 쌓고 이와 함께 재입사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더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공부하는 곳이다.

필자가 대학교를 졸업한 시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붐이 일어났다. 필자 주변에 있는 많은 직장인들 역시 본인 회사를 차리기 위해서 사표를 제출했는데, 그들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창업이란 참 매력적인 선택지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 경제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리턴도 클 수 있는 게 사업이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이런 마인드로 회사를 다녔던 선배가 있다.


나는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퇴사해서 내 사업을 할 거야

그는 언제나 본인만의 사업을 할 것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3년이 지나자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제출했다.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도 없는 상태로 사표를 냈는데 (꽤나 리스크를 즐기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 후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휴식과 함께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이 확정되자 그는 직접 시제품을 생산한 다음 여러 벤처투자자들을 만나며 투자를 이끌어냈다. 처음 그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걱정 어린 조언들을 많이 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본인이 회사를 다니며 모은 자금을 투자하여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얼마 후 지인들과 모이는 자리에 들고 왔다. 처음 그의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미지근한 반응을 했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후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본인의 회사를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핫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무서울 기세로 수많은 데모데이에서 상을 휩쓸었는데,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그의 사업이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렇다면 그는 왜 먼저 회사를 다닌 것일까?


회사에는 배울 것들이 참 많다. 조직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시스템들과 프로세스들은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효율성의 집합체이다 (비효율의 끝판왕들도 많다). 이들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반대로 습득한다면 추후 사업을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 자금을 모으거나 네트워킹을 하는 목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남의 돈을 버는게 쉬운게 아니라고 하지만" 때론 회사를 돈버는 목적이 아닌 공부를 위한 목적을 갖고 다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창업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오너의 입장으로 사내 프로세스들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분명히 회사를 위한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날 것이다.



꼭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거나 동료들이 너무 좋다면 일을 굳이 그만둘 필요가 없다. 다만 오늘의 결론은 사표를 내기 전 퇴사의 목적을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홧김에 던지는 사표가 아닌 납득할만한 사유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기왕 일을 그만둘 것이라면 전략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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