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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l 26. 2019

비효율적인 회의 유형 5가지

"우리의 시간은 중요하니까요"

최근 크고 작은 회의들이 많이 있었다. 내년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부터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도 모르는 세법과 관련된 회의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런데 비슷한 포맷을 갖고 진행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회의의 질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했다. 좋은 회의는 잘 정리된 짧고 명확한 글이 있었고, 이에 걸맞은 좋은 질문들이 토론의 질을 높여줬다. 반면 어떤 회의들은 "이 회의를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심지어 어떤 회의는 참석해도 얻을게 없다는 것을 알지만 참석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비효율적인 회의들을 참석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같아 매니저에게, "A와 관련된 회의는 매번 굉장히 비효율적이야. 정확한 의제도 없고 결론도 없이 매번 회의가 끝나. 너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 같아"라고 질문을 던졌고 그는 약간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 회의 앞으로 참석하지마. 확실한 의제가 없다면 불참한다고 전해.


오늘은 회사생활을 하며 경험한 비효율적인 회의 유형에 대해서 다뤄보려 한다. 물론 아마존이나 삼성 모두 효율적이고 배울게 가득한 회의들이 더 많았지만 (그런 회의들이 있었기에 이 기업들이 지금의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외 꽤나 비효율적인 회의들도 있었기에 이 글을 적어볼까 한다. 


1. 의제가 없는 미니멀리스트의 회의 참석 요청

오늘 아침 회의 참석 요청 메일을 받았다. 무슨 회의인지, 회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전혀 적혀있지 않은 채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회의라고 메일이 왔다. 심지어 같이 일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별 다른 소개없이 참석 요청을 보냈고, 필자는 메일을 받고 아주 긴 한숨을 내뱉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구인지 설명하고, 이 회의를 하는 이유와 이 회의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의제에 대해서 명확히 작성해야지 않을까. 이런 내용들은 잘 아는 사이라도 꼭 필요한 요소이다. 직장인들은 항상 바쁘고 할 일은 항상 많다. 업무를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할 경우라면 적어도 그 사람이 왜 필요한지 적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은 회의의 의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정확히 통보해줘야 한다. 이를 작성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요청 메일에 이 부분을 작성하는데 1분 이상이 걸린다면 아마 회의를 다시 잡는 게 좋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다. "내가 직급이 더 높으니까 상관없어"나 "직접 만나서 설명해주면 되는데 뭘 글로 남겨"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신의 회의는 들어가기 싫은 회의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의제는 단순히 회의 요청 시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회의 중 대화가 산으로 가게 된다면 회의 주관자는 의제를 바탕으로 "주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보자"라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때 사용해야 한다.



2. 사람이 넘쳐나는 정겨운 회의

얼마 전 집단 지성에 대한 우수성과 관련된 글과 영상을 본 적 있다. 어려운 일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컨셉인데, 회사 내 회의 중 집단 지성이 필요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생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쌓이다 보면 결정을 하는 과정이 길어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 불필요한 두 번째 회의가 잡힐 수도 있다.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몇 명이 참석하는 게 가장 좋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오랫동안 해왔다. 한 파트가 전부 참석하는 회의도 참석해봤고 꽤나 높은 직급의 사람들을 한 국가로 불러 모아 워크숍도 진행해봤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똑똑한 사람 20명을 모아놔도 (정확한 의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주제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발언시간이 길어지며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고, 빠른 결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물론 참석 인원은 회의의 목적과 문화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의 경험상 4-6명이 (한 방에 모여 토론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이었다 (과학적인 증명은 없다. 순수한 경험이다). 이 정도의 인원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수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결정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관자가 처음부터 고민해보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불러오자. 옆 부서 김 과장만 불러서 이야기하면 될 것을 굳이 옆 옆 부서 박 차장과 아래층 최대리까지 부르지 말자. 그 사람들도 바쁘다.


3. 회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분불명한 회의

의제와 더불어 회의를 진행하기 전 회의 주관자는 "이 회의를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회의일 수 있고, 두 부서 간 타협점을 찾기 위한 자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이 없거나 목적이 회의 참석 인원들에게 정확히 공지가 되지 않았다면 그 회의는 어영부영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런 회의들이 많았다. 목적은 없지만 그래도 만나야 하는 회의,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회의 등 분불명한 회의들이 많았다. 멋모르고 들어간 첫번째 회의는 그래도 무난하게 끝났지만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실제로 이 회의를 앞으로 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곤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목적이 없는 회의가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상사들 중 불안해서 회의를 주관한 경우들도 봤다. 의제도 없고 목적도 없지만 다들 모여서 한번 고민해보자 라는 이유였다. 물론 이 부분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회의의 목적은 B에 대비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될 것이고 이 회의를 끝으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B라는 문제가 터졌을 때와 터지지 않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 2가지를 세우자"가 될 수 있다.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공유하는 에이스들의 회의에 참석한 적 있다. 그들은 사전 메일을 보내 (1) 회의 시간과 장소, (2) 참석 요청 인원, (3) 회의 주제와 이에 대한 맥락 설명, (4) 회의에서 얻고자 하는 내용들에 대한 설명을 간결하게 작성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메일이지만 받아보는 입장에서 왜 이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지 충분한 동기를 얻고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없는지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4. 회의 주관자만 말하는 회의

상사들이 주관하는 회의들은 때론 그들의 모노드라마가 된다.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회의 주관자의 임무는 회의를 주관하는 것이다. X라는 주제에 관하여 토론하자고 사람을 불러놓고 본인의 생각만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왜 굳이 회의를 주관하는 것인가. 이는 꽤나 쉽게 발견되는 케이스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면 항상 나오는 토픽이다) 가장 비효율적인 회의 유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하직원들에게 트레이닝하는 자리라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놓고 본인의 생각만 쏟아내는 것은 가능하다면 지양하자.


회의 주관자는 토론을 위해 "꼭" 필요한 인원들을 엄선해야한다. 그런 다음 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 촉각을 최대한 곤두세워 주변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예전 100분 토론의 손석희 선생님처럼 어느 한 사람에게 많은 발언 시간이 주어진다면 적절하게 끊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또한 주제가 산으로 간다면 뱃머리를 돌려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 역시 회의 주관자의 역할이다.  


5. 회의록이 없는 회의


막내야, 회의록 좀 작성해라.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실제로 신입사원에게 회의록 작성을 맡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열심히 듣고 모르는 것들을 체크하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회의 주관자가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경우 주관자들이 남들의 발언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을 것이고 본인이 원하는 내용들을 최대한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회의록은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공유하자. 단순히 회의 중 나눴던 대화를 적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는게 좋다. 특히 다음 행동 (Next action item)이 무엇인지 자세히 작성하는게 중요한데 예를 들어 "A와 관련하여 옆 부서 김대리가 며칠까지 무엇을 해오기"라고 굵게 작성하여 공유하자. 그리고 다음 회의 시작 전 김대리가 일을 다 마무리했는지 확인한 다음 기존 의제를 다루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질문을 했다. "저번 주 C와 관련된 회의 진행했을 때 누구누구 참석했지? 그 날 분명히 어떤 걸 하기로 했는데 그게 기억이 안 나네. 너 혹시 기억나?"라고 그는 물었고 "아마 회의록 있지 않을까? 그 회의 누가 주관했지?"라며 다시 질문했다. 그러자 동료는 "그 회의 Y가 주관했는데, 그 친구 원래 회의록 안 써"라고 대답했고, 그는 한동안 메일함을 뒤져가며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야 했다.  




위에서 설명한 비효율적인 회의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것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가서 "이런 식으로 회의를 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먼저 이런 비효율적인 회의를 지양하고 이를 몸소 보여준다면 주변 사람들 역시 따라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작은 디테일이고 생각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회의를 주관한다면 분명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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