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디자인계를 뒤흔들었던(?) 노토산스에 대해서 알아보자.txt
노토 산스 얘기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고?
일단 한번 들어보자.
태초에 두부가 있었다.
두부는 콩으로 만드는 식품으로써, 하얗고 네모 반듯한 형태에 김이 폴폴 올라올 때 먹으면 정말 맛있는 건강 식품이다. 하얗고 뽀송한 텍스쳐덕분에 한국 한정으로 재소자들이 출소하면 깨끗해지라는 의미에서 먹는 상징적인 음식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두부의 형태는 하얗고 네모 반듯하게 썰린 정육면체의 형태인데, 동양에서만 먹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만드는 방식을 찾아보면 매우 복잡한 까닭에, 원래는 높으신 분들만 드시던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서민 반찬으로 아주 요긴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이 두부가 서양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두부를 대중화하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건 일본이었다. 물론 화교 등 동아시아 민족들이 서양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가져간 요리들에서 전파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이 두부를 일본어로 읽으면 토후가 되는데, 영어로 표기하면 tofu다. 우리가 잘 아는 모찌리도후의 도후가 그 두부가 맞다.
서양 문화권에서 두부는 tofu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는 걸 일단 기억해두자.
현대로 넘어와서,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각 나라의 언어에 맞는 서체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Arial, Helvetica, Gilroy, Humanist 등 영문 폰트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디자이너들 역시 윤명조, 윤고딕, 산돌광수 등 다양한 서체들을 골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놈의 세계화와 지구촌 세상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전에는 우리나라 안에서만 잘 하면 됐지만, 문화의 교류가 많아지고 글로벌 서비스는 물론 해외의 서비스들이 서로 교환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전세계로 보자면 수백개의 나라가 수십개의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한 서체는 최소 수만개가 될 것이다. 가히 폰트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때 생겨난 문제가 바로, 먼저 디자인 일관성.
글로벌 IT 서비스든 해외 전시를 국내에서 로컬라이징하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폰트로 해야할 것인가? 같은 컨셉과 무드를 유지한 채 디자인 일관성을 어떻게 줄 것인가? 에 대한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바로 폰트 호환.
국내든 국내외든, 서로 다른 작업자 간의 작업물을 공유하면서 진행해야 할 때, 항상 폰트에 대한 호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다양한 폰트들이 서로 제각각 알력 다툼을 하면서 작업물을 일관된 형태로 유지하는 게 힘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그 당시 폰트 파일은 지금처럼 클라우드로 쓸 수도 없고, 인원 수대로 라이선스를 계약하면 폰트 파일을 통으로 다운로드받아서 설치하는 식이었다. 같은 작업자라고 해도 다른 PC에 옮겨 설치하는 걸 라이선스로 제한받기도 했고, 다른 작업자라면 당연히 폰트 파일 복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2인 이상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수 밖에 없었다. 폰트 파일 가격 정책이 괴랄하고 악명 높았던 건 차치하고....
제일 큰 문제는, 그런 사전 협의조차 없이 작업물을 공유받아서 진행해야 할 때 생겼다.
같은 문자를 다루는 폰트끼리는 괜찮지만, 다국어를 작업해야 하는 사람은 무조건 글자 깨짐 현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필연적으로 한글은 물론 영어를 포함해야 하는 우리나라 디자인 환경 상, 다양한 폰트를 사용하면서 디자인을 진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영문 폰트는 당연히 한글을 지원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한글 폰트의 영문으로 진행하자니 디자인 컨셉과 무드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게다가 웹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없는 글자는 저렇게 네모로 처리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폰트 파일을 열어보면 모두 알겠지만, 할당되지 않은 문자 영역에는 저렇게 네모 칸만 남아있는데 그것이 출력되는 셈)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디자이너 풀과 문화가 더 발전되어 있던 해외에선 이 현상을 먼저 마주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하얗고 네모 반듯한 물건에 빗대어 저 현상을 명명했다. 바로 Tofu였다.
정확히 얘기하면 현상보다는, 저 네모 칸 자체를 tofu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해당 폰트가 입력한 글자를 지원하지 않으면 나오는 일종의 빈 문자인 셈이다.
폰트를 바꾸면서 일관성이 무너지는 것도 짜증나는데, 폰트 파일이 없거나 글자를 지원하지 않아서 매번 바꿔가면서 써야 하는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업계 종사자들이 불편함을 겪게 된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완성형 폰트를 쓰면 괴랄한 조합형 글자는 출력할 수도 없다, 심지어 특히 한글처럼 전체 문자를 다 담는 조합형과 필요한 글자만 추려 놓는 완성형으로 나누면, 같은 문자 체계를 쓴다 해도 파일에 따라 tofu가 발생하는 나라가 있다는 뜻.
이에 드디어 우리 구글 형님이 나서기 시작했다. 풀어야 할 문제점은 매우 단순 명료했고, 그래서 해결책 역시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전 세계의 모든 문자를 폰트 하나로 만들자.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