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story Oct 31. 2017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10)

선행연구 검토

6. 선행연구 검토


Episode 6 (선행연구 검토)


항상 쉬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하는...



‘야 인마! 연구실이 네 침실이냐? 자빠져 자게’ 


자다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보니 연구실 방장인 진우형이 책상 앞에서 엎드려 자는 게 못 마땅했는지 괜히 시비다. 박사과정에 있는 진우형은 내가 군대 갔다 왔을 때부터 조교를 하면서 군기를 잡더니 지금은 연구실 방장이 돼서 더 잔소리가 심해졌다.


“아~~! 쫌만 자게요.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지난번 서론 쓰기 숙제에서 우리 조원 중 나만 ‘C’를 받아서, 다음 숙제인 “선행연구 검토하기 부분에서도 나 혼자 낮은 점수 받으면 쪽팔릴 텐데...” 하면서 어제 밤새도록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읽어보다 보니 꼬박 밤을 새웠다. 


도서관에 가면 그녀 생각이...


진우형 등쌀에 연구실에서 잠자기는 그른 것 같고 해서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험 시즌이 돼서 도서관이 만원이고 자리 찾기 힘들다. 학부 때는 약간의 섬싱이 있었던 영문학과 수진이가 자리를 잡아주곤 했었는데... 이제 그녀는... 없다. 졸업해서 좋은 직장 다니는 남자친구랑 사귄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 같은데... 불현듯 보고 싶어 진다...


맘이 싱숭생숭 심란해졌지만... 억지로 맘을 다잡고 국내 논문집을 찾아서 각 논문의 선행연구 검토 부분들을 살펴본다. 그런데... 많은 논문에서 그냥 관련이 있다는 논문들을 소개하고 나열만 하는 형태가 많고, 선행연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열을 하고 표로 정리를 하는 사람도 많던데... 그렇다면, 선행연구 검토는 비슷한 연구를 한 경우들을 요약하면 되는 건가?




Tip 9. 선행연구 검토는 토론과 설득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필자가 한국에 들어와서 국내논문과 외국논문(SCI, SSCI)과의 차이라고 느꼈던 것은 선행연구에 대한 검토 부분이다. 물론,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했거나 국내에서 학위를 땄더라도 잘 쓰시는 분들은 예외지만, 많은 국내논문에 있어 선행연구 검토는 논문의 형식을 구성하는 단순한 요소 정도로 치부해버린다.
어쩌면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논문계의 특성이 있는 것 같고, 많은 저널에서 논문의 분량에 대한 제한이 있다 보니 선행연구검토는 그냥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논문을 심사할 경우에도 선행연구 검토에서 충분한 토론이 있고 충분한 관련 논문 비교가 있는 경우에는 “잘 썼네”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나열하고 요약표 정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시비 걸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미국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와 비교하여 글 속의 토론의 강도나 인용의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한 듯하다. 

본격적으로 선행연구 검토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선행연구검토’를 작성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 두 가지만 우선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① “토론이 들어가 있는가?” - 내 주장을 옹호하는 논문들과 반박하는 논문들을 동시에 등장시켜라!

논문(論文)이 “글(文)을 논(論)한다”는 의미인 것에 기초한다면, 내 주장을 독자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내 주장에 호의적인 논문들을 등장시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증명하고 있으니, 나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라는 것을 부각시켜라.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나의 주장에 대해 반박할 여지에 대해서 이를 피하기보다는 과감하게 글 속에 등장시킬 필요가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나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라는 것을 독자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자.
② “하나씩 차근차근 설득해라!” - 내 주장을 반박하는 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틀리다’, ‘맞다’라고 이분법적으로 설명하지 말고 대화해보자.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맞고 그른 것이 없다. 상황이 변화되고 보는 관점이 변화되면, 결과도 바뀐다. 예를 들어, 필자가 미국에서 쓴 논문 중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효용성(Utility)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장과 거주지간의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애주기(Life Cycle)에 따라 자녀를 키우거나 노년이 될 경우에는 ‘교육환경’, ‘자연환경’, ‘사람들과의 친화’ 등이 효용에 영향을 미치고, 직주간의 거리의 중요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라고 논의를 했다. 원칙적으로 당신들이 얘기하는 직주근접이 효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맞지만, 사람들의 상황이 틀려지면 효용은 그만큼 변화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내편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