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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롥호롞 Feb 13. 2020

왜 집착하는 걸까?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종종 '내게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서 상처를 받거나 힘들어할 때도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어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만들고, 내가 원하는 생각이나 마음을 갖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정말 좋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마음과 생각을 갖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만족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한다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도 싫어하게도 만들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이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해도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랑을 주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보통의 사람들은 이와 같이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만족할 수 없고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잠깐 ‘사랑하는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해도 그와 같은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존중받아 본 경험이 별로 없으며 그래서 존중받고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하면 할수록 더 큰 만족감을 얻고, 더 큰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왕자나 공주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내가 조종하는 인형 같은 존재에게 사랑받는 것을 꿈꾼다는 것이다.


집착하는 마음이란 영향력을 확대하기 원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으며, 집착하는 행위란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즉 내 생각과 다른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통제해서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곧 집착이라는 것이다.  


집착하는 이들은 내가 상대방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져서 상대방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게 되고, 훨씬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내가 지금 상대방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생각이나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음을 느낄 때,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서 나를 힘들게 할 때, 상대방을 통제해서 내가 원하는 마음과 생각을 갖게 만들고,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과 헤어질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방은 내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내가 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 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상황에서 존중받고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방을 어떻게든 내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통제당하고 통제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아는 상태로 타인을 대한다. 즉 자신에게는 타인의 생각, 감정, 기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맞춰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타인에게 집착하는 이들은 힘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들 또한 힘을 가져서 다른 누군가의 생각, 감정, 행동을 통제하길 원한다. 자신에게 다른 누군가의 생각, 감정,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기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인형 같은 존재의 말이나 행동이 아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의 말이나 행동에서 사랑을 느낀다는데 있다. 달리 말해서 집착하는 이들은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인격체의 통제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 생각이나 감정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집착하는 이들은 반대로 자신이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내가 상대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더욱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집착하는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강하게 통제하기를 원하게 되는데, 더 많이 통제하게 되고 더 많이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하게 되면 원하는 만큼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통제를 강하게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사랑에서 멀어져 가겠지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하면 할수록 사랑을 많이 느끼게 될 거라고 믿는 이들은 자신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쉽게 상대방에게서 찾는다. 통제하지 않고 통제당하지 않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을 통제하길 원하는 이들은 자신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쉽게 상대방을 탓하고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내게 통제당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니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통제함으로써 사랑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디테일하게 이벤트 계획을 말해주고 내 계획대로 진행되는 나를 위한 이벤트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나를 위해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을 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가령 생일날 나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내가 계획하고 내가 지시하고 내가 짠 각본대로 진행한다고 해보자.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을 하며, 폭죽이 터지는 것을 보며 놀라는 척 그럴듯한 연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의사가 조금도 들어 있지 않은 깜짝 이벤트를 받는다면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


즉 우리는 내가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내가 존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만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기 전에는 호감을 느끼지만 나를 좋아하게 되면 호감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들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상에게서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느껴져 호감을 느끼지만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방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겨 호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는 호감을 느끼지만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호감이 없어지는 이들은 보통 나쁜 남자 스타일 혹은 세 보이는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나쁜 남자나 세 보이는 여자는 결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나쁜 남자 혹은 세 보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끌려 다니기를, 혹은 통제받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밀당은 상대방에게 이와 같은 효과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이 원하는 때에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줌으로써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상에게 사랑을 받는다’라는 느낌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 곧 밀당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말하자면 우리는 지나치게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도 하지 말고, 지나치게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를 바라지도 않아서 독립적인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할 때 내가 상대방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상대방 또한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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