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떼기마켓을 처음 알게된건 작년초 "스타트업 코리아" 컨퍼런스에서였다. 버티컬 비즈니스로 약간 언급되었고 "스타트업 코리아"책에도 8 페이지 정도 할애되 있어 어떤 서비스인지 간단히 알게된 정도였다.그러다가 작년에 Yes24 중고서점이 동네에 생기면서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갖고있던 책을 많이 내다 팔고 새책으로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 중에 상태가 좋은 책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중고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뒤, 갖고있는 물건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물건을 싸게 사는 것 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것 중에 보지 않거나 쓰지 않는 것을 쉽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원이 넘는 책을 팔아서 천원정도 돌려받는 금전적인 이득도 있고 이렇게 정리를 하기 시작하니 공간에 대한 여유를 갖고 올 수 있게 되었다. 책장에 쌓여있고 칸칸의 틈에 끼워져 있던 책을 한꺼번에 정리하고나니 마음까지 후련해졌다.
책장 다음으로 관심을 갖게된 것이 옷장이었다. 옷은 책과는 달리 여름옷과 봄/가을, 그리고 겨울 옷을 나눠서 보관하고 있긴 하지만 옷장에는 시즌내내 한번도 입지 않는 옷들이 가득 쳐박혀있었다. 갖고있는 옷의 개수 압박으로 새옷을 사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참 아까운 비싼 옷들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온라인으로 샀다가 이미지와 달라서 한두번밖에 입지 못한 옷들도 있었다. 도떼기 마켓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물건을 팔아보았다.
도떼기 마켓 앱을 깔면 '쇼핑하기'와 '판매하기'로 구분되어 있다. 우선 판매하기를 눌러보면 팔수 있는 메이커인지, 상태가 어떤지를 물어본다. 그 뒤 옷 접수를 위한 큰 비닐백이 집으로 배달된다. 옷을 넣어 접수신청을 하면 기본적인 개인 정보와 방문 희망일을 물어본다. (12월말에 클린백을 신청했다가 4월말에 접수 신청을 했는데 정보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판매 신청소에는 브랜드, 카테고리, 사이즈 및 옷의 상태를 표기하게 되어 있다.
접수가 된 후 2주뒤에 판매금액이 제안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중간에 5월초의 긴 연휴로 인해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메세지를 한차례 받은적이 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싸이트를 들어갔는데, 판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자세히 보기를 들어가서 보니 옷의 색상이 변했다고 하며, 보풀이 있다고 한다. 분명 몇번 입지 않은 옷이었는데 변색이 있다고 하니 물건을 다시 확인해봐야 하는가?를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도 잘 안입다보니 세탁을 제대로 안해 목쪽에 색상이 변했던 것 같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입력한 주소로 착불 발송을 물어보게 된다. 택배비 3,000원도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돌려받아도 입지 않을 제품이라 기부하기 버튼을 눌렀다. 기부하기로 결정된 상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여진다고 한다.
판매금액을 받지 못해 결과는 아쉬웠지만, 수거>접수>평가>판매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그리 귀찮지 않게 느껴졌다. 마치 온라인 상품을 구매 후 반품하는 프로세스처럼 한번만 제품을 수거Bag에 넣으면 그 뒤는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판매금액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고객도 분명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오프라인에서 중고책을 바로 고객과 대면한 상태로 평가해주는 것은 일종의 합의 과정같이 느껴졌지만, 온라인으로만 커뮤니케이션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긴 하겠지만 보낸 옷을 평가한 내용을 납득할 수 있도록 다시 사진으로 전송해주거나, 오프라인으로 바로 평가해주는 Store가 있다면 좀 더 거래가 활성화될 것 같다.
도떼기마켓에서 상품을 구매해보았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상품의 퀄리티였다. 특히 물건을 팔려고 보냈다가 변색이 있다고 판매거부를 당하고 나니 판매가 가능한 물건들의 상태가 어떤지 더 궁금해졌다.
택배박스는 일반적인 형태지만, 회사 심볼(이지싶다)같은 제비 그림은 택배상자 테이프에도 잘 표시되어 있었다. 안에는 감사 엽서, 그리고 스티커와 제품 상세에 대한 A4 용지가 함께 배송되어 왔다.
상품의 포장상태는 그냥 정상상품과 차이가 없이 깔끔했다. 특히 UNION CLEAN CARE라는 Tag이 있어 바로 입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조거 팬츠를 하나 구입했는데 꼼꼼히 제품을 확인해봤는데 그냥 새옷이라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퀄리티의 제품이었다. 바로 입어볼 수 있다는 점과 실물의 퀄리티때문에 갑자기 만족도가 올라갔다.
모바일 앱을 통해 물건을 고르고 구매했다. 메인 탭은 HOME/SHOP/BRAND로 나눠져 있다. 일반적인 쇼핑몰같이 최상단에 검색창이 있진 않았다. 검색보다 큐레이션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였다.
HOME은 오늘 업데이트된 상품, 프로모션등으로 쓰고 있었고 SHOP을 들어가면 MEN/WOMEN 구분과 몇가지 키워드를 해시태그 형태로 큐레이션 하고 있었다. MEN으로 들어가서 다 훑어보기 싫어서 필터에 사이즈를 걸어서 몇몇 제품을 살펴보았다. 가격은 대부분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BRAND 탭을 들어가면 '지금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와 A~Z까지 브랜드를 골라서 볼 수 있다. 검색대신 브랜드를 좀 더 부각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전체 브랜드와 상품 SKU가 궁금해서 페이지를 모두 세어 보니 600여개 브랜드와 4만 3천개 정도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은 SPA브랜드와 스포츠용품이었다.
판매와 구매쪽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물건을 사고난 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Yes24 중고서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동일하게 느낀 점인데 중고제품은 판매시는 항상 아쉽게 팔고, 살때는 득템한 듯한 기분이 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정도 제품 퀄리티를 계속 유지만 한다면 본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싼가격에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반대로 서비스가 좀 더 커지만 이 부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