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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Sep 30. 2017

디자인(讀): '어쩌다 디자인'을 읽고

결국 문제는 '어떤 것을 지키고 어떤 것을 비틀지'이다

 이 책은 브런치와 ㅍㅍㅅㅅ 페이스북에 포스팅된 글을 자주 봤던 장영진님이 쓴 책이다.

올린 내용이 좋아서 미술 전공자이자 산업디자인을 하고 싶어하는 조카에게 링크도 몇번 공유했었고,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추석 선물로 주려고 샀는데, 출퇴근길에 읽다보니 보던 책을 잠시 미루고 하루만에 후딱 다 읽게 되었다. 평소 디자인 품평회를 들어가면 자신의 수준과 경험에 근거한 아무말 대단치가 벌어지곤 하는 일상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던 탓인지, 혼자 킥킥대고 웃었던 대목도 많았다.


│마케터로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소개하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할 때 '이 제품은 디자인이 진짜 좋아요', '저희 서비스 디자인이 참 좋아요'라고 클라이언트에게 이야기 했다간 보통 2~3초의 정적을 맛보게 되거나, 기껏해봐야 '으흠~'하고 살짝 동의를 얻는정도에 그친다. 마케터로서의 입장에서 디자인이 왜 좋은지를, 특히 설득력있게 전달하기는 정말 어렵다. 발표 슬라이드에 들어있던 'Sleek', 'Sophiscated', 'Floating Mass' 이런말들을 영혼없이 뱉었던 쓰린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좋은 디자인이라는건 뭘까? 그걸 이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마케팅/영업을 하다보니 고객이나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전달할 기회가 많다. 그러다보니 '예쁘게', '잘', '깔끔하게' 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 말들의 조합은 아주 무심결에 자연스럽게 사용 되는데 '클라이언트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니까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반영해주세요'라는 말을 툭하니 내던지게 된다. 특히 decent라고 평가해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땐, 제품 출시 여부에 결정적인 문제이므로 이걸 어떻게 디자이너에게 설명해줘야 할지 난감했다.(그 제품은 동가격대에 스펙는 낮추고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고 기획한 제품이었다!) 결국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서 출발해 만질수있고 동작하는 제품으로 나올 때 까지, 디자인은 지난한 과정에 중심이 되었다.


│디자인은 결국 다 잘되자고 하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점은 세가지다.

 

 1.디자인 책이지만, 이미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용보다는 실제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작권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2.챕터마다 나름의 결론과 한줄짜리 요약을 삽화와 곁들어 내용 이해가 쉽다
 3.디자이너와 일하는 기획, 마케팅, 영업 직군 사람들에게 더 도움될 내용이 가득하다.


저런 현업 요구 사항을 줄타기에 표현하니 재밌다


 특히 디자인 책이지만 이미지가 별로 없어서인지 책에 대한 몰입감이 좀 더 높았다. 다 보고나서 찾아보고 싶었던 작품들은 구글로 검색해 보았다. 게다가 어려운 주제를 툭 건드려놓고 알아서 생각하세요 보다는 나름의 결론을 맺으려 하고 있어서 챕터마다 생각을 더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좋았던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하나요.'를 요약해본다.

좋은 디자인은 객관성과 주관성이 조함됨으로써 만들어진다. 디자인이 사용될 맥락과 출시되는 트렌드, 사용자의 행동 등 객관적인 정보에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기획과 영감이 섞여 개성을 가짐으로써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능이나 기술은 모범 답안이라고 할 만한 방법론이 존재하는 데 비해, 디자인은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속성이 많음에도 어느 상황에서나 적용될 만한 디자인 원칙이나 방법론이라는 것을 말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예를 들어 좋은 디자인 구성으로 알려진 '황금비'를 따른다면 처음에는 그 형태가 깔끔하게 정리가 된 느낌이 들지도 모르나, 점차 좋은 디자인으로 여겨지지 않게 될 것이다. 심지어 어느 시점에서는 구태의연한 것으로까지 간주할 수 있다. 우리의 눈은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고 어느 순간 그것을 무시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동일한 원칙이 반복되면 처음과는 다르게 받아들인다.(중략)

 즉 좋은 디자인은 전체적으로는 오랫동안 정립된 디자인 원칙과 규칙을 따르는 가운데 개성적인 관점과 감각에 따라 비틀어줌으로써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좋은 디자인의 원칙들을 잘 알아야 한다.
 결국 문제는 '어떤 것을 지키고 어떤 것을 비틀지'이다. 여기에 대한 답이 좋은 디자인을 하는 방법에 대한 답이다. 이는 또한 디자인 교육이 어렵다는 말이나, 그냥 '강약을 잘 조절하면' 된다거나 '재능'이나 '감각'을 키우면 된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디자인 원리나 이론은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는 건 그 시점이나 정도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대문이다.(중략)

 디자인 업계의 거정으로 손꼽히는 디터 람스Dieter Rams의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완벽하게 구성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정석과 원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절묘하게 강조점이 있어 대비와 긴장을 준다. 원칙적이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흉내를 내보려 하면 굉장히 어렵다.
 이 구성과 요소들을 더 세분화해서 더 깊이 이해하는데에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아름답다'거나 '멋있다'는 전체 인상을 보는 대신, 세세한 구성을 파헤치고 분석하는 연습과 그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체화하는 것이다. 그냥 흘러가듯 좋은 디자인을 보는 것은 취향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깊은 이해를 얻기는 어렵다.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본성을 극복할만한 훈련이 먼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더 강조한다면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자질 중 하나로 '부정(否定)'의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인식의 문제와 관계있는데, 익숙한 현상에 주의하지 않는 우리 시각에서 벗어나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더 나은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다.(중략)

 모범적인 답안이지만, 결론적으로는 훈련과 연습이 색다른 인식과 표현을 만든다. 경제적이면서도 게으른 뇌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디자인을 하는 방법은 설명할 수 없지만 좋은 디자인에 어떤 노력이 왜 필요한지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2탄이 나오면 좋겠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 여부를 떠나서 참 재밌는 책이다. 생생한 사례와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책 내용을 보다 보니 쉽게 읽히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깊이도 느껴진다.

오늘도 내일도 디자인을 하실거라는 작가님의 마무리처럼, 디자인에 대한 리얼한 이야기를 계속 전해주시길!


https://brunch.co.kr/@yjjang

http://youngla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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