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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Apr 02. 2022

나는 취미가 없다

무취미의 권유 서평


무라카미 류.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끼와 비견될 정도로 유명작가. 나도 오래전에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노르웨이 숲을 필두로 일본 소설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이 책도 그 당시 솔직한 남녀관계와 시대상을 반영했던 청춘 소설로 기억한다. 예나 지금이나 제목 자체는 정말 멋지다.


그런데 한국에서 알려진 건 그냥 일반 작가이지만 일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감독, TV토크쇼 진행자, 쿠바 음반 제작자, 사진작가 등의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책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월간지 '괴테'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한 글을 모은거라고 적혀있다. 아니 소설가가 비즈니스 관련 월간지에 글을 쓰는 것도 신기한데 거의 20년 전부터 저런 N잡러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라니! 뭔가 앞서가는 사람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 이 책의 한 단락을 정리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포스팅된 내용이 울림이 있어서 결국 책 전체를 완독하게 되었고, 서평으로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내용이 많았다. 38개의 짧은 내용이 들어있는데 보통 3~4페이지로 주제들이 정리되어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담담하게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서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독하기 어렵지 않다.


책을 읽고 마음에 와닿은 내용 3가지를 옮겨본다.



│무취미의 권유: 취미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


무취미의 권유라는 뜻은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당당히 '나는 취미가 없다'라고 한다. 삶에서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축적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본문▽

요즘 넘쳐나는 '취미'란 한결같이 동호회처럼 특정 모임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기조늬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하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취미의 세계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망도 함께 한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곤경: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가 발생하는 건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를 대응하는 방법에서 결국 성공이 갈리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이야기가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보이는 것, 화려한 것에 눈과 마음이 가면 안된다. 의미 부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문제 해결은 지루하고 고된 작업임을 인정하고 그냥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본문▽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아 곤경에 빠지게 하는 사고는 돌발적인 게 아니다. 영화 제작 중에 '이상하게 장면마다 밋밋하고 연기도 생동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때'가 그렇다. 비즈니스에서라면 '아무리 용을 써도 신제품의 매출이 지지부진할 때', '까닭도 없이 생산이 차질을 빚고 불량이 늘어나 귀신이 곡할 노릇일 때', '경영자는 열심히 외치는데도 종업원들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할 때'와 같은 경우이다. 이것이 원인이라고 딱 꼬집을 수 없는 문제는 여간 성가시고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그래서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들은 "원인만 알아도 문제의 80퍼센트는 해결된 거나 다름없지."라고 고충을 털어놓곤 한다.


 이런 곤경에 빠졌을 때는 컴퓨터의 문제해결 방식(trouble shooting)처럼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계속 하면서 끈질기게 원인을 찾아내 적확한 대첵을 취하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몹시 지루하고 평범해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재미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곤경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다. 위기 일발의 상황을 구사일생으로 벗어나 성공했다는 따위의 돌발적이고 눈에 띄는 곤경만이 세상의 이목을 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이다. 눈에 보이는 사고는 준비만 충분히 해도 90퍼센트는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ㅇㄴ 보다 철처히 준비하지 못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지 투지나 근성, 기개 따위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곤경에 처했을 때 적절히 대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아마도 이 세 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작업일지 모른다.



│리더의 역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


리더를 다시 생각해본다.


자질만으로 조직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풀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데 뭐가 문제인지, 뭘 해야하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의외로 조직 10명 이상되는 동료 리더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반대로 본적이 있다. 이걸 거꾸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리더의 '망상'에서 탄생한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실행을 하는 팀장, 임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조직내에 '문제'라고 조직내에 퍼트려야 하므로, 그 사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Top에서의 승인이나 혹은 개인기가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초기만이라도 좋다면 그걸 확산하는 능력이 출중할 것이고,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른 환경탓을 하며 다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본문▽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리더의 역할은 현실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조직의 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이다.


흔히 리더의 자질이라며 꼽는 것이 신망이 두텁다거나 대담하다거나 인내심이 강하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리더의 '자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지녔어도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는' 리더는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 리더는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영화 <이오시마에서 온 편지>에서 명장으로 묘사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대장이 그렇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파악한 그는 해안선의 진지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서 터널과 지하 참호를 판 뒤 지구전을 펼치며 적을 괴롭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리더의 자질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은 근대화라는 커다른 목표를 사회적으로 공유했던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전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공유하고 있던 시절에는 그저 자질을 문제 삼는 것으로 충분했다. "내가 이 회사를 확 바꿔 버리겠다."라는 식으로 호언장담하는 경영자치고 변변한 인물이 드물다. "내가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하는 정치인에 대해 내가 한결같이 지니고 있는 생각은 '당신부터 바뀌어야(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지,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 결과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와 같은 물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밝히지 않는 리더는 신뢰할 수 없다.


못난 리더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연설이나 회견을 할 때 주어와 술어가 분명치 않고 술어를 많이 끌어다 쓴다는 점이다. 요즘 '죽을 각오로', '확실하게', '빈틈없이', '마음을 비우고' 따위의 말들이 유행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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