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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Jun 13. 2018

하동의 멋, 맛

하동 1박2일 맛보기 여행을 다녀와서

 하동을 여행 갔다왔다. 갔다온 이야기를 사람들하고 하다보니 어디서 들어본 지명 같은데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나는 먼저 지리산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동이 고향(또는 부모님의 고향)인 친구들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지명이었다.

 서울에서 거리가 좀 있는지라 남해를 내려가는 길에 몇번 들렀기도 했지만, 메인여행지로 하동을 갔던 적은 없었다. 그런 하동이 요즘 핫하고 한다. 때마침 갔던 시기쯤에 배틀트립에서 하동편이 나올 정도로 20대들이 가고 싶은 국내 여행에 손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벚꽃이 예쁜곳이라 3월에 가면 더 좋았겠지만 질 무렵인 4월 중순에 하동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250Km가 넘는 거리라 1박 2일로 가기엔 부담스럽긴 했지만,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들어오는 2박 3일같은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쌍계사 - 단야식당과 봄 햇살을 담은 경내


 먼저 단야식당을 들렀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던 탓에 식당 개시 손님으로 방문했다. 위치는 쌍계사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서 올때마다 들르게 된다. 사람들을 환영하는 듯한 나즈막한 돌계단을 올라가면 정원이 아름다운 식당이 나온다.

  절 아래 있는 식당에 어울리게 채식 위주의 정갈한 한끼 식사를 만나게 된다.

표고버섯전과  더덕 산채 정식을 주문했다. 버섯전은 바삭바삭한 식감도 좋았고 두툼한 버섯이 마치 고기가 들어간 듯한 포만감을 준다. 정식에는 다양한 나물과 반찬들이 따라 나와 반찬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했다.

  쌍계사를 올라가는 길은 깊은 산길 느낌을 주지만 10~20분 사이에 올라갈 수 있다.

문화재 구역이라 유료라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올라갈 수 있다. 4월이지만 날씨가 약간 더울때였는데 햇살을 깊이 담고있는 계곡을 보니 청량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신라시대(840년)에 지어진 절 답게 사찰내에는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있다. 국보 제 47호인 진감선사대공탑비를 비롯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 등 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엄청나게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입구의 안내처럼 수십가지 문화재들이 조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천천히 둘러보다보니 고개를 돌릴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경치를 볼 수 있다.


│켄싱턴 리조트 - 최상급 위치


 쌍계사를 나와 리조트에 짐을 풀러 갔다. 멀지않은 곳에 하루를 묵었던 숙소가 있는데, 폭이 좁은 도로를 달리다가 갑작스럽게 큰 건물이 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아 보였는데 약간의 비탈길에 지은 리조트라 전체적인 공간이 넓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부 시설이나 직원들의 서비스 응대를 보니 기대치 않았던 수준이 느껴졌다.


│토지 -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


 하동을 오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들린다는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토지 개정판 서문에서 박경리 작가님은 하동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댁을 복원한 뒤 진행했던 "토지 문학제"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자리였지만 섬진강 강변길을 따라가는데 그 풍경을 보며 왜 작가가 되었는지를 마음속으로 되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지리산의 한을 이야기 하며 갑작스럽게 울컥하는 느낌과 함께 말을 이을 수 없었다며, 한번 찾아와본 적 없는 악양면 평사리에서 비로소 토지를 실감했다고 한다.

 나는 그 서문의 표현 중에 "골격이 굵은 지리산 한 자락이 들어와 있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을 보며 저 경치를 보며 골격에 비유한 대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관은 대작가의 동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동상도 인상적이고 한옥 느낌의 정갈한 건물도 정감있게 자리잡고 있다.

내부에는 작가가 직접 원고지에 쓴 토지 원고와 신문 연재, 그리고 색이 바랜 책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작가의 일대기를 통해 작가가 아닌 개인의 삶도 조금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기 쉽지 않은 시대에 작가로서 어머니로서 고단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서 무척 성공한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셨을까?


│화개장터 - 상상이하의 관광지


  노래로 유명한 화개장터도 들렀다.

입구부터 기타를 들고 있는 동상을 볼 수 있어서 노래가 생각났지만, 시장안은 정말 먹거리와 볼거리가 없었다.특색없는 상품들을 이것저것 팔고 있는데 다 돌아보는데 10분도 안걸릴 정도였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노래 탓인지 어르신과 관광버스는 많이 볼 수 있었다.


│하동녹차 - 녹차 차밭길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녹차 재배지가 있었다. 하동에도 녹차를 재배하는지 잘 몰랐었다. 순수 토종 야생차밭이며, 일년에 재배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동 녹차연구소도 있고 쌍계사 차 시배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차 재배지라고 한다. 야생차 박물관까지 있지만 시간관계상 들리진 못하고 차밭에서 차 잎과 향기를 맡아보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재첩국 - 청운식당


  아침을 재첩국으로 해결하려 리조트에 맛집을 물어봤다. 직원들도 간다는 "청운식당"을 가서 재첩국을 한팩 샀다. 부추와 고추를 넣고 먹으면 맛있다는데, 준비해간게 없어서 조금만 주시면 안되냐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넉넉하게 넣어 주셨다. 예전보다 재첩살이 작어지긴 한 것 같았지만 국물맛은 여전했다. 아주 개운한 아침 한끼를 해결했다.


│매실마을 - 홍쌍리 매실가


 하동에서 멀지 않은 광양에 친척이 있어 가는길에 홍쌍리 매실가를 들렀다. 매실관련한 명인으로 TV에 여러번 소개가 되었다고 한다. 농원과 뒷동산에 매화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일요일에는 작업을 하지 않아서인지 청매실농원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점같은게 있긴 했는데, 역시 영업을 하지 않아 맛볼 순 없었다. 매화꽃이 필 무렵에는 제법 예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광양 불고기 - 금목서


  광양을 들른김에 불고기를 먹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친척분께 여쭤보니 대부분 광양 불고기 특화거리에서 불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대부분 맛이 비슷비슷하다고 했지만 그중에서도 "삼대 광양불고기"집을 많이 들른다고 해서 갔다가 대기시간이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다른 곳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금목서"라는 곳이 있어 마침 자리가 바로 있다고 해서 목적지를 바꿨다.

 한우와 미국산 가격이 확 달라서 우선 미국산을 시켰다. 첨엔 멋모르고 차돌박이를 굽듯이 한두번 뒤집어 바싹 구웠다. 서빙하시는 분이 불고기 그렇게 굽는거 아니라며 긴 젓가락을 사용해서 고기 덩어리를 휘휘 저어가면서 숫불향을 베이게 굽는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해서 구워보니 확실히 맛이 달랐다!! 그리고 같이 나온 밑반찬도 깔끔했고, 특히 산나물이 들어가 있는 된장찌게가 고기를 먹은 느끼한 입맛을 개운하게 잡아줬다.


│마무리 - 1박 2일로는 부족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1박 2일에 하동을 다 돌아보기에는 부족했다.

하동 짚와이어도 타보지 못했고, 동정호도 못가고 차문화 박물관과 녹차도 마셔보지 못했다. 하지만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여행자체는 무척 즐거웠다. 박물관이나 체험관 중심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가 살짝 걱정했지만, 넓은 들판과 섬진강이 흐르는 곳곳에 작은 시내들도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놀았다. 다음에는 한번도 안가본데를 중심으로 다시 하동~광양 코스로 여행일정을 잡아보려 한다.


 갔다온 이후 하동이라는 도시가 친숙해졌다. 며칠전에 하동에 청년 귀농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지역 청정 재료를 이용해서 이유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청년 사업가의 기사를 읽게 되었다. 관광 뿐만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반가웠다. 사업들이 계속 번창해서 현지 사람들과 외지 관광객들 모두 행복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0/201806100205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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