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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Oct 07. 2018

부산 비엔날레 2018

서부산의 새로운 명소, 부산 현대미술관

 추석연휴 부산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보니 비엔날레가 눈에 띄였다. 특히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한다고 하는데, 개관한지 얼마 안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서부산쪽으로 나들이를 계획하게 되었다. 매번 해운대, 송정 등 동부산쪽에서만 시간을 보냈던 터라 간김에 을숙도,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들러볼 계획을 세웠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에도 전시가 있다고는 했는데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어 현대미술관만 가기로 했다.


http://2018.busanbiennale.org/


│부산 현대미술관: 외벽의 수직정원과 넓은 공터


  부산 현대미술관은 을숙도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 위치는 1호선 하단역과 가깝고 오는길에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자마자 바로 볼 수 있었다. 작년에 개관했고, 넓은 외부 공간과 지하1층~지상 2층의 전시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부터 넓고 공간도 넉넉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탁 트인 외부가 인상적이었고 어린이 예술 도서관까지 있어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무척 많았다.

모던한 건축물보다 외벽을 수직정원으로 꾸며놓은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멀리서보기에는 그냥 빽빽한 담장이 넝쿨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토종, 토착 식물 175종 & 4만 4000여 포기를 심어 부산의 식물 생태계를 표현했고 한다. 그 덕분인지 생긴지 1년밖에 안되는 새건물의 느낌보다는 포근한 느낌이 더 먼저 다가왔다.
http://www.busan.go.kr/moca/index

주차장에 내려려서 미술관을 바라본 뷰, 오랜만에 눈이 탁 트인다
수직정원을 올려다본 모습 - 걸어가야 할 것 같다^^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80827000223

미술관 입구 - 광곽으로 찍어도 다 안들어올 만큼 건물폭이 넓다
미술관 1층 - 입구부터 모던함이 느껴진다


│비엔날레 테마: 비록 떨어져 있어도, Divided We Stand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다소 무거웠다. 2차대전 이후 여러 국가들이 정치 혹은 역사적 이유로 분열을 겪었는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등 다양한 국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아직까지 대표적인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이 테마에 빠질 수 없고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분열과 관련, 지도자(혹은 독재자) 포스터, TIME 표지, 이산가족 등 다양한 작품과 오브제들을 볼 수 있었다. 설치 미술이나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영상으로 본 여러가지 작품들이 인상깊었다. 그중에 군대 훈련병들의 종교행사, 위문공연 및 신체검사 등을 별다른 설명없이 보여줬던 영상이 강렬했다. 한국 남자들이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들인데 그걸 3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했다. 군대라는, 분단이라는 특수성 탓일까? 까까머리 젊은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북한의 삐라도 볼 수 있었다. 몇십년전에 제작된 것 같긴한데 강렬한 문구, 경제적 혜택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한 여배우들 이미지. 특히 "이 삐라는 안전보장증과 86 아시아 경기, 88 서울올림픽의 무료 초대권을 대신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니 올해 평창 올림픽을 북한이 참여 했다는게 참 대단한 일이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전시회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애니메이션인 에드라인 파이퍼의 '통합하다' 였다.

마치 핑크색 바둑판같은 곳에 흰점, 검은점들이 어지럽게 섞였다 분리되었다를 반복하는 영상인데 제목을 보기 전에 이미 분열과 통합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래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설명된 바와 같이 무리와 반무리에 대한 직관적인 표현이 되어 있다. 뭉쳐졌다가 무리에 들어오지 못하는 다른 존재들을 공격해서 집단에 포함하는 내용이 비단 정치, 역사, 민족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곳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 같이 느껴졌다. 영상 자체는 무음 애니메이션이지만 메세지는 아주 강렬했다.

파이퍼의 영상 작품 〈통합하다〉(2005)는 〈팩맨 3부작〉(2005–08) 중 1부로, 무음 상태에서 43분 37초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된 격자무늬 배경 위에 흰색과 검은색 점들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초창기의 컴퓨터 게임, 분자나 단세포 생물에 관한 과학 일러스트 등이 연상되지만, 이내 이 애니메이션이 인간의 행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직감하게 된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흰색 점들이 한 구석으로, 검은색 점들은 또 다른 구석으로 합쳐진다. 이순간 이 작품이 사회적 영역에서 사람들이 집단으로 구분되고 양극화되는 방식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상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반(反)군중심리 해체는 군중에 관련하여 내가 겪었던 방대하고 실증적인 경험들을 도식화한다. 그 군중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백인 집단, 흑인 집단, 노인 집단, 남성 집단, 여성 집단, 이성 집단, 동성 집단, 민족 집단, 종교적 집단, 예술 집단, 철학 집단, 전문 집단, 사회적 집단, 제도적 집단, 아웃사이더 집단 등 수도 없다. 내가 지난 반세기 동안 겪은 무리들이다.”

http://www.adrianpiper.com/vs/video_pmt1.shtml

http://2018.busanbiennale.org/project/039

 또다른 재밌는 프로젝트는 '초코파이'를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이었다. 오리온에서 10만개의 초코파이를 후원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초코파이가 북한에는 선망과 유혹의 제품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도 한국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품목이라고 하는데, 관랍객들이 하나씩 맛볼수 있게 되어 있어 재미가 더했다. 이미 2014년에 미국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바 있다고 하는데 이번 전시는 초코파이처럼 달콤하고 치유적인 방법으로 남북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어린이 예술 도서관: 아이들에게는 휴식을, 부모님께는 관람시간을 


 지하 1층에 미술관 속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인데 아동용 책과 읽을 공간들이 제공되어 있었다. 예약하면 1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해먹이나 개인용 공간 등 여러군데서 책을 볼 수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았다. 비엔날레 주제가 다소 무겁고 긴 시간 관람하기 어려워 1층만 보고 애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 덕분에 몇몇 주제들은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무리: 서부산의 재발견


  전체 관람시간은 두시간 정도였다. 분열, 분단에 대한 주제라서인지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지하고 무거운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들이 많아 하나하나 정치적,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독재자와 지도자 등 깊숙히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나왔다.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그나마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표현했던 작품들을 더 오래, 더 곱씹어 보면서 관람하게 되었다.

 전시장을 보고 나와 을숙도도 잠깐 보다가 해가 지고 있어 다대포 해수욕장의 낙조를 보러갔다. 많이 바뀌었다고 듣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멋진 낙조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해운대 바다보다 훨씬 긴 백사장을 볼 수 있었다. 바다 뒤 고지대에 고층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는것도 인상적이었다. 지하철 다대역이 생겨 바로 앞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 더 편리해진 것 같다. 현대미술관/을숙도 공원/다대포 해수욕장을 돌면 반나절 코스로 알차게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는데, 관람 후 을숙도 갈대밭을 보는 재미도 한층 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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