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너넨 왜 세계일주를 해?

[군함 타고 세계일주]

by 탱이사는이야기

4학년 2학기가 멋진 군함을 타고 떠나는 세계일주라니! 나의 4학년 2학기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면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었고,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근데 루피는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라고!) 무튼 각기 다른 것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들을 관통하는 것은 부러움이었던 것 같다. 대체 왜 해군사관생도들은 4학년 2학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해군사관학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궁금해할 만한 주제임에는 확실하다.


해군사관학교에서는 여러 교육과정으로 사관생도를 장교로 양성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다음 3가지다. 1) 대학생으로서의 전공/교양을 배워나가는 학과수업, 2) 우리 스스로 지휘해 나가는 법을 배우는 생도자치생활, 그리고 3) 기초 군사능력을 키우는 군사실습이 그 3가지다.


1학년 해병대훈련(독도법훈련을 받고 있다)


군사실습의 경우 해병대훈련-UDT훈련-연안실습-순항훈련의 커리큘럼으로, 매 학년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각기 다른 훈련을 받게 된다. 1학년은 상륙작전훈련으로 명명되는 해병대훈련을 간단하게 4주간 받는다. 훈련의 모토가 No pain, No gain으로 기초체력과 정신력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하니 충분히 간단하다 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진흙탕에서 각개전투훈련을 하고 진흙을 뒤집어쓴 채로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학년 UDT훈련(심지어 IBS을 머리에 이고 노를 식판 삼아 밥을 먹는다)


2학년 때는 스킨스쿠버훈련, 지옥주 체험을 포함한 UDT 훈련을 받는다. 당시 UDT훈련 교관이 그 유명한 이근 대위(2010년 당시에도 대위)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 인성 문제 있어?’와 같은 명언들을 가짜사나이보다 10년 빨리 들었던 셈이다. 식판 대신 페달(고무보트를 저을 때 사용하는 노)에 밥을 받아 손으로 먹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IBS 고무보트에서 노를 저으며 미친 듯이 소리쳤던 그날의 기억이 오늘도 생생하다. (신기하게도 이런 기억들은 대체로 다 생생하다)


3학년 연안실습(우리나라 삼면을 돌며, 각 해역에 맞는 훈련을 받는다)


무튼 유명한 해병대와 UDT를 거치고 3학년이 되어서야 해군으로서 배를 탈 수 있게 되는데, 군함을 타고 우리나라 바다 삼면을 한 바퀴 일주하는 연안실습을 한다. 동해, 남해, 서해를 한 바퀴 일주하며 우리나라의 해역을 익히고, 군함의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배울 수 있는 기간이다.


해병대훈련, UDT훈련, 연안실습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자세한 설명은 다음 책 ‘해군사관생도 야화’에 맡기려고 한다. 오늘의 메인주제는 대체 왜 세계일주 여행(?)을 하는 거냐니까.


세계일주의 정식명칭은 순항훈련으로 해병대훈련-UDT훈련-연안실습-순항훈련으로 이어지는 군사실습의 마지막 피날레다. 연안실습이 군함의 맛보기라면 순항훈련은 본격적으로 뱃놈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바다를 지켜나갈 해군 장교로 성장시키기 위해 군함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을 모두 다 하는 종합군사실습기간이다.


이번 105일간의 순항훈련 중 2/3에 달하는 70일이 넘는 시간이 바다 위에서 보내게 될 시간이다. 생도들은 이 기간을 통해 전투훈련, 기동훈련, 유류공수급 훈련, 소화방수훈련 등의 다양한 훈련을 반복 체험숙달한다. 또한 함교당직, 전투지휘실당직, 기관당직 등 군함을 24시간 돌아가게 하는 당직체계 역시 체험하게 된다. 특히 장교가 되기 전에 병, 부사관 분들이 담당하는 당직을 먼저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돌이켜보니 장교생활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군함의 눈! 견시 당직근무 체험(외부에서 근무를 서기 때문에 가끔 바닷물에 흠뻑 젖기 일쑤다)


물론 순항훈련은 사관생도들의 군사실습만이 목적은 아니다. 약 30일 정도의 기간 동안에는 세계의 많은 국가들을 방문하게 된다. 어느 나라에는 수교 OO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하고, 한국전쟁 참전국에는 참전용사분들께 ‘여러분의 노고로 지켜낸 가난했던 나라가 이렇게 멋진 군함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감사함을 전하기도 하는 군사외교사절단의 역할도 맡게 된다. 때로는 우리의 무기체계에 관심을 가지는 국가에 영업사원으로 방문하여 무기체계를 직접 보여주고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알려 무기 수출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무술인 태권도와 K-POP 음악을 접목시킨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는 등 문화사절단 역할도 맡는다. 그러니까 단순히 견문을 넓히려 군함 타고 놀러 가는 여행은 아닌 셈이다.


태권도 시범팀(남미에서 공연을 하면 나도 한류스타가 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군사, 외교, 영업, 문화 그리고 견문을 넓히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순항훈련전단은 10개국 11개 항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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