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우리가 만나게 될 10개국 11개 항

[군함 타고 세계일주]

by 탱이사는이야기

“야, 야, 그래서 우리 기수 어디 어디 간대?? “


순항훈련 일정이 발표되기 몇 주 전부터 우리 기수들은 만날 때마다 웅성 웅성댔다. 4년 동안 순항훈련을 기다려왔던 우리들에게 어느 나라에 가는지는 정말 중요한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해군은 매년 각 정부부처의 요청을 받아 순항훈련전단의 코스를 확정한다. 외교부에서는 수교 OO주년 기념방문을 하길 원하는 국가를, 방사청에서는 우리의 무기를 홍보해야 할 국가 방문을 요청받는 등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국전쟁 참전국 방문이다. 이 전 글에서 소개했듯이 참전용사 분들께 “우리 국토와 바다를 지켜주셔서 우리가 이렇게 발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여러분의 나라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해군이 할 수 있는 국위 선양이며, 국가 안보를 지켜나가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 해군이 마련한 ‘참전용사의 날 문화공연’ 관람을 위해 입장하고 계시는 참전용사님들


군함에 설치한 방산홍보전시관. 국산 해군 무기체계를 적극 홍보한다



이렇게 방문의 의미가 있는 국가들을 선정하여 코스를 확정하기에 매년 다른 국가를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배가 갈 수 있는 경로는 정해져 있기에 보통 3가지 코스로 크게 구분되곤 한다.


1) 동남아,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지중해-인도양 코스”

2) 세계에서 제일 큰 바다 태평양을 한 바퀴 돌면서 동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다녀오는 “환태평양 코스

3)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며 진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 코스”이다.


우리 선배기수는 지중해-인도양 코스를 다녀왔고 순항훈련 60주년인 우리 후배기수는 세계일주 코스를 갈 예정이었으니 우리 기수는 환태평양 코스를 갈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실제 발표일이 다가왔고, 우리 순항훈련의 코스는 다음과 같이 발표되었다.


2012 해군 순항훈련전단 기항지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미국(샌프란시스코, LA)-멕시코(아카풀코)-콜롬비아(바히아말라가)-페루(카야오)-칠레(발파라이소)-뉴질랜드(오클랜드)-호주(시드니)-파푸아뉴기니(포트모르즈비)-중국(잔쟝)


실제 발표도 그 예상대로 10개국 11개 항의 환태평양코스였다. 다만 내 예상보다는 더 좋아 감사했는데, 보통처럼 남미를 들리지 않고 북중미에서 하와이 쪽으로 가게 되는 반쪽짜리 환태평양코스가 아니라 남미 3개국이 포함된 것이다. 지구를 일주하는 진짜 세계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번 나라들이 진짜 만족스러웠다. 유럽이야 언제 한 번쯤은 놀러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진짜 언제 가보겠어? 싶던 남미를 갈 수 있다니! 게다가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LA, 오세아니아의 호주 시드니까지 갈 수 있다니!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었다.


손을 흔드는 가족들에게 경례로서 인사하며 우리는 한국을 떠났다. 육지와 멀어져 물, 새 그리고 배 밖에 보이지 않는 먼바다에 이르렀을 때에도 해도(바다지도)를 보지 않는다면 여기가 한국바다인지 외국바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흔들리는 군함에서 이틀의 시간을 보내면서 진짜 우리가 다른 나라로 향하는 걸까? 싶을 때쯤 군함 전체에 방송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림. 본함은 잠시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입항할 예정. 입항요원 배치”


- 생도들은 하정복 입고 현측에 도열해라

- 예 알겠습니다!!


훈육장교님 한 마디에 우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함. 그 일사불란한 모습을 다시 본다면 우리들이 얼마나 기대해 왔는지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순항훈련 첫 시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입성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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