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러시아의 얼지 않는 바다, 부동항 블라디보스톡

[군함 타고 세계일주]

by 탱이사는이야기
진해를 출항하여 동해바다(East Sea)를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한다.


“아 추워!”


춥다. 블라디보스톡이 우리에게 주는 첫 느낌이었다. 9월 중순이었으니 한국이라면 아직 더위가 조금 남아있을 때였다. 그래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조금 얇은 제복인 ‘하정복’을 입었는데 예상보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게 된 것이다.


- 근데 배가 왜 뒤로 들어가지??

- 항구가 좁아서 지중해식 계류한다던데??

- 지중해식 계류?


블라디보스톡항으로 입항하고 있는 충무공이순신함, 대청함(함미가 부두에 접안되어 있다)


소식에 밝은 한 동기가 우리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사실 궁금증은 다 해결된 건 아니었다. 지중해식 계류(Mediterranean anchoring)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지중해식 계류는 말 그대로 지중해에서 흔히 사용하는 계류방식으로, 함미(배의 뒤)를 부두에 접안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현측 계류방식(배의 옆면을 부두에 접안하는 방식)을 사용했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류방식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래서 현측이 아니라 함미 갑판으로 나오라고 했던 거구나?

- 오! 저기 부두에 사람들 많은데??


함미가 점점 부두에 가까워지자 부두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들의 홋줄을 받아주기 위해 서있는 러시아 해군들과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동양인, 색동한복을 입고 있는 동양인이 어렴풋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을 환하게 맞이해주었던 화동 어린이들


예상보다 더 큰 환영인파였다. 갈매기만이 환영해 주는 입항이 익숙했던 우리에게 이러한 환대는 괜히 울컥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교민 분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각자만의 이유로 고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또 그곳에서 그들의 자녀로 태어나 나의 뿌리 한국을 가슴 한 켠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2세들. 각자마다 느끼는 바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러시아 군함보다 더 멋진 최신식의 군함을 끌고 온 조국의 해군이 뿌듯하고 반가운 건 다 같지 않았을까.


그렇게 감동의 입항환영행사 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에 익숙해지고 감동의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지자 쌀쌀한 추위가 다시금 내 주위를 감쌌다. 살짝 떨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러시아 해군들은 러시아어로 뭐라 뭐라 외쳤다. 우리가 못 알아들어 고개를 갸우뚱하자 옆에 있던 블라디보스톡 영사관 직원분께서 우리에게 그들의 얘기를 전해주었다. "러시아 남쪽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톡이 러시아에서는 남쪽 항구도시라니.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는 대부분의 국토가 북위 60도가 넘어가는 곳들이었기에 이곳 블라디보스톡은 그들에게는 남쪽인 것이 당연했다. 교육받을 때였던가? 러시아 역사는 부동항을 차지하기 위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곳 블라디보스톡 역시 러시아에게는 얼지 않는 항구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러시아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이곳에 위치해 있던 것이다. (이후에 찾아보니 겨울에는 종종 얼어붙기도 하는 완전히 얼지 않는 항구는 아니었다. '자주' 어는 항구는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항구로 이용가능하다고 하니, 얼마나 부동항의 가치가 큰지 알 수 있었다.)


러시아의 따뜻한 남쪽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 우리나라 교민 분들의 따뜻한 삶의 터전. 쌀쌀하고 추운 첫인상을 가진 이곳에서 따뜻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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