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타고 세계일주]
육지와는 달리 바다에서만 다르게 쓰이는 표현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왼쪽, 오른쪽이다.
배를 타는 사람들은 왼쪽, 오른쪽을 left, right라 하지 않고 port, starboard라 한다. 앞의 기동훈련을 할 때처럼 turn port(왼쪽으로 돌아), turn starboard(오른쪽으로 돌아) 하는 식이다.
좀 더 해군스럽게 정제해서 표현하자면 port는 좌현, starboard는 우현인데 여기서 현은 배의 측면을 의미한다. 즉 배의 왼쪽 측면, 오른쪽 측면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왼쪽과 오른쪽을 port, starboard라 부르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배를 왼쪽으로 정박하는 전통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과거의 배들은 배의 운전대(조타판/steering board)가 오른쪽에 있었다. 왜냐하면 오른손잡이들에게 편하게 노가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튀어나와 있는 노의 특성상 배를 항구에 댈 때 노의 반대편인 왼쪽으로 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전통들로 인해 항구(port) 방향이라는 뜻에서 왼편을 port side로 부르고, 오른편은 조타판 방향이라는 뜻에서 steer board, starboard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설은 별이 보이는 방향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항구에는 수많은 불빛들이 존재하기에 그 불빛들로 인해 별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항구를 등지고 불빛이 없는 오른편으로 가야 별들이 보이곤 한다. 하루종일 파도와 씨름한 뱃놈들에게 오른쪽 현측에 철퍼덕 앉아 별들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힐링되는 시간이었지 않을까.
별이 보이는 방향, starboard. 누구보다 우악스럽게 살아가는 뱃놈들에게도 낭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