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건에 대하여

[군함 타고 세계일주]

by 탱이사는이야기

"아 출근하기 싫다!"

"어제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


일요일 저녁, 우리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문장이 아닐까. 월요병이라는 게 사회적인 용어로 자리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얼른 주말이 다가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 주말에 뭐했다고 벌써 일요일 저녁인데? 싶기도 하다. 평일은 시간과 정신의 방에 있는 것처럼 느리게 흐르고, 주말은 유튜브 재생속도를 2배로 한 것처럼 쏜살같이 흘러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장 많이,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게 '평일과 주말의 상대성'이다.


반대로 금요일 아침이 되면 출근하는 것조차 행복해지는데, 평소 같았으면 짜증이 났을 누군가의 잔소리에도 차분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누가 뭐라 해도 오늘 나는 6시에 퇴근할 것이고, 퇴근하면 이틀 간의 술을 아니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리라. 출근할 때가 즐거운 날은 금요일이 유일하지 않을까.


평일처럼 언제는 하루가 지나가버렸으면 좋겠고, 일요일처럼 언제는 하루 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 생각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일 뿐이라도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타임머신은 못 만들라나)


그런데 타임머신이 아니라도 환태평양 일주를 하다보면 이를 실제로 이뤄낼 수 있는 날이 무려 2번이나 존재하는데, 그날이 바로 날짜변경선을 통과할 때다.



태평양에는 위 그림과 같은 날짜변경선이 존재한다. 날짜변경선을 서에서 동으로 넘을 때는 하루가 늦어지고, 동에서 서로 넘을 때는 하루가 빨라진다. 그러니까 간단히 표현하면 서쪽이 1월 1일 일요일이면, 동쪽은 12월 31일 토요일이 되는 셈이다.


"알림. 날짜변경 1시간 전. 이상 당직사관."


첫 번째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톡)에서 미국을 향하는 중에 맞이 했는데, 그날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토요일이었다. 토요일 휴일 일과를 마치고 저녁 8시가 되었을 때 함내 방송으로 날짜변경 방송이 나왔다. 그게 대체 뭐야? 하면서 동기들끼리 웅성웅성대고 있는데, 정보통인 한 친구가 "야, 내일 토요일이래!"라고 외쳤다. 그러니까 날짜 변경선을 지나가면서 오늘이 금요일이 되어버려 내일이 다시 토요일이 된 것이다.


세상에나. 토요일에 2번이라니. 이렇게나 행복할 줄은 몰랐다. 직장인의 최후의 보루인 금요일 연차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랄까. 소리를 너무 질러서 훈육담당님이 침실로 찾아오신 덕분에 얼차려를 받게 됐지만, 훈련을 받고 있어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4년동안 훈련 받았는데 잠깐의 얼차려쯤이야 하면서)


두 번째 날짜변경은 칠레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진짜 말이 안 되게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이 지나가는 밤 9시가 금요일 밤 9시가 되어, 다음날이 바로 토요일이 되는 짜릿함이란! 주말이 다가온 것을 느꼈을 때 얼마나 행복했던지. 하느님이 나의 힘들었던 순항훈련에 한줄기 빛을 내려주시는 것만 같았다. 아멘.


평일이란 무엇이고 주말이란 무엇일까. 참 똑같은 24시간인데 왜 이리도 우리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지. 똑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금요일에 설레고 일요일에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평일의 힘듦을 마무리 해낸 여러분! 우리 모두 날짜변경선을 통과해 얼른 주말이 다가와 불금, 불토를 찐하게 보내길 바래보면서 한 주 고생하셨습니다! (역방향에 걸려 주말 출근을 하지 않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60명의 룸메, 하나의 공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