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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Nov 02. 2024

17장. 몸 보다 마음이 더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다.



임신 주수가 30주가 넘어가는 후기로 접어들고 있을 무렵 나는 9월을 맞이하게 됐다. 임신 초기 때만 해도 나에게 9월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큼 까마득했다 그런데 그 9월이라는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8.20일 날 세브란스 병원 초진 진료를 받고 2주 만에 산부인과 진료와 신생아과 협진 진료가 예약이 돼있어 아침 일찌감치 병원을 찾았다.


아침 일찍 왔는데도 병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산부인과 진료 먼저 보아야 했기에 산부인과가 위치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병원에 올 때마다 내가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나.... 안 좋은 이야기 하시겠지 뭐.." 거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진짜 아기 상태가 좋아졌다. 이런 거는 드라마 작가나 생각해 볼 법한 일이니까 말이다."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이날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태아 안녕 검사 (태동 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태아 안녕 검사와 초음파 검진 둘 다 봐야 하는 날 제일 먼저 태아 안녕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초음파 검진보다는 대기 시간도 짧았고 바로 들어가서 간호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의자에 몸을 반쯤 눕힌 채 20분 정도 뚜기의 움직임을 느끼게 됐다.


기계 너머로 심 박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간간이 뚜기가 툭툭 거리며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크게 움직임이 느껴졌다. 자주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움직이는 거 보니까 눈으로 보이니 그저 신기하고 놀라웠다.


간호사 선생님이 중간중간 와서 체크하시며 배 뭉침이 심하거나 그러지는 않죠?라고 물어보셔서 배 뭉침이나 그런 건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아기는 잘 움직이고 있네요 1~2분만 더 보고 끝낼게요." 잘 움직인다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안심이 됐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태동 검사가 끝이 나고 태아 안녕 검사실에서 나오는데 초음파실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큰 기다림 없이 초음파실에 들어가서 초음파 검진을 보았다


자궁경부 길이 잴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안 재길래 치마 탈의 없이 바로 눕게 됐다. 별거 아닌데도 치마 탈의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좋았다. 초음파 봐주시는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조금 긴 시간 동안 초음파를 보았다.


매번 보는 초음파지만 난 봐도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모르겠던데... 두 번째 초음파 진료 또한 한 번에 끝나지는 않았다. 초음파 볼 때마다 어째 심적으로 힘듦이 가면 갈수록 커짐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았던 산부인과 진료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이제 교수님만 만나 뵙고 나면 산부인과 진료는 끝이 난다. 교수님 진료 대기실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시간이 멈춰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고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수술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였다. 병원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여러 가지 가능성과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을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셨다. 뚜기 상태가 좋지 않음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태반도 두껍고 심장벽도 두껍다고 말씀하셨다. 어디 한 군데만 봐야 할게 아니라 간이라든지 장기 전반적인 게 다 좋지 않고 기형적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말씀하셨다.


유전적인 요인인지 산모로 인한 감염으로 인지는 태어나서 검사를 해봐야 그때 가서야 알 것 같다고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안 좋다고. 치료 방향도 그때 가서 결정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단 하나의 희망적인 이야기는 찾아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뚜기 상태에 대해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교수님은 보호자가 누군지도 물어보셨다. 그 와중에 뚜기아빠의 이야기도 잠깐 나오게 됐다. 참 서러운 순간이었다. 수술 이야기가 나오고 더 심난해졌다.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을지.. 출산 과정 중에 잘못될 수도 있다니까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교수님이 하시는 이야기들이 괜한 걱정으로 끝날 이야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울어야지  마음먹었는데 교수님 진료실을 나서며 꾹 눌러 참았던 눈물샘이 결국 또 터지고 말았다.


병원만 오면 유독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 같다. 제발 꿈이길 내가 들었던 모든 말들이 사실이 아니길..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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