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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Apr 07. 2022

안녕, 나의 식물 친구

시작하는 글


“가끔 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



식물을 키우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식물 집사들 사이에서는 “물 주기 3년 정도는 해봐야 어느 정도 감이 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물 주기 경력이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은 식린이는 그런 감이 있을 리 만무하다.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아닌가…?’

식물을 키울 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 얼마 못 가 그 염려는 곧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등장 인물이 비극적인 상황이 오고 있음을 직감하지 못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는 클리셰와 비슷하다. 단순히 기우일 거라 생 각하고 넘겨버리면 비극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만일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이번엔 물 주기가 조금 빨랐어. 참고해.” 내지는 “요즘 은 통풍이 부족한 걸? 신경 좀 써줘.”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말이다. 적어도 무슨 이유로 그들이 아파하는지 속 시원히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

아, 현실이었다면 말이 아닌 욕을 먹었으려나…

 


물만 줬을 뿐인데, 식물은 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주었다.

식물은 실로 고마운 존재다. 그들은 별안간 깜짝 선물 처럼 새잎을 내어주며 나를 기쁘게 했고, 의외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위로와 용기를 심어주기도 했다. 식물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지난 일에 미련을 갖기보다, 더 의연하게 나아가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도 식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모두 알 수 없었을 것들이다.


적당한 시기에 물을 챙겨준 것밖에 한 일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종종 선물해 주곤 한다. 서른 해를 넘게 살면서 이 작은 풀떼기 하나로 인생을 배울 줄이야.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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