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호프 셀렘 이야기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 나의 호프 셀렘이 처음 우리 집에 온건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이었다.
원래 흙에서 자라던 아이였지만, 수경재배로도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는 블로그 글에 용기를 얻어 뿌리를 충분히 세척하고 잔뿌리 정리 후 물꽂이를 해줬더랬다. 물속에서 튼튼하게 자라라는 의미로 이 호프 셀렘의 이름은 아쿠아맨으로 지어주었다.
호프 셀렘의 초록색 이파리는 마치 프릴을 단 것처럼 잎 바깥쪽을 중심으로 물결을 치며 나름의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얼핏 보면 잘 자란 연꽃잎처럼 그 수형도 가지런하게 뻗어있어,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도 덩달아 평화로워진다.
그렇게 함께한 지 한 달이 지났을 쯤, 나의 아쿠아맨이 노란 멍 비슷한 무언가를 이파리 곳곳에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맥없이 축 쳐져버렸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정말 탐스러운 잎을 자랑하는 튼튼한 아쿠아맨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하늘하늘 가녀린 인어공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다시 흙에다 심어주고 집중 관리한다며 애를 썼지만, 이미 그의 이파리들은 마치 담합이라고 한 것처럼 모두들 고개를 하나씩 떨궈버렸다.
결국 마지막 잎새마저 고개를 완전히 떨군 순간, 나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그를 초록별로 보내주었다.
반려식물도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도 병원이 있듯이, 반려식물에게도 병원이 있다면 좋겠다. 나 같은 초보 식물 집사는 식물이 아파하는걸 쉽게 눈치채기가 어렵기 때문에.
식물도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하고, 의사 선생님이 진단과 약 처방도 해주며, 상태가 정말 심각할 경우 응급처치도 해주면 좋겠다고. 22년 봄날의 밤, 식린이는 그가 떠나간 자리를 정리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아쿠아맨 용사여, 초록별에서는 부디 잘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