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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 Jun 13. 2022

호야 같은 내 친구

14. 그녀의 식물 일상을 소개합니다


태평, 이거 봐 너무 이쁘지?
나 요즘 너 때문에 식물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 같아!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 a가 순백의 무늬가 예쁘게 올라온 몬스테라 알보 사진을 내게 보냈다.

한 때 나의 위시리스트였던 몬스테라 알보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억하곤 냉큼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준 것이다.


지나가다 굿즈샵에서 발견했다며 보내준 몬스테라는 마치 조화처럼 완벽하게 예뻤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이파리의 뒤쪽에 펼쳐진 잎맥이 두툼하고 튼튼했는데, 줄기 쪽으로 시선을 따라가 보니… ? 누가 봐도 금형에 찍어낸 듯한 플라스틱이 보였다.

그 조화처럼 예쁜 몬스테라는 정말로 조화였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며,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반응을 기다렸을 그녀를 생각하니 상황이 웃기고 또 귀여웠다.

너랑 나에게 이런 즐거움을 줬는데, 조화가 뭐 대수니!




나는 몇 달 전 그녀에게 호야를 선물한 일이 있다.

최근 그녀는 정말 하고 싶었던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1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생활을 정리한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퇴사를 축하하고 꽃길만 걷자는 꽤 거창한 의미를 담아서, 식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선물을 건넸다.


호야는 운 좋게도 그녀가 백수가 된 타이밍과 맞아떨어진 덕분인지,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자란 모양이다. 가끔 보내주는 사진 속 호야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었다. 오히려 식물 덕후인 나보다 훨씬 더 잘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 마치 내가 천재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르가 된 것 같은 묘한 패배감과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더랬다.


너의 이름은…?


그녀는 최근 들어 길가에 놓인 나무와 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점심시간에는 종종 호야를 비롯해 야외에서 찍은 꽃과 나무 사진을 내게 보내주기도 한다. 그게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는 반증? 일 수도 있겠다만…(하하) 아마 그녀의 어린 호야가 새 잎을 틔우고 눈에 띄게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도 자연스럽게 식물의 매력을 알게 된 건 아닐까? 작년의 나처럼 말이다.


 가만 보면 그녀는 호야와 무척이나 닮았다. 몸집은 작고 가녀리지만(?) 속은 야무지고,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나가며 자란다. 어느 하나 까탈스러운 구석이 없다.

조용히 꾸준하게 성장해나가는 호야처럼, 홀로 묵묵히 글을 쓰고 또 다듬어가며 새로운 잎을 틔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다. 작은 호야도 그런 그녀를 보며 옆에서 많은 지지와 응원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친구야, 호야가 지켜보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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