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 에스파. 나는 사반세기 이상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왔으며 한때 음악(밴드)에도 종사했던 사람인데, 언제부턴가 듣는 음악의 9할이 아이돌 노래가 되었다. 그 “언제부터”의 시작점엔 에스파가 있다. 나를 새로운 세계에 입문시킨 노래, <Next Level>.
그때까지만 해도 에스파의 이름조차 몰랐기에 “누구 노래가 이래?” 했던 기억이 난다. <Next Level>은 리메이크 곡이지만 이런 ‘리메이크’는 없다. 그건 창작이고 신곡이다. 제목 그대로 ‘레벨이 다른’ 감각에 꽂힌 나는 이 그룹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에스파는 컴백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된 곡들로 내 지갑(MP3 값)을 열게 했다.
에스파 음악의 특징은 ‘질척거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소위 ‘쇠맛’이라 하는 미래적인 쿨함이 풀로 장착돼 있다. “공(空)의 엔터테인먼트 버전”이라고 나는 언젠가 쓴 바 있는데, 가사에서도 ‘연애/이별/남자/징징’ 따위의 구저분함을 찾아볼 수 없다. 에스파를 시작으로 여러 아이돌 노래를 듣고 있지만 이만큼 질척거림과 구저분함이 제로인 그룹은 없다. 이 ‘제로’가 에스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이들을 넘어설 그룹은 어디에도 없는 듯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 나는 스트레이 키즈를 몰랐다. 여자 그룹 노래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23년 <특>이 나의 세계에 나타나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스트레이 키즈가 선사한 충격은 에스파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에스파에겐 없는 남성 에너지의 강력한 몰아침, 그 넘치는 파워의 완벽한 균형과 능란한 표현, 터질 듯한 남성적 에고가 외치는 승승장구의 노랫말,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몇 소절만으로 나를 사로잡은 <특>은 이 그룹의 일편일 뿐이었고, 이후로도 스트레이 키즈는 매번 절정의 파워를 뿜어내며 나의 ‘최애 그룹’으로 등극했다.
스트레이 키즈가 여타 그룹과 다른 점은 멤버들이 곡을 직접 쓴다는 점이다. 음악과 가사가 내부에서 직접 나온 것이라 에너지의 순도가 비교 불가다. 곡들의 마디마디에 날것의 파워가 날뛴다. 에스파의 세련됨이 인공미와 결합돼 있다면, 스트레이 키즈는 야생적 에너지가 축을 이룬다. 곡마다 힘이 넘치지만 특히 콤플렉스(complex)를 flex한다는 <COMFLEX>는 가사와 어우러져 더욱 파워풀하다.
뻥 차고 나가, 단점은 내 강점
날 밟았다간 피 봐, 난 육각형의 압정
약점이 내는 아우성에 더 각성해
감추기에 급급할 때 모두 까고 발전해
―Stray Kids, <COMFLEX>
모두 까고 발전, 내가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그룹에는 큰 ‘보물’이 있다. ‘보석’이라 해야 하나.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 멤버 중에 있다. 현진의 비주얼은 그냥 ‘차원이 다르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데, 그 완벽한 형상에서 발산되는 양면적이고 이계적인 에너지가 내 안의 ‘무엇’을 깨운다. 위에서 내려온 절대미의 화신이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은 나에 대해 “지상의 존재가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서 내 눈에 그런 존재들이 보이는 것인가. 그런데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저렇게 완벽한 미형을 갖출 수 없다”고 다들 인정한다.
그 어떤 미녀도 이 남자 앞에선 그림자가 된다. 남녀 통틀어 이보다 아름다운 외모는 없으며, 전무후무 인류 최고의 미모라고 단언한다. ‘웹찢남’이란 별명은 그에겐 오히려 모욕적이다. 얼굴과 몸매뿐 아니라 표정, 댄스, 동작 하나하나의 곡선과 에너지 흐름의 강약까지, 무대 위의 전 존재가 비주얼적으로 완벽하다.
에스파에서 비롯된 글이 스트레이 키즈로 물들었다. 사랑은 이렇게 넘쳐흐른다. 최애 자리는 스트레이 키즈가 차지했지만 그래도 첫사랑은 에스파다. 음악에 언어는 사족일 뿐. 에스파의 신곡, 오래 기다렸다. 이번 <Dirty Work> 또한 전작을 뛰어넘는다. 동시에, 이 또한 하나의 귀환인데, 귀에 꽂히는 “Work it out”은 <Next Level>의 가사이기 때문이다. 나야말로 최근 ‘더러운 일’을 통해 ‘넥스트 레벨’로 도약하지 않았던가. 나와 함께 귀환한 에스파표 쇠맛, ‘더티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