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기식법 04화

개천과 홍익인간의 길로서의 기식법(氣食法)

by 김태라

오늘은 4358주년 개천절이다. ‘하늘이 열린다’는 뜻의 ‘개천(開天)’은 존재의 새로운 질서가 열리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인간과 하늘(우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조선 건국은 하늘의 존재가 땅으로 내려와 인간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한 사건이다. 이 신화적 사건은 인간이 단순한 자연적 존재를 넘어, 신성을 체현한 우주적 존재로서 자기 정체성을 수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역시 단순히 민족적 정체성을 위한 구호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내포하는 사상적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말은 인간만을 이롭게 한다는 좁은 의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우주가 상통하며 만유를 이롭게 하는 우주적 조화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며 자기만을 ‘이롭게’ 하는 것은 홍익인간의 길이 아니다. 인류는 이러한 구시대적 ‘이익 추구의 길’을 넘어, 이제 ‘대자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현대 사회는 욕망과 착취를 당연시하는 소비 문명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홍익인간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상적 비전을 제시한다. 홍익인간은 상생과 조화의 새로운 문명을 여는 근본 이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개천과 홍익인간의 의미는 기식(氣食)의 방법론이자 그 정신적 원리인 ‘기식법(氣食法)’과 자연스럽게 조응한다. 기식법이란 음식을 통한 물질적 섭취를 넘어 비물질적 에너지를 통해 존재를 유지하는 삶의 양식이자 그러한 양식을 가능케 하는 전일적(全一的) 사상을 뜻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태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4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자급자족의 시대적 요청:AI 시대와 먹지 않고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