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힘>
나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대부분의 순간 나는 혼자다.
운동을 가도 수업 스케줄 때문에 끝나자마자 황급히 돌아오기 바쁘고 주말에 집에서 만나는 가족들을 제외하면 나는 사람들(성인 어른)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이런 생활 패턴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혼자인 게 익숙해지고 그 속에서 내가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 친밀도 지수도 공감 지수도 점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이런 나에게 연고도 없는 이 낯선 지역에서 교감을 나눌 수 있고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고마운 사람들이 생겼다. 독서모임 '리드온' 멤버들이다.
지난 1월, 리드온의 첫 모임을 했던 날이 생각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를 운전하며 붉은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초조해하던 순간. 오시는 분들 한 분 한 분 인사하며 서로의 이름을 찾아주던 순간. 어색한 공기 속에서 수줍은 얼굴로 떨리는 자기소개를 하던 순간.
첫 만남이었지만 우리의 모임은 처음이라기엔 이상하리만큼 친밀감이 높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마법의 요소들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인간관계는 상대방이 나에게, 또는 서로에게 반응하는 것을 감지할 때 더욱 친밀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반응은 '이해, 인정, 배려'라는 3요소를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반응성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의 놀라운 진척을 경험하게 된다.
리드온 멤버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리드온에 참여했지만 자기계발과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분모에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생각과 가치관의 결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졌다.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다. 그리고 서로 원하는 바를 인정할 줄 알았다.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어디서 이런 귀한 사람들을 모아놨을까!
우리는 보통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더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란 비례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게 아니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고 더 친밀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순간의 힘 p.256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한 마디씩 더할수록 어색한 기운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몇 번 만난 것 같은 따뜻한 공기가 공간에 맴돌았다.
사람이 함께 보낸 산술적인 시간이 인간관계의 친밀함의 무게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무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면 만난 지 3달 만에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도 있지 않는가!
리드온 멤버들이 독서모임을 함께한 지 이제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가 되었다. 산술적 숫자로 나타내면 고개를 내민 지 약 45일 된 파릇파릇한 새싹들이다. 오프라인 모임은 격주로 하고 있으니 멤버들이 실제로 만난 공식적인 횟수는 4번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멤버들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4번 만난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친밀하다.
우리의 대화에는 고양이 있고, 통찰이 있으며, 긍지가 있고, 교감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 끈끈해질 수 있었을까?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을 결속력이라고 한다. 리드온은 바로 이 결속력을 다지는 요소들이 모임에 베여있었다.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결속력을 다지는 3가지 전략
1. 동기화 순간 창조
2. 함께 고난 겪기
3. 의미에 연결하기
우리는 직접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반응함으로써 교감의 순간을 이끌어냈다
1. 동기화 순간 창조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 서로의 반응과 기분을 끊임없이 살핀다.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과 동기화시켜 나도 그 집단에 속해 있음을 알린다. 개인적 교감이나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면 이와 같은 동기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단, 이러한 의미 있는 순간은 직접 경험해야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리드온 멤버들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주제에 대해 고민하며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단톡방에서도 심심치 않게 소통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서로의 목소리와 말투,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와 열정 등을 한 공간에서 함께 느끼고 서로 반응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동기화 순간이 만들어졌다.
2. 함께 고난 겪기
우리 모임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바로 1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제출하는 것. 이는 성장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버거운 고통으로도 다가온다. 특히 전에는 읽어본 적도 없고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면 체감 고통은 더욱 크다. 일상생활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그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책도 읽고 서평도 써야 한다니.
이처럼 다 같이 마감기한에 맞춰 서평을 쓴다는 것은 함께 고난을 겪는 일이다.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때 우리는 위로받는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구나. 그 어려움을 딛고 결국은 또 해내는구나. 이 과정을 서로 지켜보고 함께 겪어나가다 보면 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서로가 기특하고 서로가 장하다. 그래서 서로를 더욱더 이해하게 된다. 나도 겪어봤으니까.
단단하게 결속된 집단을 만들고 싶다면, 힘들고 도전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하라. 모두가 남은 평생 그 일을 기억할 것이다. -순간의 힘 p.239
3. 의미에 연결하기
그렇다면 이 힘든 일을 우리는 도대체 '왜' 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이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계발과 성장'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였다. 물론 이는 기본 뼈대이고 각자 이 외에 얻고자 하는 것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이 행위를 '함께' 하다 보니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로의 고민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지혜도 나누다 보니,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할 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고 현명한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함께 하는 환경설정을 통해 혼자였다면 오래 하지 못했을 일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독서모임이 의미 있고 생산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멤버 중 한 분은 친구와의 만남을 리드온 1기 수료 뒤로 미뤄두었다! 독서와 서평에 집중하기 위해서!)
개인의 변화를 갈망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해보니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셈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받지만 또 도움을 주기도 하는 긴밀하고도 소중한 존재들이다. 각자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우리 안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 서로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그 빈자리는 무척 크게 느껴질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당히 하면 안 될까? 대충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는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 수 없다. 적당한 교감과 적당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카톡이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으로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하길 원한다면 그 사람에게 반응하고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은 온라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귀찮더라도 내가 먼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리드온 모임에는 저 멀리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기꺼이 참석하시는 대단한 분도 계시다! 이 분이야말로 사람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 지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다.
인간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저절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관계의 변화를 위한 결정적 순간이 없다면 발전 없이 주위를 맴돌 뿐이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나와 당신의 노력이 반응할 때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
교감을 통해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반응(이해, 인정, 배려)하라. 그리고 결속을 위한 3단계 전략(동기화 순간 창조, 함께 고난 겪기, 의미에 연결하기)을 실행하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