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씁쓸한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받는 이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적반하장으로 더 내놓으라고 요구할 때. 속으로는 분노가 차오르는데도 그 사람과의 관계나 나의 이미지 때문에 밀려 나오는 화를 꿀꺽 삼키고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한 경험이 있는가?
몸에서 사리가 만들어지는 그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에서는 사람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기버(Giver), 손익 관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매처(Matcher), 그리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테이커(Taker). 이 중 우리가 알고 있는 호구는 기버에 속한다. 그리고 기버들의 선량한 마음은 테이커들에 의해 종종 착취 당하곤 한다.
남들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실속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버로 사는 것이 손해 보는 인생인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호혜를 베푸는 기버 유형에 해당한다고 한다. 다만, 기버들 중에서도 성공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속하는 부류와 성공의 밑바닥에 속하는 두 부류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구는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호구의 삶에서 벗어나 성공하는 기버의 반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상냥한 사람은 좋은 사람, 무뚝뚝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사람이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봐서는 이 사람이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
-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사람이 누군가에게 베풀거나 그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행동은 인간의 동기와 가치에 근거하는 것이고, 이는 그 사람의 성격과는 무관하다. 상냥하고 무뚝뚝한 것은 기버와 테이커를 구분하는 것과 관련이 없는 별개의 문제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에게 전혀 득이 될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고 여길 때 그가 하는 행동은 그 사람의 진정한 정체성을 대변한다.
대화를 하는데 우리보다 '나'를 더 많이 언급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테이커일 가능성이 높다.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의 생각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심성이 고운 사람들은 이 말을 듣는 순간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뭐 하러 괜히.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면 조용한데.'
하지만, 당신이 호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상대가 테이커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행동 방식을 매처로 전환해야 한다. 우디르급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게임 이론가들은 이를 '팃포탯(tit for tat, 받은 대로 갚기)'이라고 부른다. 협력적인 관계로 시작할 때는 상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협력을 유지하고, 상대가 경쟁적으로 나오면 나도 똑같이 경쟁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이 다양한 게임 이론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더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이 필요하다.
너그러운 팃포탯은 상대가 배신할 때마다 똑같이 대처하는 대신, 2/3만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협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에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는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으면서도, 베푸는 행동에는 보상하고 테이커의 행동을 억제하는 균형을 이루어 낸다.
만만하지 않은 호구는 상대를 기본적으로 믿지만, 상대의 행동이나 평판이 테이커로 드러나면 언제든 행동을 전환하는 능력을 갖춘다.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조건적으로 그 사람을 믿고 잘해주는 것은 그들에게 나를 밟고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진정한 호구의 자세이다. 떽! 정신 차려라!
사람이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보통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고 돌보느라 나의 감정을 보살피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누가 돌봐준단 말인가? 나는 다른 사람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베풀고 도와주다가 내가 축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해보자. 제3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면 나도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은 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다른 선량한 피해자들도 떠오를지 모른다. 내가 호구 역할을 하는 동안, 나 외에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효율적인 협상가는 스스로를 돕는 기버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상대방의 이익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 성공한 기버는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롭게 할 기회를 찾는다.
- 기브 앤 테이크 p.346
조금 더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선량하고 관대한 사람이다. 그러니 타인의 이익만 챙기지 말고 나의 이익도 '같이'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권이다. 내가 이기적이고 행복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너무 착한 당신, 이제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자가 되어보자.
성공한 기버는 타인을 잘 신뢰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베풀지만 그 행동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유연성을 겸비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호의를 베풀 준비가 되어 있지만 테이커를 가려내는 데도 주의를 기울인다. 테이커의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자세를 버리고 너그러운 팃포탯이라는 전략을 택한다.
당신이 호구에서 벗어나 만만하지 않은 호구로 살기 위해서는 선의의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고 상대에 따라 적응력을 갖출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고운 심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신의 이러한 변화에도 여전히 당신에게 화답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만만하게 보고 이용해먹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의 선의를 받은 사람들은 (양심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 호의에 보답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당신이 앞으로 지금보다 더 성공적이고 실속 있게 사는 삶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신, 어떠한가? 이제 만만하지 않은 호구로 변신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