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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Apr 01. 2020

혼자 있으면 누군가가 그립다

외로움에 대하여


1인 가구로 살아온 지 2년 차.

가끔 독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내게 물어본다.


"살아보니 어때요? 혼자 살면 좋아요?


네 좋습니다. 분명 그랬습니다.


첫 6개월은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안 날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그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 안정화시키고 나의 생활도 안정화시키는 시간이었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 먹고 출퇴근만 하다가 혼자 나와 살려고 하니 몸이 어찌나 바쁘던지. 가만히 앉아있을 새가 없었다. 일도 하면서 집안일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워킹맘의 비애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낀 시간들이었다. 


생활에 요소들을 하나씩 더해보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아침에 눈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리고 평일에서 주말까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나에게 맞는 루틴으로 만드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혼자 사는 일에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러다 문득 외로움이 사무치게 파고들었다.

금요일 저녁 마트에 가면 모두들 가족단위인데 나만 혼자라서 울적하고 쓸쓸했다.

나의 하소연을 들은 친구가 "그 사람들은 다 너를 부러워할 거야."라고 말해줘서 피식 웃고 넘겼지만 가족인구가 특히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 1인 가구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마음이 힘든 일이었다. 그 뒤로 마트 가는 일은 주로 낮에 했다.


그 단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감사의 시간이 찾아왔다.

혼자 있다는 해방감은 혼자 사는 불편함을 모두 감수해도 좋을 만큼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면서 어쩌면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고 즐기겠다 다짐했다.


혼자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생활도 마음도 꽤 안정적이고 이 정도면 잘 지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은 알더라. 내가 외롭다는 것을.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문득문득 사람이 그립다.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밥 먹으면서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가족, 별 일 아니지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 나의 안부를 물어와 주는 따뜻한 사람들.

이 사람들 속에 함께 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나를 얼마나 충만하게 해 주는지, 충족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면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할 사회적 동물 타입이라는 것을 새삼 알아가는 중이다.


혼자 살면 외롭다. 근본적으로.

그게 나의 일상을 흐트러뜨리거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것 또한 아니었다.

내가 애써 외면하고 괜찮다 치부해도 짙어지는 외로움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혼자 있어도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혼자 사는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들은 어제도 오늘도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다.


하지만 내가 오롯이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혼자 단절된 채로 사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온기를 나누며 나의 마음을 채워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앞으로는 좀 더 사회적 동물로서의 삶에 충실하려고 한다.

외로움은 마음을 방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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