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새해가 되면 목표를 정해놓고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일은 나의 연례행사다.
그 덕분인지 매년 생활패턴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좋은 습관을 굳혀서 지속하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특히 운동 습관을 정립하는 일이 나에겐 그렇다. 숨 쉬고 밥 먹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데 나는 꾸준히 운동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습관에 관해 읽은 책만 해도 여러 권이다. <습관의 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그리고 오늘 정리할 <해빗>까지.
작년에 읽었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2019년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큼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있다. 더 이상 습관에 관한 책은 나에게 파급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하지만 <해빗>을 읽고 나서 습관에 관해 알고 있던 지식의 빈틈을 다시 한번 메웠다.
분명 습관에 관한 책을 읽고 매뉴얼대로 잘 설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왜 지속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까?
나는 왜 운동 습관을 지속하는 데 실패했을까?
왜 습관이 중요한가?
인간의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라고 한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일상의 절반에 가까운 행동은 사실상 자동화된 습관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습관을 갖는지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은 하루에 정해진 총량이 있다. 무제한적으로 마구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수록 그 능력은 고갈된다. 이처럼 뇌를 사용하는 일은 의식적 자아(행동)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하루의 총량을 다 소모하고 인지 능력이 바닥을 드러내면 그제서야 비의식적 자아(습관)가 나서서 인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인지 능력을 '뭘 입을까'나 '뭘 먹을까'와 같은 소소한 영역에 투자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이 창의적인 두뇌 에너지는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늘 똑같은 옷을 입고 일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별것 아닌 일에 귀한 인지 능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우리는 인지 능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는 습관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설계해 삶에 적용한다면 나의 소중한 인지 능력을 더 이롭고 효율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습관을 설계하는 5단계 법칙
<해빗>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습관 설정을 '환경 설정'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반응-보상 체계도 습관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기저 요인이겠지만 강력한 환경 앞에 장사 없다는 전제가 꽤 설득력 있고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강력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다음의 5가지 단계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드는 강력한 습관의 법칙 5단계 *
1단계 -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2단계 -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3단계 - 행동(반응)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라.
4단계 -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신속하고 불확실하게 보상하라.
5단계 -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
나는 왜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실패했을까?
나는 이전에도 습관에 관련된 책을 읽었고 책에 나오는 대로 운동 습관을 설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지속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 실패의 원인을 <해빗> 안에서 찾아냈다!
이전에 설정했던 운동 습관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습관에 새로운 습관을 연결하는 덮어쓰기 전략이었다.
하지만 습관의 실행 순서가 잘못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샤워하기 전에 조깅을 하고 땀을 흘리자'라는 설정은 기존의 습관 이전에 새로운 습관을 덮어쓰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습관은 늘 무의식중에 반복하는 기존의 습관(자동) 다음에 새로운 습관(의식적 행동)을 연결해야 지속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행동은 기존의 행동과 조화를 이루고 연관성이 있어야 큰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잠들기 전에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려면 스마트폰으로 기상 시간을 체크(기존 습관) 하고 나서 바로 옆에 놓아둔 물을 마시는 것(새로운 습관)처럼 관련이 있어야 한다.
내가 그동안 설정했던 새로운 습관들 중 지속하기 어려웠던 일은 기존의 습관과 큰 연관이 없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마찰을 줄여야 하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이런 습관들은 매일매일 깨야 하는 벽돌처럼 나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임무가 될 뿐이었다.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게 왜 어려웠는지 그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다시 정교하게 습관을 설계해서 이번에는 기필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습관을 잠시 멈추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 습관이 일단 자동화되면 그에 대한 가치판단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전에 좋았던 습관은 지금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습관에도 단절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시선은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단절은 삶의 오래된 패턴을 제거하고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현재의 목표와 계획에 적합한 더 나은 습관을 재설계한다.
- 해빗 p.245
자칫 오래된 습관에 길들여져 그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여전히 좋은 습관인지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행동하는 습관화 행태에 대해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한다.
중요한 것과 무의미한 것을 구분해 내는 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가치있게 느껴진다.
그래, 예전에도 좋았다고 해서 지금도 절대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습관 단절'이라는 새로운 시선은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도록 종용하는 작은 통찰력을 안겨 주었다.
좋은 습관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습관도 걸러내는 것. 습관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적용해보면 좋을 인생의 지혜라고 느껴진다.
당신은 좋은 습관 속에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