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건인가> 아툴 가완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져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그러드는 촛불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누구나 바라는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단상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 어디선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죽음이 눈앞에 찾아오기 직전까지 우리들은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뿐이다.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인간이 가진 '수명 연장의 환상'에 현대 의학이 개입함으로써 발생하는 비극적인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에는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거나 호전될 수도 있다는 소수의 가능성에 매달려 갖가지 약물 섭취와 화학 치료, 무리한 수술 등으로 뇌를 둔화시키고 육체를 갉아먹어 결국 고통속에 생을 마감하는 보편적인 현대인들의 생의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실 환자의 기대와 달리 현대의학이 생명을 드라마틱 하게 연장해 주는 마법 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단지 인간의 오래 살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헛된 희망에 매달려 생의 마지막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례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나 혼자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그런 나를 돌봐주는 가족들도 함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는 데 있다.
인간답게 죽기 위해서는 나의 죽음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아야 한다.
책에서는 죽음이 드리워질 때도 '삶의 주도권'을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죽음이 다가오는 그 시간에 나의 신체적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해서 나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은 어디까지인지, 어떤 경우에 수술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죽음에 다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정리되어 있어야 나와 나를 돌봐줄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가족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남은 생 동안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절박함과 두려움에 휩싸여 병원이나 요양원을 오가며 삶을 '연명'하는 데만 집중하는 고통스러운 말로를 보낼지도 모른다.
저자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더 이상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차가운 병실에서 환자 취급을 받으며 끝까지 힘겹게 싸우다 생을 마감할 것인지, 나에게 편안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다 갈 것인지와 관련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척 무겁지만, 부모님을 위해서도 반드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의 입장에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유로 부모님께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작별 인사를 하도록 돕는 잘못을 저질러 평생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을 직면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죽음 앞에선 그 어떤 것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외면할 뿐, 죽음은 태어나는 순간 마주해야 할 숙명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살다가 한 번씩, 생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보며 잘 산다는 것과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기에 이 책은 안 읽어보는 사람 없이 모두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