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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Feb 25. 2022

띵동! 학원 강사의 문이 열렸습니다

공부방 창업일기2


첫 번째 과외를 시작으로 차츰차츰 과외를 늘려갔다.


수업을 할수록 내가 영어를 좋아만 했지

입시와 내신대비를 위한 수업 전달력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메*스터디나 이*스 등 인강 사이트에서

유명하다는 1타 강사님들의 강의들을 꾸준히 수강하며 영어 실력을 보완했다.


그와 동시에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영어 선생님들의 스터디 모임에도 들어가

주 1회, 평일 오전 2시간씩, 3년 가까운 시간을 집단지성의 틈에서 함께 공부하며 보냈다.


대단한 경력의 선생님들과 함께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매주 단상에 올라 시강(시범 강의)을 하는 경험이 쌓이자

어느덧 학원 강사로 설 수 있는 모습까지 제법 갖추게 되었다.


이때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한 선생님들과의 인연으로

본격적으로 학원 강사의 길을 걷게 되고 훗날 모의고사 문제집의 저자로도 참여하게 된다.


공동 작업했던 문제집 / 이제는 추억속으로


과외만 하며 스터디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같이 공부하던 선생님의 소개로 한 종합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스물아홉에 얻은 첫 직장, 기본급은 150만 원이었다.




<공부방 운영 전 Tip>

공부방을 운영하기 전 규모가 있는 학원에서 최소 1년 이상의 강사 활동을 해보는 경험은 무척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학사 일정에 맞춰 학원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익힐 수 있고

아이들과 대면하는 능력과 스킬도 발전하면서 고객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된다.


특히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학원에서 일한다면 경영과 마케팅, 상담 업무까지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이는 나중에 공부방을 운영하는 데 엄청 중요한 자산이 된다.

나는 나중에 공부방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런 경험(=시스템)이 필요했구나!'를 깨달아 돈 주고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모든 경험이 다 돈이라는 걸.





종합 학원에서 1년을 채워갈 무렵에는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단과'학원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는데


단과 학원의 경우 '1인 강사'의 역량이 무척 중요하고

본인 이름을 내걸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프리랜서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강사로서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고

같이 으쌰 으쌰 해서 학원을 재미있게 키워보자는 그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그렇게 강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두 번째 직장인 단과 학원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의 학원이 젊은 원장님과 소개해 주신 선생님, 그리고 나까지

3인의 영어 강사 체제로 고등 입시를 지도하는 학원이었는데

강의력과 강사의 실력에 거의 모든 학원의 운영 능력이 맞춰져 있었다.

실력, 실력, 그리고 실력만이 강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었고

수업 시간에 어버버 거리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공부를 해갔던 기억이 난다.


이곳으로 옮기면서 150만 원이던 나의 급여는 '인센티브' 형태로 바뀌었다.

나의 수강생이 늘어나면 나의 급여도 늘어나고, 수강생이 줄어들면 급여도 줄어드는 시스템이어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새로운 급여체계는 시간이 지나며 나에게 이전 직장 보다 적절한 보상으로 돌아왔고

나를 실력 면으로나 경제적인 면으로나 업그레이드했다는 성취감도 안겨 주었지만

내가 일 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일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 같았다.


매일 새벽에 별을 보며 끝나는 하루, 주말이 없는 삶, 몸값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기 위해 분주한 발.

나의 소중한 시간과 맞바꾼 돈을 보며 기회비용을 따져볼 여유는 없었고

내가 만족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세워놓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쉬고 얼마큼 일해야 행복한 지도 모르고 미래의 체력까지 끌어다 쓰며 소처럼 일만 했다.

(여러분 이 기준을 세워놓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거기에 같이 근무하는 동갑내기 선생님의 존재까지.


그 선생님은 나와 나이도 같고 경력도 비슷한데 항상 나보다 뛰어나 보였다.

나는 그가 그동안 겪어온 삶의 궤적이나 경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단편적으로 보이는 그의 실력과 늘어나는 학생 수에만 눈길이 가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부러움은 이따금씩 나의 열정에 불을 지펴

언젠가는 뛰어넘어 보고 싶다는 열망을 자극하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열패감이 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를 훌쩍 키우기도, 동시에 나를 여러 번 무너트리기도 했다.


저 사람은 목표치를 저렇게 높게 잡고도 결국에는 해냈는데, 너는 왜 못 해?

저 사람은 연봉도 계속 올라가고 발전하고 있는데, 넌 왜 더 열심히 안 하는 거야?

저 사람은 그런데 너는? 너는? 너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달 볶아대며 마음에 생채기를 내던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새롭게 생기는 대형 학원에

거액의 연봉을 받고 영어 대표 강사로 스카우트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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