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바다는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이다. 집에서 약 5분 정도 걸어 나가면 바다와 함께 흐르는 강을 보며 걷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렇기에 육지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달까, 왜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인지 나로선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즉, 살면서 바다에 대한 큰 갈망이 없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오만한 생각은 대구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말끔히 사라졌다. 가장 덥고 습한 대구 중심에 꼼짝없이 갇혀있다 보니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반짝거리는 도시를 좋아하던 나도 결국 질려버린 것이다. 그때는 스스로를 챙기고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었기 때문에 수많은 일들을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한 상태로 누워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일들은 쌓여 터지기 직전에 겨우 해치우고, 지쳐 누워있기의 반복이었다. 결국 해소하는 행위가 없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몇 평 되지 않는 나의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니 바다를 찾는다는 것이 단순한 의미가 아님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름이 되면 소금기 가득한 바람 냄새를 싫어했지만, 결국 나에게 있어 바다란 돌아갈 수 있는 집이자 해소의 장소였다.
물론 바다를 갈 때마다 항상 심오하진 않다. 가볍게 가서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맛있는 걸 먹고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첫 바다를 적어보려 한다.
캘리포니아는 바다에 쉽게 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 내가 지내는 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30분 안팎으로 바다에 갈 수 있다. 나의 첫 바다는 출근 전 회사 사람들과 함께 한 Seal Beach라는 곳이다. Seal Beach라니, 한국과 너무나도 다른 명칭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바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있어 하늘은 어두웠고 지평선 끝에는 붉게 저물어가는 노을과 희미하게 빛나는 Pier의 불빛이 보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장소에 직접 서있으니 또 한 번 낯선 땅에 있음을 실감하며 두근거렸다. 이국적인 바다의 풍경을 보자 떠오른 것은 라라랜드 영화의 한 장면. 조금 더 밝았다면 좋겠지만 캘리포니아도 겨울은 당해낼 수 없었나 보다. 뭉글뭉글,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에 머리카락이 뒤엉켜 엉망진창이 된 것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붉은색이 사라지고 깜깜한 밤하늘이 된 후에야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였다. 놀랍게도 다음 장소에 대한 부푼 기대로 걸어 나가고 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대마 냄새였다. 대마 냄새에 관해서 다들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다들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혹시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그런 오만한 생각을 잠깐이라도 했던 과거의 내가 우스웠다. 미간이 좁혀지며 숨을 참게 되는 이상하고 독한 냄새. 머릿속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뒤엉키는 냄새. 인생 처음으로 맡아보는 대마의 냄새는 나의 첫 캘리포니아 바다인 Seal Beach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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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적어나갈 사랑하는 바다들이 많다. 각각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다 보면 바다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때의 계절들이 다르기 때문에 결코 비슷할 수도 같을 수도 없다.
나의 바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