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낯부끄러워 단어 하나가 뭐라고 나 자신이 굉장히 조그맣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지만 들을 때마다 항상 좋은 단어임은 틀림없다. 감히 사랑을 정의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받은 것들이 사랑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번주는 어떤 글을 적으면 좋을까 예전에 적어둔 글을 꺼내 덧붙여 적어보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사진첩도 뒤져보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없었다. 내가 지금 당장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낼 번뜩이는 소재가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사랑'이었다. 내가 찍었던, 찍혔던 사진들 뿐만 아니라 기억 곳곳 빠짐없이 사랑이 담겨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괜히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것. 사랑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결국 한 지점에서 시작되어 한 곳으로 모이니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받았던 사랑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거나 듣는 것은 굉장히 쑥스럽다. 그래서 종종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에둘러 다른 언어로 표현하곤 했다. 앞으로도 빙빙 돌려 다른 언어로 표현하곤 하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다른 수식어가 아닌 사랑을 사랑 그 자체로 표현할 예정이다. (꽤나 큰 도전이다)
아래에는 내가 받은 모든 사랑들을 적어보았다.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단순하게 적었다. 무슨 의미의 문장인지 모르겠다면 어떤 사랑이었는지 유추해 보는 시간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랑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마다 사랑의 형태가 다르니까. 대가 없는 타인의 사랑을 받을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행위들은 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사랑은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사랑은 사소할 수 없다. 사소한 사랑은 없다.
첫 바다와 크리스마스 장식
첫 출근 기념 피자
첫 인 앤 아웃 햄버거
첫 반미 샌드위치
첫 칠리망고 아이스크림
아름다웠던 말리부
크리스마스 쿠키
수제 치즈 케이크
내 사랑 첫 치폴레
처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미국에서 한국 치킨
사진들
나의 첫 여행
추운 곳에서 구워진 스테이크
아이다호 눈 주머니
매쉬드 포테이토와 파스타
내 옆을 지키는 히터
가득 찬 뜨거운 물
대륙횡단의 운전시간
하나부터 열까지
쌀국수 먹는 방법
항상 물음표
나눠먹는 요리
초대해 주는 마음
어느 날 아이유의 앨범 설명을 보곤 생각이 많아졌는데,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하는 이들의 이야기'. 무의식 넘어 흐릿했던 생각의 형체를 누군가가 명확히 정의해 주니 그제야 머릿속에 느낌표가 떴다. 세상에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나를 예민하고 차갑게 만들어 타인에게 향하는 모든 것들을 뾰족한 가시로 만든다. 나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는데 타인에게 그 에너지를 나눠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그렇기에 더더욱 사랑은,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사랑에 감탄하고, 돌아보고, 깨닫고,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다.
이것은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사랑을 잃지 않기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나쁜 감정들 보다는 사랑의 감정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기를, 그럼에도 그럼에도 사랑하고 포용하는 사람이 되기를. 이 세상에 그럼에도 사랑이 많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