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삶에서 중요한 일 세 가지를 꼽으라 한다면 무엇인가? 가족, 사랑, 일 글쎄 세 가지만 꼽는 것은 너무 힘들지만, 최근 읽었던 조재우 논설위원의 책 제목은 밥, 똥, 일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다. 난 개인적으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원한 해결책은 제시해주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원초적일 수 있는 밥/똥/일을 적날하게 쓰고 있음이 좋다. 도서관에서 제목이 눈에 띄어 읽다가 날짜를 연체 해 가면 책을 읽고 있다. 반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할 일 있으면 살 만한 거다."라고 저자의 어머니의 말로 시작한다.
요즘 우리는 '나는 무엇을 먹었다!'라며 인스타에 인증을 하며,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말한다>라는 말로 먹는 것을 챙긴다. 이제 먹는 것은 배를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원조로 만들어진 먹방 역시 먹는 것에 관한 것이다. 먹방이라 가장 원초적일 수 있는 것, 남이 먹는 것을 우리는 쳐다보고 있다. 우리는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삽니다.라는 것을 동네방네 소문낸다.
똥을 잘 싼 것은 드러낼 수는 없으나, (그것은 정말 건강을 드러냄은 맞다.) 잘 먹는 것만큼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첫째 둘째는 하루 종일 똥 이야기로 즐거워한다. 똥, 방구, 똥꼬 ㅋㅋㅋ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거 보면 이것 또한 원초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나는 교사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일 역시 한번에 턱하니 붙지는 못했다. 최근 임용고시 합격자가 발표 났고, 같이 일했던 기간제 선생님이 최종 합격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예전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해야 할까? 그 어느 시대보다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인데 일자리는 정말 없다.
이 책은
1부 밥과 경제 (승자독식 사회의 불평등, 성장 신화의 종말, 자본주의에 파랑새는 없다. 미국의 패권주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예측 불가 기술의 미래)
2부 똥과 정치 (원숭이 덫에 걸린 정부, 한없이 이기적인 정치, 동종교배의 패거리 정치, 탐욕의 정치 포획된 정치)
3부 일과 사회 (청년실업과 그 적들, 희망의 불씨들, 밥 똥 일- 다시 꿈을 꾼다)
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와 경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무지했음을 반성했으며, 편식하는 독서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독서를 하리라 다짐하며, 다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라구이다이 판결이다. 미국의 대공황 시절 피오렐로 라구아디아 판사의 명판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딸이 이혼한 뒤 아파 누워 있고, 손자들이 굶주리며 울고 있어 빵을 훔쳤다."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할머니에게 라구아디아 판사는 벌금 10달러를 내라고 했다. 어쨌거나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방청객을 향해 할머니가 빵을 훔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웃들도 함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10달러를 내고 방청객들에게 50 센트씩 걷어 벌금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할머니에게 주었다. 눈을 가린 채 저울과 칼을 든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가 눈가리개를 풀고 눈물을 보여 준 사례가 책에 나온다.
그리고 다양한 경제적인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며 짧게 짧게 쓰여있고, 잘 모르는 개념들은 친절히 설명도 붙여주어 읽기 편했다. 하지만 일에 대한 글 부분에는 저자도 막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문제점도 현 체제의 아쉬움만을 남기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일자리 문제는 현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 4.0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우리 사회는 4.0이 아니라 2.0도 못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나이도 이제 불혹에 접어들었다.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인가? 아니 아직도 난 많은 것에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들어온 신입 교사들을 보면, 아니 막 들어온 기간제 교사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대학 원서를 쓰려고 할 때, 미래의 일자리를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 같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이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잘 먹고, 잘 싸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오늘 시댁의 제사였다. 교사에게는 가장 잔인한 2월을 보내고 있으며, 그의 담당 업무 중 하나가 학생부여서 전교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눈이 빠져라 보며 점검하고 있다. 방학임에도 학교에 나가서 일을 하는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는 오늘도 혼자 전을 부치셨다. 죽어라 일을 하고 돌아온 나는 또다시 제사상을 차리며 눈치를 보고, 설거지하고 돌아와 오늘의 숙제인 글을 급히 수정하고 있다. 나 역시 밥, 똥,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 학교에서 이 곳 저 곳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워킹맘이지만, 어떻게 보면 일을 할 수 있음이 축복일 수 있음에 우리 사회의 일자리, 살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통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자리가 많아지기를 고민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다 많이 논의되기를 희망하며 조재우 밥/똥/일 일 독해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