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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Feb 14. 2020

뒷산

나만의 힐링

점심을 준비하다 그릇을 던지고, 뒷 산으로 향했다. 운전을 해서 친구랑 수다를 떨러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 기분으로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난 마음만 먹으면 산보를 할 수 있는 뒷산이 우리 집 바로 뒤에 있다. 새소리도 들리고, 경사도 완만하여 우리 집 아이들도 손잡고 올라가기 좋은 산이 가까이 있다. 참 좋은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참을 씩씩 걸리고 올라가다 산 길을 바라보니 참 오랜만에 이 길을 걷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요즘 방학이지만 맡고 있는 업무로 인해 방학이 방학이 아니고 매일 출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유일하게 집에서 쉬겠다고 마음을 먹고, 짝꿍이랑 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앗!! 정말 별일도 아닌 일로, 싸우다니, 계속 있으면 계속 싸울 것 같아서 등산화를 신고 뒷산으로 향했다.


재작년 휴직을 했을 때 정말 많이 올랐던 산인데, 정말 오랜만에 올랐다.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등에 땀이 살짝 나고 이제 돌아가자며 내려오는 길에 살랑이며 부는 바람에 치유되는 것 같았다. 묵묵히 가만히 있는 산, 아무리 오랜만에 왔더라도 "왜 이제 왔냐"라고, "왜 그동안 안 왔냐"라고 타박하지 않고,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 같았다. 이제 자연이 좋은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먹었나 보다. 


날이 많이 풀려서 그런지, 산에 사람도 많더라. 다시 휴직을 냈으니 다시 뒷산을 많이 올라야겠다. 신랑과 다투고 너무 화가 나서 그 감정을 주체를 하지 못하고 올랐던 산인데, 그래도 그때 산을 찾는 걸 보니 나도 참 산이 그리웠나 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이런 힐링의 장소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련다. 신랑과 싸우지 않았다면 내가 오늘 등산을 했을까? 좋게 생각하련다. 좋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사해하며 오늘을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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