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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Sep 23. 2020

마크툽 : 기록되어 있다.

난 그저 나의 할 일을 한다.

연금술사를 다시 꺼내 읽고 있다.

그냥 단 순 히 읽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에 낭독으로 올리고 있다.

오늘 다섯 번째 영상을 올렸다.


연금술사는 내가 책을 별로 읽지 않았던 시절, 읽었던 정말 몇 권 되지 않았던 책 중에 한 권이다.


그때 너무 유명한 말,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 한 마디 붙잡고 싶어서 읽었었다.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원하면서

간절히 간절히 이루면서 살아왔다.


그러다 작년 내가 참 좋아했던 지인이 연금술사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연금술사를 다시 읽고 떠난다고 했다.


나도 다시 한번 읽어볼까? 그러다 코로나가 터져 집콕만 하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났다. 연금술사를 꺼내 들었다.

그냥 읽는 것보다 유튜브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서 드문 드문 읽으며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연금술사를 다시 꺼내 들고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마크툽
그게 무슨 말이죠?
자네가 아랍인으로 태어났어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지.
굳이 번역하자면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지


기록되어 있다.

책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노트에 기록되어 있다?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그런 뜻일까?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정해져 있을까?

모든 것은 정해져 있으니

될 대로 돼라

자칫 회의주의로 생각해 버릴 수 있으나,


나에게 굉장히 위안이 되는 말이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나의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될 일은 될 것이고, 안 될 일은 안 될 것이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할 때

이미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으니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냥 묵묵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스토아학파가 문득 떠오른 말이었다.

    

요즘 내 앞에 주어져 있는 수많은 선택지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잘하고 있는 일인 건지?

아무도 걸어오지 않은 설원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하는 일들이 눈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 같아서 한 발을 내딛기가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은 무서운 속도로 각자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계속 혼자에게 되뇌고 있었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


마크툽!!


이미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으니, 그런 고민은 내려놓고

그저 나의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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