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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Sep 25. 2020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그래, 나는 죽는다.

죽음에 대해서 나는 참 많이 생각했었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 역시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던 책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4644329

이 책은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북만남의 가치가자 12기 선정도서이다.


예전 가치가자 멤버였던 분이 이번 12기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는 글을 보시고, 댓글로 살짝 걱정해 주셨다.


읽고 우울감에 빠지지 말아라는 당부?! 열심히 함께 했던 독서 모임 멤버 역시 이 책의 목차를 읽고 함께 못하시겠다는 연락을 주실 정도로 이 책의 무게는 무거웠다.



정말 마음먹고 읽었다.

하필~~ 가을의 시작 문턱에서 이 책을 읽기는 더 힘들었다.



나는 가을을 타는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올 한 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생각, 추수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몰려올 때쯤, 죽음에 대한 책을 읽으니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초반에는 그래도 읽기가 무난했었는데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죽음에 대하여 너무 사실적으로 기록한 부분들, 내가 죽음을 준비하는 상황을 너무 상세히도 적은 부분이 힘들었다.


요즘 고등학교 선택과목 중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에는 죽음에 대한 단원이 나온다. 각 사상들의 죽음에 대한 입장과 사상가들의 죽음에 대하여 말한 내용들 수업 시간에 다룬다. 수능에서도 꼭 한 문제가 출제되는 부분이라 아주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안락사와 자살 관련된 내용도 수업 시간에 다루기 때문에, 나는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본 사람이라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죽음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정말 사실적으로 풀어놓았다. 너무 사실적인 불편함이 손이 책을 잘 잡지 못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독서모임의 좋은 점이 무엇인가, 마감시간이 있다는 것, 서평을 써서 올려야 하는 마감 시점이 돌아오니 그 시간까지 책을 읽게 되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음이 왔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퐁트넬

위의 말은 에피쿠로스의 말을 그대로 베르나르 퐁트넬이 말했다고 한다. 죽음 참 두렵기도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존재하는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없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는 것이 죽음인 것이다.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데 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힘든 것 같다. 


오랜 시간 아프다가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고, 오랜 시간 병수발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책장을 넘기가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러한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아니 모든 인간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함을 이 책은 말하고 있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라틴어로 '그대는 죽어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


맞다. 나 역시 죽는다. 


이 책 뒷부분에는 죽음 계획서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이 기록되어 있고, 나의 신랑에게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연명치료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부분만 이야기하면 죽음에 대한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에 첨부된 죽음 계획서를 보고, 계획해야 할 것이 훨씬 많음에 놀랐다.


우리의 삶에서 참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실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부분이 죽음이다. 하지만 인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이며, 내가 존재할 때 나의 존재가 없어짐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 아니다.


매 순간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매 순간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읽기 힘든 책이었지만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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