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보다 먼저,

나를 지키는 연습

by 박혜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주고받는 채팅방에서 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휴를 보내며 덕담이 오가는 사이, 두통을 호소하는 한 ‘K며느리’의 글이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가 마냥 행복하려면
어쩌면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를 챙겨 먼 길을 이동하는 명절은 기쁨과 함께 피로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상담 현장에서도 명절이 지나면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괜히 예민한 제가 문제일까요?”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던 걸까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조심스럽게 되묻습니다.


정말로 더 참는 것이 해결이었을까요?

저 역시 명절 두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왔기에
그 마음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존감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먼저 돌아봅니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일까요?
내가 더 잘했어야 했던 걸까요?
더 이해하고, 더 참았어야 했던 걸까요?

하지만 상담을 하며 수많은 관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습니다.


자존감은 더 애써서 얻는 감정이 아니라, 덜 허용하면서 회복되는 감정이라는 점입니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그 기준을 타인에게 맡긴 채 살아갑니다.
인정받으면 괜찮아지고,
외면당하면 쉽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타인의 인정은 언제나 조건적이고 일시적입니다.
그 위에 자존감을 세우면 마음은 늘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주제가
바로 자기 수용입니다.


잘난 모습뿐 아니라
부족하고 어설픈 모습까지 포함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일입니다.

내담자분들과 함께 작은 목표를 세우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해내고 있다”는 감각이 쌓일 때
자존감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거리를 두는 일을 어려워합니다.

“그래도 가족인데요.”
“괜히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종종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거리 두기는 냉정함이 아니라 존중이라고요.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이며,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분명한 기준입니다.


인간관계가 유독 피곤한 이유는
우리의 에너지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관계까지 붙잡고 있으면 정작 지켜야 할 자신을 놓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계를 세울수록 관계는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경계가 있는 관계만이 건강하게 지속됩니다.


또 한 가지, 상담실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통제’에 관한 문제입니다.

타인의 감정, 이미 지나간 과거,
앞으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걱정을 반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쏟을수록 현재의 나는 더 지쳐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연습을요.


운명이나 타인이 아니라
나의 반응과 선택에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올라오지만
그 감정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두지는 않는 것,
그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의 선택은 바꿀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상처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충분히 건강한 선택입니다.
상처는 덮어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소독하고, 돌보고, 시간을 들여 회복해야 합니다.

상담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회복을 선택했다는 증거입니다.

자존감은 사랑을 많이 받아서 생기는 감정이 아닙니다.
나를 지키겠다고 결심할 때 회복되는 힘입니다.


이번 설날,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는 사람보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조금 멀어질 용기를 내는 것,
불편함을 말로 표현해 보는 것,
나를 위한 선택에 미안해하지 않는 것.

그 작은 연습이 자존감을 다시 세워줍니다.


명절 두통에 시달리던 시절,
그리고 상담실에서 수많은 관계 이야기를 들으며
보물처럼 찾아 온 책이 있습니다.


관계와 자존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싶으시다면
이번 설 연휴, 책과 함께,
천천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https://youtu.be/Dc2bwS6K7ss?si=Ekrpo_unhuJ5PF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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