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혜민 Feb 21. 2020

10년 전의 편지

이루어 주신 모든 것 감사합니다.

방을 정리하다 파일에 곱게 꽂혀 있는 봉투를 발견했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것이구나. 나는 친정엄마에게 가장 감사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믿음을 가지게 해 주신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 다녔다.  믿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로 모태신앙이다. 어린 시절 유아세례를 받았고, 그때그때 때에 맞춰서 첫 영성체도, 견진성사도 받았다. 어린 시절은 성당은 나의 놀이터였다. 그곳에서 유년시절 성장했다고 이야기해도 될 만큼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냈다. 처음에는 친구가 좋아서, 성당 오빠가 좋아서, 교리교사 선생님이 좋아서, 정말 열심히 성당을 다녔다. 그때 나의 신앙은 그저 취미였다.


언제 내가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지게 되었나를 생각해 본다면 제대로 기도를 해 본 적을 생각해보니,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빠의 교통사고가 떠올랐다. 그때아버지를 살려만 달라고 하느님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 했었다. 그때 온 가족이 하느님을 붙잡고 아빠를 살려달라고 기도했던 것 같다. 그 힘든 시절 종교가 있었기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임용에 합격시켜달라, 그렇게 청하던 기도가 간절히 나를 주님의 도구로 써 달라고 제대로  기도하면서 신앙이 깊어졌던 것 같다. 교사라는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하며 임용 공부를 했었다.


그렇게 임용에 합격한 이후 교리교사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좌신부님이 교리교사들과 함께 파스카 성경공부를 해 보라 하셨다. 그 권유로 그렇게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성경공부 대구에서는 청년 성경모임을 파스카라 부른다. 파스카를 간단히 소개하면 팀을 이루어 성경공부를 마치고, 그 후 연수를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연수를 신청하고 연수를 갈 수 있다. 96차 창세기 연수 아마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자세히 연수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난 정말 그 연수 안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그 이후 탈출기, 마르코, 요한 공부 그리고 연수, 연수 봉사자까지 정말 열심히 그곳에 푹 빠져 살았다. 65대 말씀의 봉사자로 파견도 받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2009년 겨울, 108차 마르코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 봉사들 모임에서 썼던 편지를 오늘 찾은 것이다.

그 편지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도, 간청이 있던 나의 기도가 이루어졌음을 감사하며

그 편지 내용을 적으며 오늘의 글을 마치려 한다.



Dear. 하느님의 작은 꽃


이번 마르코 연수를 위해 포기한 것이 있지 미국 여행!! 스물아홉의 마지막 끝을 잡으며

서른이 되기 전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 소화데레사야.

그 힘듦을 이기게 해 달라고 연수 봉사를 하고, 그 봉사를 하고 나면 엄청난 축복을 내려주시는 그분께

앞으로 받을 것을 생각하면서 나를 희생하듯이 연수 봉사를 신청했잖아.

스물아홉 해를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서 한 것이 별로 없고 희생만 하고 살아온 것 같음에 답답하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서 힘들면서도 너는, 너를 위해 여행을 선택하지 않고, 또 마르코 연수를 신청했어.


소화 데레사야. 네가 알아야 하는 것은 하느님은 너에게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는 분이라 생각하니?

네가 희생해, 무엇인가를 지불해야지 너의 청을, 너의 기도를 들어주신다고 생각하니?


연수를 한다고 너의 문제가 뿅~하고 사라지지 않아

도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부딪치고 현재의 나의 삶 안에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자유롭게 방학을 쓸 수 있는 마지막 방학일 수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는 것이어야지.


나의 십자자가 버거워, 나의 십자가를 벗어 버리고 싶어서

혹시 결혼을 도피처처럼 생각하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잖아


연수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아 가자.


그리고 간청하자


내 삶의 반려자

내 한 평생 삶을 동반할 수 있는 사람

하느님 함께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우리 가족, 나의 아픔, 그리고 그의 아픔을 함께 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느님의 작은 꽃, 사랑해.   

2009.11. 겨울 연수 봉사자 피정에서




나는 세례명(성당에서 부르는 이름 )이 소화 데레사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나를 하느님의 작은 꽃이라 스스로 칭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것 이루어 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