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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Mar 01. 2020

한 달

환골탈태 (換骨奪胎)



인간은 그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놓은 바로 그 원인으로 인해 그와 같은 사람이 된다.

--- 칼 야스퍼스


나는 한 달 동안 작가라는 원인으로 내 삶 앞에 두었다. 사실 [한 달 브런치]를 신청하기 전까지는 나는 작가라는 이름을 내 앞에 붙이기는 민망했다. 그냥 블로그에 하루의 일상을 기록하는 정도였던 것이지, 근데 [한 달]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은 나를 작가라는 세상으로 초대해 주었고, 나를 작가라는 원인을 제공해 주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글을 소비하는 사람에서,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글을 생산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내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는 원인이 내가 제공된 것이다.

그런 과정 중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확진자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배로 불고 있고, 아이들과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도 불안해한다. 내가 있는 대구의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정말 집 밖은 위험한 곳이 되었다. 둘째 아이를 꼭 안아주면, 아이는 내 두 눈을 보고 묻는다. "엄마, 집은 안전해?"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엄마가 너의 곁에 있으니깐, 안전해"


나는 빅터 프랭클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만약 유학을 간다면  빅터 프랭클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힘들 때마다 빅터 프랭클의 책을 집어 들고, 다시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만약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일독하기를 권한다.  "운명보다 더 강한 것은 그것을 견디는 용기이다."  지금 이 시국에 용기가 참 필요한 것 같다. 불안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두 아이를 잘 지키고, 멘탈을 잘 챙기는 것이다. 집 안에 있으면서 불안한 것은 고립되었다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달 브런치] 안에서 매일 글을 쓰면서 내 안의 것들을 새롭게 창조해 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환골탈태되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사람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하여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됨.


정말 다른 사람처럼, 이제 매일매일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이다. [한 달 브런치]라는 원인으로 인해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운과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나는 정말 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만약 내가 준비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로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말 불안해했을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를 되돌아보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기도 했고, 노트북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 조용히 글을 쓰도록 배려해주지 않는 나의 소중한 보물들이 미워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차츰 변화했다. 그동안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나의 감정들을 하나하나의 글들로 풀어갔다. 그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브런치에 글이 26개 올라가고, 작품이 4개가 만들어지는 기적이 한 달 동안 내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어젯밤에는 딸아이가 와서 나에게 말했다. "엄마는 왜 밤에만 글을 써?"

엄마에게 폭 안겨서 잠들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잠을 재워야 하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싫은가 보다.

"내일부터는 꼭 낮에 쓸게"


어떤 원인과 어떤 용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바뀐다고 믿는다.

나는 브런치 작가라는 원인과 내 삶을 글로 드러내는 용기를 통해 한 달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그대도 자신이 원하는 삶의 꿈꾸며, 그것에 맞는 원인에, 그것에 맞는 용기를 이끌어내기를 응원한다.

나에게 [한 달]이라는 기적과 같은 변화를 이끌어 준 [한 달 브런치] 리더 작가 다시 살기님과 [한 달 리더] 작가 BK님과 한 달 동안 좋은 글을 함께 써 갔던 4기 멤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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