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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Mar 24. 2020

Book만남의 탄생

북튜브가 된 사연

선생님, 동아리 좀 맡아주세요.


  2018년 3월 새로운 학교로 전근 가서, 아직 낯선 그 시기 한 명의 잘 생긴 학생 하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자신이 만든 새로운 동아리의 지도교사가 되어 달란다. 학생 주도형 동아리 운영이 되기에 학생들이 동아리 구성하고 자신을 지도해 줄 동아리를 찾는다. 그 학생은 새롭게 영상 동아리를 만들고, 지도 교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영상에 관해서 하나도 몰라, 너희들 말로 1도 몰라 


  괜찮단다. 자신이 다 알아서 할 테니 도장만 찍어달란다. 그렇게 2018년 영상 동아리 지도 교사가 되어버렸다. 정말 영상 편집 하나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정말 알아서 잘했다. 동아리 학생들 선정부터, 일 년 동안 동아리를 진행할 일정까지 모두 알아서 척척해 냈다. 동아리 아이들은 학교 축제 홍보 영상도 찍었고, 작은 단편 영상들도 찍었다. 그런데 학기말이 되어 생활기록부를 기록할 때 쯤,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동아리를 이끌었는 학생들은 기록할 사항이 많았지만, 그냥 영상에서 배우로 출연했던 아이들은 기록해 줄 내용이 너무 없었다.


  요즘 수시 전형으로 대학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이 학생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스펙이 된다.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한 모든 아이들에게 주도적으로 활동한 내용을 적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해 봤다.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들을 개별화시킬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내가 일단 영상 한 번 찍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식탁 위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영상을 찍었다. 그것이 처음의 영상이었다. 

https://youtu.be/6vFq_Z_rt1w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나의 첫 영상이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공개했었다. 그리고 너희들도 이렇게 영상을 찍어 각자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나의 유튜브가 시작되었다.


  무엇이 나를 유튜브를 찍게 했을까? 아마 그 해 일 년 동안 읽었던 책들이, 유튜브를 시작해야 하는 시대의 변화를 계속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흐름, 그런 것이 토대가 되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책 한 권이었다.  2018년 Book만남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었던 '무지한 스승(자크 랑시에르)' 이 책으로 일 년 동안 세 분의 선생님과 토론을 하며, 이 책을 씹어 먹었다.  그리고는 나는 조금스럽게 지적으로 해방된 것 같다. 이 세상에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지적으로 해방되어 지능의 평등을 믿고, 조심스럽게 세상에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를 구분해 놓은 세상에, 불평등으로 선을 그어 놓는 세상에 이제는 타인의 의한 구분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https://youtu.be/TT-XvCv3P9M?list=PLb1OKUys5uwtbn1ZTwzrZPrqW5_oNOhmY


  사실 북튜브는 인기가 없다. 나의 채널은 잠 온다. 집중력을 가지고 나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냥 그 책을 사서 읽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영상을 찍는다. 나의 영상은 의외로 50~60대 분들도 많이 들으신다. 그것은 아마 노화로 인해 책을 잘 읽지 못하시는 분들, 아니면 운전을 하면서 오가며 나의 영상을 라디오처럼 듣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영상이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꾸준히 찍어 올릴 것이다. 나는 그렇게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살아갈 것이다.


  구독자가 1500명이 넘으면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영상에서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공개하려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더라, 구독자도 잘 늘지 않고 북튜브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뇌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한 달]을 시작하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한 달] 4기 안에서 라이브톡을 하는데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날 나의 브런치 글 조회수가 만 건을 넘겼던 날이라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얼굴을 공개하고 아주 간단히 팔로우 분들과 소통했었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 유튜브에도 나의 얼굴을 공개했다.


얼굴을 공개해도 사실 구독자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 반대로 구독자가 떨어져 나가더라 

  목소리를 듣고, 상상했던 나의 얼굴과 실물을 보니 영~ 취향이 아니었던 것일까 ㅋㅋㅋ

아무튼, 구독자가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중요한 부분에 집중을 하고 살아가려고 한다.


Book만남 나 스스로가 책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알기에, 책 속에 진리가 있음 알기에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Image by slightly_different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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