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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Mar 29. 2020

공감으로 듣기

현존 : 무언가를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라.

자신의 행동과 느낌, 생각에 대한 책임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갔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이 도대체 왜 바쁜지에 대해서 생각도 못한 채,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며, 자신의 행동, 느낌, 생각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언니 집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읽다가 

" 이 책 나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아."

라고 말하며 그 책을 들고 왔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여름방학 강제로 가야 했던 연수 프로그램 중 NVC (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 대화가 있었다. 비폭력 대화로 학급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학급 경영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시는 선배 교사의 연수를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그곳에 함께 현존하면서 거울을 비쳐주듯이 비쳐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대기를 좋아하는 나, 연수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역할 연기할 분!!" 물으시길래 손을 들고 자처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런데 역할 연기였지만 비폭력 대화를 실습하는데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펼쳤다.


당신은 평가와 관찰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나는 게으른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본 사람은

내가 보는 동안에 

한 번도 뛰어다닌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가끔 잠도 자고,

또 비 오는 날에는 집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랍니다.

나를 이상하다고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는 정말 게으른 사람일까요? 아니면 단지

우리가 '게으르다'라고 하는 행위를 했을 뿐인가요?


((중략))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말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지친 거라고, 혹은 태평스러운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만약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의 의견을 섞지 않는다면

많은 혼란을 면할 수 있을 거라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도 단지 내 의견일 뿐이라고,


나는 나 스스로를 참 많이 평가했었고, 다른 사람 역시 평가했었다.

옳다 그르다, 그르다 옳다

윤리교사로 살아왔던 나의 직업병이라고 할까? 내 안의 판단 잣대를 대고, 이쪽저쪽을 나누고, 구분하며 살아왔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평가가 아니라 관찰한다. 그리고 그 관찰한 내용을 거울에 비추어 주듯이 보여주는 것, 상대방의 대화를 판단하지 않고 현존(무언가를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는 것)하면서 그대로 들려주는 것으로 그 사람은 치유가 되더라.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

관찰, 느낌, 욕구, 부탁에 맞춰서 질문해보아야 한다.


공감은 우리에게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마하트마 간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말에 얼마나 많은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있는지, 얼마나 많이 평가하고 비판하는지, 그것을 내려놓고, 그냥 관찰하고 그 자리에 현존하면서 공감해 주자.


수많은 학생과의 상담, 수많은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나는 현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손에 정답을 들고서 나의 판단이 맞으니 나의 판단에 따르십시오. "슨생님! 믿고 따라오십시오." 그전까지는 상담이 아녔구나.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판단하지 않고, 관찰을 했고 비판하지 않고, 그 자리에 현존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해야만 한다'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하자.


나는 나 자신에게 칸트처럼 도덕 법칙을 앞 세워가며,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 스스로에게 옭아 맺던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 ~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 단지 내가 선택하는 것뿐이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판단을 할 것인가? 관찰을 할 것인가?

비판을 할 것 인가? 현존할 것 인가?

폭력적인 대화를 할 것인가? 비폭력의 대화를 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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