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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Feb 09. 2020

매트릭스는 과연 천국일까?

인터넷 공간에 자율성에 대하여

매트릭스가 영화로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어간다. 사실 난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유명한 영화여서, 그 내용을 알고 있다.  빨간약, 파란 약까지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진짜인가? 아닌가? 핸드폰과 인터넷 속, SNS, 게임 속에 있는 나가 진짜 나인가? 아닌가? 

 올해 중학생으로 입학하는 아이들이 유모차에서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던 아이들이며,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는 선생님의 고민을 들은 적 있다. 태어나서 친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스마트 폰 일지 모르는 아이들인 것이다. 나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스마트폰, 우리의 삶과 인터넷 공간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나 역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 방송을 하고, 인스타, 네이버 카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하루 종일 핸드폰과 컴퓨터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런 디지털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일부러 디톡스처럼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의식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서 본 영상 때문이었다. 혈액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VR을 통해 잠시나마 아이를 볼 수 있고,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그것을 보고 어린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엄마의 마음이 짠해 눈물이 났고, 잠시라도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면서 과학의 발전이 사람의 아픔을 어루어 만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https://m.youtube.com/watch?v=uflTK8c4w0c&feature=share


그리고 다시 접하게 된 인터넷 기사, 영상 주인공 엄마가 악플에 시달려 블로그를 닫게 되었다는 내용의 인터넷 뉴스였다. 아마 어떤 내용의 악플이 쓰여 있을지 상상이 가긴 했다. 나 역시 가상현실(VR)에서 만난 딸은 진짜의 딸이 아니니깐,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녀를 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과학이 발달하는 이유는 인간의 아픔을, 인간의 행복을, 인간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1285940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인터넷 공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는 인터넷 공간을 판옵티콘이라고 칭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인터넷 공간을 유토피아라 칭하기도 한다. 나 역시 디지털 노마드(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일하는 디저털 유목민)를 꿈꾼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깐, 하지만 긍정의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처음 유튜브를 찍었을 때, 블로그의 글들을 전체 공개했을 때, 나의 얼굴을 공개할 때, 나의 아픔을 전체 공개로 글을 쓸 때, 분명히 빛 뒤에 드러날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 일 것이다. 하지만 긍정의 부분을 주목했으면 한다. 유튜브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보았으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빡독x대구]에서 만난 인연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 빡독은 무엇인가? 대교의 후원으로 대국민 문해력 향상을 위한 빡독(빡세게 독서하자) 캠페인으로 체인지 그라운드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인터넷 공간에서 빡독을 보았을 때 정말 놀라웠다. 인터넷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현실 공간에서 직접 만나서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너무 탁월했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2번이나 신청했었고 당첨도 되었지만 가지 못했다. 나로 인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을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신청했을 때는 당연히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그리고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빡독에 참여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음을 후회했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에 대구에서도 빡독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당장 신청했었다. 너무 기뻤고, 그런 문화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있다는 것이 황홀했었다. [빡독 x대구]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진을 보고, 더 감동했었다. 오로지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비를 털어가며 봉사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지성인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곳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을 스피치 했었다. 그리고  [빡독 x대구] 리더를 통해 [한 달]이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나는 한 달 쓰기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한 달 브런치를 하고 있다. 내가 읽기만 하던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을 2번이나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인터넷 공간 안에서 연결 때문이다. [한 달]이라는 플랫폼에 연결되어 세상을 향해 글 쓰고 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http://handal.us/home/


 다시, 가상공간(VR)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누가 나연이 엄마를 욕할 수 있을까? 나연이 엄마에게 네가 보았던, 들었던 것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이니 정신 차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모든 인간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허상을 쫓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석가모니의 실상법을 제대로 깨우친다면 우리가 쫓고 있는 모든 것은 진짜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인터넷 공간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판옵티콘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자율성이 자신에게 주어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와 같은 문제이다. 자유인은 자유가 있는 자이고, 노예는 자유가 없는 자이다. 다시 이것을 적용해 보면 자율성을 본인이 가지느냐 가지지 않느냐로 구분하고 싶다. 내가 의도해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면 나는 인터넷의 주인이고, 내가 의도하지 않게 인터넷에 이끌려 가고 있다면 나는 인터넷의 노예인 것이다. 그대는 지금 브런치 글을 읽고 있다. 그대는 의도하여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중독에 의해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이것은 매트릭스의 파란 약, 빨간약처럼 본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차이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고, 인터넷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당신의 삶이 천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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