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랑이 Jan 12. 2023

나는 살 빼려고 휴학했다.

불행의 시작

사람들은 대학교를 휴학할 때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진다. 자기 계발, 휴식, 워킹홀리데이, 더 좋은 대학을 위한 재수 등

하지만 난 온전히 살을 빼려고 휴학했다. 나중에 엄마한테 이 사실을 털어놓으니 나보고 멍청이라고 했다.

휴학신청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이유를 덧붙였지만 결국은 살을 빼려고 휴학한 것이었다. 이놈의 살이 문제다.

대학생활은 내가 다녔던 초, 중, 고 생활보다 더 가혹해서 미의 기준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전부였다.

그들은 누릴 수 있었고, 난 누릴 수 없었다. 125킬로인, 남들이 보기에 평범의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나는 그들에게 배척대상이었다.



휴학 중 PC방 알바를 하려고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지원자가 나랑 다른 여자애 둘이었다. PC방에 알바가 없었는지 둘 다 붙긴 했지만 그 여자애와 나와의 위치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나에게 투덜대던 사장과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렇게 친절한 사람인 지 몰랐다. 나랑 일할 때 말 한번 하지 않던 남자애가 말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화장실 청소를 시키지 않고, 물건을 옮기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다. PC방이 작아서 너는, 네 덩치는 힘들겠다고. 손가락으로 내 몸을 가리키며 비웃던 사람들은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날 싫어했던 게 아니라 그냥 외모지상주의였던 것뿐이다.

나는 내 몸 때문에, 그냥 몸이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미움받아야 했던 것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단식을 한 일이었다. 그래, 몸에 독소가 많아서 그래, 나보다 몸무게 적게 나가는 사람도 아무것도 안 먹고 한 달은 살 수 있다던데, 일단 일주일 정도 굶고 시작하자.


검색창에 단식다이어트를 검색해 봤다.


단식 전에 구충제를 먹고 마그 x을 내 몸무게 앞자리만큼 먹으라는데.. 그럼 난 10알이 넘는데?.. 안 되겠다. 5알만 먹어야지.물만 먹을 수 있고, 너무 힘들면 꿀물을 마시고 소금을 먹어줘라.. 좋아. 별거 아니네! 하지만 한 끼에 라면 세 봉을 먹는 것도 거뜬했던 나에게 갑자기 하는 단식을 몸이 버텨줄 리 만무했고(정확히는 식욕이) 이틀정도 굶었을 때 폭식해서 잔뜩 먹고, 다시 단식을 시작하고 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당시 유명했던 다이어트 중에 걸그룹 다이어트를 하게 이르는데(초절식 다이어트) 단식과 폭식 사이에서 희망하고 절망하는 와중에 그것들은 꽤나 매력적인 편이어서(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과, 연예인 이름이 붙어 돌아다니는 다이어트라!)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고 시작했다.


하루에 800칼로리 밑으로 먹는 극단적인 식단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식이 장애를 가져다준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전 02화 돼지는 미팅에 못 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