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방법인 거 나도 알아, 근데 제일 빠르잖아.
초절식 다이어트의 부작용
걸그룹다이어트(초절식)를 하면서 몸무게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아침 두유 한잔, 점심은 300칼로리 미만 다이어트 도시락, 저녁은 토마토 1개로 이루어진 극단적인 식단이었다.
첫째 달은 20킬로가 줄었고 둘째 달은 10킬로 셋째 달은 5킬로가 줄었다. 경이로운 감량속도였다!(그래봐야 90킬로)
딱 정해진 식단 외에는 입에 대지 않았고, 다른 음식을 먹으면 죄책감에 시달렸다. 식단 외에 음식을 먹게 되면 그다음 날 하루를 통째로 굶었다. 체중계에도 밥을 먹기 전, 먹기 후, 자기 전, 자고 일어나서 수시로 올라갔다. 0.1킬로에 일희일비했다.
내 폭식이 터진 날을 나는 기억한다.
86킬로 때쯤이었고 이때의 나는 퍽 다이어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라 어떤 상황에서도 음식을 안 먹을 자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날은 더웠고, 집 근처에 있는 운동장을 돌고 들어왔다.
집에 와서 수박 조금과 블루베리 조금을 먹었는데 평소 같으면 괜찮았을 식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떠한 신호도 없이 찾아왔으며 내가 뿌리칠 수 없을 정도로 유혹적이고 불쾌한 감정이었다.
라면 두봉을 끓이고, 밥을 말아먹었다.
라면을 끓이면서도 기름기를 빼겠다고 면을 따로 끓이고 수프를 하나만 넣었다. 두봉을 끓이면서도 내가 설마 이걸 다 먹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 먹고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먹고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집에 있는 과자를 뜯었다. 한봉이 두봉 되고 세 봉이 되고... 젤리가 먹고 싶어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초콜릿, 빵, 젤리... 평소에 다이어트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을 잔뜩 샀다. 그리고 하루종일 먹었다.
그러던 와중에 집에 가족들이 왔고, 치팅데이야~~ 나를 합리화하며 치킨, 피자 세트를 시켰으며 라면을 또 끓였다. 아이스크림도 5개를 먹었다. 나는 내가 미친 것 같았다.
정신이 조금 들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상태였고
나는 찢어질 듯이 팽창한 배를 움켜쥐며 새우자세로 누워있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을 먹은 것이다.
몸무게를 쟀다. 지금 생각하면 음식무게가 대부분이었을 테지만 91킬로가 나왔다. 멘붕에 빠졌다. 나는 생전 처음 내 의지로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상자에 있던 변비약을 꺼냈다. 당장 이 음식을 몸에서 빼내야 할 것 같았다. 변비약을 털어먹고 줄넘기를 꺼냈다. 바로 밖으로 나와서 밤새 줄넘기를 했다. 울면서.
나도 그런 내가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