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만 칼로리를 먹고 만 칼로리를 게워냈다.
폭식의 굴레
폭식증이 한번 터진 후 내 시간은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멈춰버렸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죄의식을 가진 채 강박적으로 음식을 제한하고 참다 참다 음식에 대한 욕구가 폭발한 3일은 단시간에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시간으로 소모했다. 그리고 먹는 종류를 보면 꼭 내가 제한했던 식품들이었다. 과자, 빵, 초콜릿, 라면.... 강박적으로 제한했던 것들이, 계속 먹으면 안 돼했던 식품들에 대한 갈망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폭식을 할 때는 내 머리에 모든 스위치가 꺼진 것 같았다. 블랙아웃처럼. 무슨 느낌으로, 무슨 맛으로 음식을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저 음식을 내 입에 넣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만이 가득할 뿐이다. 마치 금단증상처럼 먹지 않으면 불안했고 짜증이 났고 손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음식을 가득 먹고 정신이 조금씩 들 때쯤 드는 생각은 자기혐오, 죄책감, 후회였다. 내가 제거 행동으로 처음 시작했던 것은 변비약을 먹는 일이었다. 듈x락스. 이 약을 먹으면 그다음 날 식은땀이 날 정도로 배가 아프다. 권장량은 1~2알이었지만 점점 내성이 생겨서는 10알을 전부 털어 넣어도 장이 일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씹다 뱉는 것이었다.
음식을 입에 넣고는 싶은데 이 음식을 삼키면 살이 찌니까, 최대한 씹기만 하고 뱉었다. 하지만 음식은 삼키기만 하는 것은 만족감이 크지 않았다. 위에 가득 차는 느낌이 들어야 했다. 씹다가 삼키는 일도 많았다. 결국,
마지막은 구토였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속이 울렁거려서 하는 게 아닌 내가 원해서 나의 의지로 토를 한다는 것이 순리를 거스르는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살이 찌면 안 된다는 강박과 음식을 많이 먹었다는 죄책감은 다른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나의 의지로 토를 했다. 먹은 것을 게워내기 위해, 살이 찌지 않으려고. 구토를 처음 한 날에 나는 내가 비참해서 울었다. 다이어트하고 눈물이 참 많아졌다. 내가 불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