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헝클어진 머리에 눈꼽도 떼지 않고 옹알옹알 잠 기운이 물러갈 때까지 뒹굴대다가 불현듯 옆에 두고 잔 아이패드를 들어 정기 결제한 e북을 읽고, 글도 좀 끄적여보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길을 잃고 이 책 저 책 잔뜩 꺼내 앉은자리 옆에 쌓아놓고 이 단락 읽다가 제쳐두고 저 단락도 좀 읽어보고 그러다 스르르 잠들어 꾸벅꾸벅 졸다 누군가의 핸드폰 진동소리에 깨어 쌓아 놓은 책중 가장 맘에 드는 한 권을 골라 읽지. 창밖에 어둠이 찬물에 퐁 떨어진 짙은 파랑 물감처럼 스물대며 내려오면 도서관 마감 방송이 들려와. 다시 집에 돌아와서 과자를 둥근 볼에 종류별로 털털 쏟아 넣어 침대 맡에 올라가 침대 옆 작은 의자에 켜켜이 쌓아놓았던 책을 눈알 굴려 탐색한 뒤 과자를 한입 입에 와그작 물고 집히는 책 한 권 올려 들어 여운을 즐기고 싶은 단락이 나올 때까지 읽고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탁탁거리다 잠들지. 나의 어떤 하루가 그랬지.